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스케치] 경기도의회 제11대 전반기 의장 선거 ‘그 머나먼 여정’

예정 시간보다 80여 분 늦은 개회‥ 1차 투표서 무효표 26표 발생
1차 투표 개표 과정서 감표의원간 의견충돌로 보이는 논쟁 일기도
늦어진 회의와 논쟁에 방청석 곳곳서 한숨과 조소(嘲笑)도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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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뉴스] 그래, 비가 많이 오긴 했다. 그렇다 해도 애초 예정 시각보다 80여 분이나 늦은 개회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일 터이다. 출범 후 ‘한 달 간 아무 일도 안 한’ 도의원들이 한 달 세비로 555만 원씩을 챙겼으며 앞선 7월 도의회에 제출된 1조 4천억 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은 심의조차 안 되고 있다는 비판이 무색한 풍경이었다.

 

 

의회 직원들 몇몇에 물으니 “.. 의원님들이 아직 (회의장에) 안 나오셔서…” 할 뿐 더 이상의 말끝을 흐린다. 전언에 따르면,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회의 참석을 ‘거부’했다고. 의회 측은 “비가 많이 와서 북부 지역의 의원님들이 오시는데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11대 경기도의회는 10대보다 의원 수가 14명 증가한 156명이다. 이중 초선 의원 수는 더민주 45명, 국민의힘 63명으로 총합 108명이다. 경기도의회 홈페이지 기재된 내용에 따르면, 제11대 의원 구성은 더불어민주당 71명, 국민의 힘 70명, 비례대표 15명(국민의 힘 8명, 더불어민주당 7명)이고 10대 의원 구성은 더불어민주당 135명, 자유한국당 4명, 정의당 2명, 바른미래당 1명 등 142명(당선일 기준)이 12개 상임위원회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여야가 평형을 이룬 11대보다 파격적으로 ‘기울어졌던’ 10대 때 의장 선출 과정이 더 ‘원활했다’고. 하나의 정당에 압도적으로 많은 의원이 속해 있던 때였다.

 

제362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애초 예정 시간은 오전 11시였다. 정작 회의는 80여 분이나 초과된 12시 21분경 시작됐다. 회의 진행은 염종현 의장 대행이 맡았다.

 

 

첫 안건으로 의사일정 제1항 의장 선거의 건이 상정됐다.

지방자치법 제57조 제1항* 및 경기도의회 회의규칙 제9조** 규정에 따라 무기명 투표로 진행됐다. 모든 의원이 피선거권을 가지므로 후보자가 될 수 있으므로 별도의 후보자 없이 실시된다. 의장 당선은 경기도의회 회의규칙 제9조에 따라 재적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 득표로 선출된다. 1차 투표 결과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2차 투표를 실시하고, 2차 투표에서도 과반 득표가 없으면 다수 득표자 2인을 대상으로 결선 투표를 실시해 다수 득표자를 당선자로 결정한다. 결선 투표 결과 동수일 경우 연장자를 당선자로 규정한다.

 

이날 출석한 의원은 156명이다. ‘지각’은 있었어도 ‘결석’은 없었다. ‘대망의’ 1차 투표가 진행됐다. 투표는 호명된 의원 각각이 명패와 투표용지를 받고, 투표소에서 기표 후 명패와 투표용지 두 개를 각 반납함에 반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오후 1시 3분경 1차 투표가 완료됐다. 개표상황에서 약간의 설전이 일었다. “아침에 ‘동의한 사항’을 왜 어기냐”는 소리가 들렸다. 이에 의원석 한쪽에선 “빨리 세라”는 요구가 들려오기도 했다. 오전부터 이어진 기다림에 이미 지친 방청석에선 한숨과 약간의 조소(嘲笑)가 새어 나왔다. 지켜보는 방청석의 싸늘한 기운을 감지한 듯이 감표의원들은 순간 약간 목소리를 낮추는 듯했다. 그러다 “왜 뒤집냐”, “1차, 2차는 숫자만 세고.. 3차에서 무효표 확인하기로 아침에 동의했잖냐” 등의 목소리가 감표의원들 사이에서 다시 들려왔다.

 

 

그 순간, 마이크를 타고 당부 사항이 흘렀다.

“당부드리고 싶은 바는 지금 이 모습을 경기도민과 언론인들이 고스란히 보고 계시다. 목소리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빠른 시간 내에 의견(개표 관련) 마무리 해달라”고 했다.

결국 감표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 밖으로 나가서 논의했다. 이 때가 오후 1시 50분경이다.

“나가서 싸워!” 의원석 한쪽에선 또 이런 소리가 들렸다.

 

회의장 밖으로 나갔던 감표의원 4명이 2시 2분경 돌아왔다. 어디선가 “우리가 무효표 덜 나온 거야” 이런 소리도 들렸다.

 

각당 대표 감표의원의 당부가 흘렀다.

“이름 석 자 외에 실수로 점을 찍거나, 이응을 했을 때, 흘림체는 무효표다. ㄱ, ㅎ, ㅅ도 흘림으로 쓰면 무효표다. 정자로 또박또박 이름 세 글자만 써달라. ㅇ, ㅁ자에 간단하게 ㅁ을 마름모 정도는 유효표로 인정하는 것으로 협의했다.”

“해당 의원 사이에(4명) 이론 없도록 써달라. ㅁ, ㅇ은 너그럽게 (인용認容)하도록 했지만, 혼란의 여지 없지 정확하게 표기 부탁드린다.”

 

2시 12분 1차 투표 개표 결과가 나왔다.

156표 중 염종현 의원 70표, 김규창 의원 60표, 무효표 26표. 출석 의원 과반 득표자가 없었다.

2차 투표가 실시됐다. 2차 투표는 2시 43분경 마무리됐다. 투표가 진행 중인 2시 31분경에는 방청석 인원도 반 정도로 줄었다. 2차 투표는 1차보다 신속히 진행됐다.

 

개표. 명패 수 확인 결과 156명. 투표함 열어 투표용지 확인. 투표 용지 156매 명패 수와 동일. 156표 중 더불어민주당 염종현 의원 83표, 국민의힘 김규창 의원 71표, 무효 1표, 기권 1표로 4선 염종현 도의원이 제11대 전반기 의장으로 선출됐다.

 

 

이어 염 의장은 당선 소감을 밝혔다. 소감문에는 “싸우지 말고”라는 문구가 재차 등장했다. 아무래도 최근 도의회를 향한 여론을 의식한 듯하다.

 

의장 선출 후 오후 3시 5분부터 5시 30분까지 정회가 선포됐다. 그 후 부의장 선거와 상임위 관련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 했다.

 

‘오전’ 일정이 마무리된 후 의회 승강기 안, 의원 배지를 착용해 도의원으로 보이는 이가 ‘동료 의원들’에게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쏟아냈다. 굳이 기재하지는 않겠지만, 그에겐 아직 뭔가 편치않은 ‘상황’이 남은 모양이다. 끼니(점심)도 거르고 회의를 계속한 의원들 다수는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그러면서도 뭔가를 논의하는 듯 보였다.

 

휴, 이제 본격적으로 제11대 경기도의회가 ‘출범’하는 모양새다. 부디 순항하기를!

 

 

*제57조(의장ㆍ부의장의 선거와 임기) ① 지방의회는 지방의회의원 중에서 시ㆍ도의 경우 의장 1명과 부의장 2명을, 시ㆍ군 및 자치구의 경우 의장과 부의장 각 1명을 무기명투표로 선출하여야 한다.

**제9조(의장과 부의장의 선거) ① 의장과 부의장은 의회에서 무기명투표로 선거하되,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득표로 당선된다.

② 제1항의 선거는 지방선거 후 최초의 집회일에 실시하며, 처음 선출된 의장과 부의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경우에는 그 임기 만료일에 실시한다. 이 경우 그 날이 공휴일인 경우 그 다음 날에 실시하되, 처음 선출된 의장과 부의장의 임기가 폐회 중에 만료되는 경우에는 다음 회기의 집회일에 실시한다. <개정 2021.3.17.>

③ 제1항의 득표자가 없으면 2차 투표를 하고, 2차 투표에도 제1항의 득표자가 없는 경우 최고득표자가 1명이면 최고득표자와 차점자를, 최고득표자가 2명 이상이면 최고득표자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실시하여 다수 득표자를 당선자로 한다.

④ 제3항의 결선투표결과 득표수가 같으면 연장자를 당선자로 한다.

⑤ 의장과 부의장을 동시에 선거할 경우에는 의장의 선거가 끝난 후 제1항이나 제3항 또는 제4항의 방법으로 부의장을 선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