[이 한 편의 영화] 지금 당신 곁의 그 사람은 정말 당신 편인가? ‘완벽한 타인’

가까울수록 더 먼 주변 사람‥ 가족도 예외 없다 사람 관계를 새롭게 그려낸 영화

[와이뉴스] 시작은 휴대폰이었다. 결론은 사람 간의 ‘불신’과 스스로 만든 완벽한 고립과 비밀.

 

대강의 줄거리는 이러하다.

석호가 새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40년 지기 친구들 태수, 준모, 영배, 순대가 집들이 차 모이게 된다. 영배 제외 대체로 부부동반이다. 밥을 먹는 도중, 모임에 늦은 순대가 불륜 때문에 이혼했다는 것이 화제가 된다. 석호의 아내는 돌연 저녁 식사 동안 모든 이의 휴대폰 및 내용 공유를 제안한다. 전화 문자 카카오톡메시지 이메일 모두. 여기서 빠지면 ‘뭐 켕기는 거 있는 사람’이 되는 거겠지. 모두 참여하게 된다.

 

 

다음의 전개는? 상상하는 대로, 가장 가깝다고 여겼던 이들의 ‘다른 생각’과 다른 모습들이 각기 드러나게 된다. 불륜? 그렇게 식상한 소재가 빠지면 아쉽지. 우선 일타로 등장한다. 불륜 이런 건 또 아는 사람끼리 해야 ‘정석’이지. 친구의 아내, 내 친구와 아내 뭐 이런 공식 같은 룰. 그 다음은 시부모와의 갈등, ‘일탈’을 그리는 아내, 일반적이지 않은 성적 취향 등의 내용이 그려진다. 자세한 내막은 직접 영화를 보면서 알아 가시길.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약 180만 명이었다고 한다. 실 관객 수는 488만 6천여 명, 제작비 38억 원으로 일궈낸 거대한 성과라고 일컬어진다.

 

영화는 ‘믿었던 사람에게서의 배신’을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감출 수 없는 진실’, 언젠간 드러나는 사람의 본심 등을 핵심으로 조명하고 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사람의 본심은 월식과 같아서 잠깐 가릴 수는 있어도 언젠가는 드러나게 돼”라는 대사가 그 방증일 것이다. 또 “사람은 누구나 세 개의 삶을 산다. 공적인 삶, 개인의 삶, 비밀의 삶”,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시작되는 건,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라는 말들이 이 영화에서 진정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누리꾼들이 뽑은 명대사로는 “인생에 있어서 빛나는 순간이 있어. 나중에 돌이켜 봤을 때 그게 오늘이라고 생각된다면 그냥 가. 그게 아니다 싶으면 돌아와”, “내가 두 시간 동안 게이로 있어 봤잖아? 못할짓이더라. 왜 말 안 했는지 알겠어”, “뒤돌아보면 평생토록 잊지 못할 순간이 있다” 등이 있다.

 

영화는 2019년 39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영평10선), 39회 황금촬영상 시상식(최우수 남우조연상, 촬영감독이 선정한 인기상, 조명상), 3회 안양신필름예술영화제(최은희영화배우상)에서 다수 수상하며 그 저력을 뽐냈다.

 

그렇다면, 인생에 있어서 가장 가까운, 지금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조차도 그저 ‘타인(他人)-그것도 완벽한’에 불과하다면, 또 자신의 마음이 언젠가는 드러나게 마련이라면, 사는 게 너무 퍽퍽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고민하지 마시라. 인생의 법칙은 간단한지도 모른다. 이 ‘사태’를 예견하고 이미 수천 년 전 깨달은 자(佛陀 부처)는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을 주창하지 않았던가. 이는 ‘내가 제일 잘 나가’라는 막무가내식 자존감이 아닌 ‘우주 간에 나보다 더 존귀한 것은 없다’라는 세상과 본성에의 자각이라는 깨달음의 말로 통용된다.

 

인간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다. 하루에도 열두 번 넘게 마음이 변하며 때로는 타인을 미워하기도 하고 어리석은 동정을 보내기도 하며, 혹자는 자신의 신념과 대의를 위해 또 목숨을 기꺼이 내놓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인’을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실 나조차도 나 자신이 맘에 들지 않을 때가 많은데 어떻게 다른 ‘개체’인 타인을 완벽하게 만족시킬 수 있단 말인가, ‘나’를 바라보는 ‘남’에게 ‘나를 잘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잘 보이지 않는 자신의 내면에 충실을 기하는 것이 아닐까.

 

BTS 정국도 얼마 전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분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