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이뉴스] 여주시민 여러분!
시장님과 공직자, 언론인, 그리고 동료 의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주시의회 부의장 박시선입니다.
오늘 여주시의회는 제78회 회기로 2025년 제2차 정례회를 개회하면서 제4대 여주시의회 마지막 정례회를 맞게 되었습니다.
우선 먼저, 그동안 여주시의회와 저 박시선 의원에게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시고 때로는 매서운 질책과 채찍으로 지도 편달을 아끼지 않으신 시민 여러분과 언론인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의원님들의 의정활동을 지원해 주신 의회사무과와 집행부 모든 공직자 여러분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돌이켜보면 빠르고 아쉬운 시간이었습니다.
40대의 젊음을 여주시 발전을 위해 불태우겠다는 일념으로 의원에 출마하였고, 시민 여러분의 사랑과 지지에 힘입어 재선까지 하면서 어느새 7년 반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며 시민과 함께하는 보람도 느꼈지만 때로는 안타깝고 아쉬운 점도 많았습니다.
오늘 저는 그동안 제가 의정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바를 바탕으로,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위해, 어디를 지향하며, 어떻게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시민 여러분, 공직자, 언론인, 그리고 동료 의원 여러분과 공유하기 위해서 이 자리 자유발언대에 섰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꽃은 지방자치이고, 지방자치의 핵심은 지역의 현안을 지역주민 스스로 풀어나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그러나 제가 여주시의원으로서 7년 반 동안 경험한 지방자치는 학자들의 주장이나 현학적인 설명과는 매우 거리가 먼 것이었습니다.
지방자치는 결국 중앙정치의 테두리를 벗어나기 어렵고, 소속당의 이름 아래 당론(黨論)이라는 중압감의 앞에서는 중앙의 눈으로 내 지역의 현실을 보아야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저의 소신이나 주장을 유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당이라는 족쇄를 차고서 자유롭지 못한 몸으로는 지역 구석구석을 면밀히 돌아보기 어려웠고, 자신 있는 해법을 찾아도 이를 강력히 관철하는 데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이것이 어디 저만의 문제이겠습니까!
직접 물어보고 답을 확인한 적이 없지만, 단정 지을 수도 없지만, 아마도 다수 의원님들이 다 그랬을 것이고, 그러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이 될 뿐입니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사실 의원이나 지자체장은 지역에 머무르면서 다음 선거에 표 얻을 궁리만 하는 것은 선출직으로서의 업무태만이자 배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들은 지역의 미래를 위해 기업을 찾아다니며 기업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정부부처를 찾아다니며 지역발전 정책을 호소하고 지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치적, 사회적 공공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만, 결국은 지역 행사에 매몰되어 기업을 제대로 방문하기도 어려웠고, 모든 네트워크를 동원하여 경기도나 중앙부처의 정책 담당자를 찾아 면담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마을 행사, 지역 행사, 각종 기관단체 행사, 심지어는 관광이나 여행을 떠나는 분들의 환송이나 배웅에 참석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의정활동인지 행사장 활동인지 모를 정도로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이건 아니다 싶어 변화를 다짐했지만 ‘어떤 의원은 참석하는데 왜 당신은 안 오느냐’는 항의나 질책을 받으면 변화를 시도하기 어려웠습니다.
임기 4년이라는 시간을 그저 지역에서 행사나 찾아다니며 다음 선거의 표나 호소하는 모습이 된 것은 아닌지 지나고 보니 아쉬움이 많이 남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정책 결정의 과정에서도 합리성과 효율성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늘 다짐했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우리 당의 입장과 상대 당의 입장이라는 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당리당략을 떠나서 지역과 시민만을 생각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도 현실 정치에서는 그러지 못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고민하고 고민해서 올바른 선택을 하려고 해도 외부에서 또는 내부에서 압력이 들어오고 여론이 악화되면 결국은 백기를 들어야 했고, 백기를 든 것을 비난하는 시민에게는 비굴하지만 또 자기부정을 할 수밖에 없었을 때 그 비굴한 심정의 고통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올바른 것을 확실하게 옳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 그른 것을 완강하게 그르다고 하지 못하는 상황, 그러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 자신만이라도 분명한 입장을 취하고자 했지만 과연 저의 소신을 얼마나 강력하게 주장했는지 지금도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1년 전 우리나라는 정말 말도 안 되는, 그리고 차마 상상할 수도 없고 생각하기도 싫은 역사의 혼란을 겪었습니다.
비록 0.7%의 표 차이로 당선은 됐지만 우리 국민이 선출한 우리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멀쩡한 평시에 전쟁 상황을 유도하면서까지 무리를 해서 내란에 버금가는 비상계엄을 내린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찬란한 민주주의 역사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는 반역 행위였고, 국가를 두 동강 내는 내란 행위에 다름이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비상계엄 선포의 이유가 크게 보면 부정선거와 간첩 같은 불순 공산주의자들의 준동이라고 했는데, 그러면 그 대통령 자신도 부정선거로 당선된 사람이었고, 그의 주변이 온통 간첩 같은 불순분자들이라면 그들과 합법적으로 대화하고 경쟁한 그 자신도 같은 부류이고, 우리나라는 이미 불순 국가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의 분위기는 이에 수긍하는 사람도 많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대통령이었던 사람의 실체와 그 배우자 영부인이었던 사람의 치부가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는데도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우리나라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뻔했던 그자를 두둔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러한 부류가 국가적으로는 아직도 20%에 달하는 전혀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고, 그 파렴치한을 두둔해야 표를 얻고, 그래야 국회의원도 지자체장도 지방의원도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아직도 주변에 많은 것이 믿기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너무 이를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책도 듭니다.
물론 비상계엄 당시에 저는 그의 부당성과 문제점에 항의하고 성명서를 내면서 입장을 표명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너무도 미온적이지 않았는지 반성이 됩니다.
우리의 민주주의 제도는 많은 허점을 가지고 있는데, 제가 느끼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중앙의 여당과 지방의 여당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지난 정부와 궤를 같이하던 지자체는 정권이 바뀌면서 야당이 되었지만 아직도 과거에 사로잡혀 여당놀이를 하고 있고, 이제는 야당이 되니까 자신도 야당이 되어 사사건건 중앙정부에 대해 적대적 행태를 보이는 지자체도 많습니다.
여주는 어떨지 모르지만, ‘과연 이것이 지역을 위해서 옳은 일일까’ 생각이 듭니다.
지자체는 지역을 위해 필요하다 판단되면 중앙정부와 협력하고 연대하는 유연성을 보여야 하는데 우리는 과연 어떨지, 이 또한 고민하게 됩니다.
지방소멸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우리 같은 주변 지역에서는 기업을 유치하고 국비를 유치해야 하는데 중앙부처와 긴밀히 소통하지 않고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고민해 볼 시점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 눈의 들보를 들어내고 옳은 것은 옳게 보고 그른 것은 그르게 볼 것이며, 내 혀의 마비를 풀고 옳은 것은 옳다고 말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해야 합니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에만 고정되어 있는 눈은 제 기능을 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제 우리는 숲을 보고 앞을 보고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중앙당, 빨간색·파란색, 대통령에 대한 편견 모두 다 떠나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실용입니다.
우리가 보아야 하는 것은 현실입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저의 7년 반 의정활동을 반성하면서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출발을 하고자 합니다.
저는 시민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말로만 떠드는 사탕발림 같은 소리에 속지 마시고, 현혹되지 마시고, 매와 독수리의 눈으로 정확한 현실을 꿰뚫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오늘 반성하는 마음으로 초심으로 돌아가 역사의 정방향을 추구하는 시민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추운 날씨 건강 유의하시고, 12월 1일 제2차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경청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