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영아살해 감형 사라져야

- 편집국장 이영주 

 

[와이뉴스] 사전상으로 영아(Infant 嬰兒)란 2세 미만의 아이를 일컫는 말이다. 

 

대한민국 형법 제250조는 살인과 존속살해에 관한 조항으로 제1항은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이며 2항은 ‘직계비속이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이다. 여기서 직계존속과 직계비속이란 말이 조금 낯설 수도 있는데 ‘조상으로부터 직선으로 계속하여 자기에 이르기까지의 혈족을 일컫는 말’이 직계존속(直系尊屬), ‘자기로부터 직선으로 내려가서 후손에 이르는 사이의 혈족을 일컫는 말’은 직계비속이다. 즉, 자신을 기준으로 직선으로 위는 존속, 아래로는 비속이라 생각하면 된다.

 

이어 형법 제251조는 영아살해에 관한 조항으로 내용은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인하여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의 영아를 살해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이다. 형법 제272조는 영아유기에 관한 조항으로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인하여 영아를 유기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한다.

 

영아살해죄(infanticide 嬰兒殺害罪)의 입법취지 및 목적은 여성을 보호하기 위함이며 여성이 사회적으로 약자의 지위에 있음을 부정하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하여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또한 영아살해죄는 해방 후의 혼란한 치안상황과 한국전쟁이라는 상황에서 발생한 극도의 곤궁상태를 전제로 만들어진 조문이라는 특징이 있다*고 전한다. 이 조항은 산모인 여성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는 하나 이 상황에서 더욱 약자는 산모인 성인 여성이 아니라, 이제 갓 태어난 영아다. 아울러 양육시설과 같은 사회적 보장이 확대된 상태에서 이러한 감경의 필요성 또한 의심받고 있다. 더불어 영아살해죄의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는 ‘질환・불구・기형・조산 등의 이유로 생육의 가망이 별로 없는 경우’라 해석하는데* 이 또한 존엄하고도 보호받아야 마땅할 신생아의 생명을 냉정한 성인의 ‘눈目’으로 판단하는 것에 그친다고 할 수 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5월 24일 ‘영아살해죄 및 영아유기죄’를 폐지하는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개정안은 현행 형법 제251조 영아살해죄와 제272조 영아유기죄를 폐지하고 영아살해 및 유기는 각각 형법상 보통살인죄 및 유기죄 규정의 적용을 받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면서 두 가지 사례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2021년 1월 자택에서 여자아이를 출산 후 건물 4층 창문 밖으로 아이를 던져 살해한 산모에게 1심 재판부가 징역 2년을 선고한 사건, 영아를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한 뒤 이를 불태우려 한 친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사건이다.

 

물론, 해당 법률의 입법 목적에 부합하는 판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구고법 1968.3.26. 67노317 사건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생후 2개월여의 아이를 살해한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는데, 당시 피고인 변호인의 항소이유 요지는 피고인이 형법 제251조의 영아살인죄를 적용받았어야 하는데 원심이 형법 제250조 일반살인죄를 적용해 법률적용을 그르친 위법이 있다는 거였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피고인은 살림살이가 구차하여 5일간을 굶어 의식이 없는 상태하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사물변별의 능력이 없었고 (중략) 피고인은 빈한한 가정에서 고령의 시모와 폐결핵으로 와병중인 남편, 어린 큰딸과 실안의 친정부모를 거느리고 피고인 단몸으로 노동을 하여 전가족을 부양하여야 할 딱한 사정”이라고 설시하고 있다.

 

독자들도 이미 인지하다시피, 21세기의 첨단 사회에서 ‘홀로(그 자체로) 존재하고 태어나는’ 생명은 있을 수 없다. 즉, 자식의 탄생은, 그가 속한 사회 문화적인 직간접적 압력이 배제됐다는 전제하에서, “전적으로” 부모의 책임이라는 뜻이다. 위와 같은 다소 ‘딱한’ 처지에 놓여 있다는 ‘정상’을 참작하더라도, 마치 자신의 잘못을 눈앞에서 해치우듯 영아를 살해(殺害)하는 것은 그 어떠한 형 감량의 동정(同情)도 얻을 수 없다고 본다. 본인들의 상황이 지극히 어려울진대, 태어난 아이야 더할 나위 없다는 것은 익히 판단하고도 남았음 아닐까. 외려 상황이 어렵다면, 그만큼 자신들의 ‘행실’에 신중을 기했어야 할 따름일 것이다.

 

관련, 해외의 경우는 어떠할까. 1974년부터 10년 동안 캐나다 경찰은 총 5444건의 살인 사건을 해결했는데 이 중 약 300여 건이 부모에 의한 자식 살해였다고 한다. 또 이 중, 150명의 희생자가 한 살 이하의 영아였고 가해자 중 88명이 친어머니였다고 전한다.

 

더불어, 세계 주요국들은 영아살해죄를 따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는 1992년, 독일은 1998년 형법 개정을 통해 영아살해죄를 폐지했으며 일본과 미국은 영아살해죄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고 전해지고, 독일의 경우는 아동 유기를 일반 유기죄보다 더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고 한다.

 

영아살해는 지독히 잔인한 범죄임에 틀림없지만 불행히도 앞으로 이러한 범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으리란 희망도 아직은 확신하기 어렵다. 다만, 이제 막 세상에 ‘나와’ 축복받아야 할 생명이, 그 생명의 ‘제조자’의 손에 잔혹하게 죽임을 당했는데도, 반세기도 훨씬 더 넘은 전후(戰後) 사정을 고려하여 처벌을 감량하는 것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박남미, “존속살해죄와 영아살해죄의 위헌성 검토와 비속살해에 대한 고찰”, 한국형사법학회 학술대회 논문집, 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