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산 교육계 거목’ 성호초등학교 김영학 교장

“학생 선생님 학교 구성원 모두 행복한 학교”
오색시장 맞닿아 통학생 안전 확립의 과제도
서로 의견 나눠 결정하는 민주적 태도 중요

 

[와이뉴스] “오산에는 성호초를 거치지 않은 유명 인사가 없다.”

오산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말이다. 그만큼 성호초의 역사와 전통이 뿌리 깊으며 유구하다는 뜻일 것이다. 현 곽상욱 오산시장을 비롯해 안민석 국회의원, 한은경 시의원 등 지역 정치인과 골프선수 최나연, 가수 장윤정 등 모두 성호초를 거친 인재들이다.

 

김영학 교장은 올해로 교직 40년 차이다. 40년 전 전남 진도 한 섬의 분교에서 첫 교직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전교생이 8명이었으며 모두 한 반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그러다 점차 학생들이 졸업하며 그 수가 줄었고 김영학 교장은 전근을 했다. 김 교장은 월급 20만 원이었던, 그 때 마침 들어선 1억 원 상당의 김 공장 등 그 곳의 생활을 생생하게 소개했다. 그 때와 지금 많은 것이 달라졌다면서. 더불어 자연에서 뛰어놀고 해맑던 친구들의 모습이 참 행복해 보였다고 전했다. 현재는 입시 등 경쟁으로 다소 삭막해졌다고도. 해서 얼마 전 지난 스승의 날도 “토요일이라 조용히 지나갈 수 있어 무척 다행이었다”고 농담 섞인 말도 전했다.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고 진심 어린 정성을 전하는 것이 현재는 여러 여건상 쉽지 않은 일이기에 그리 여겼을 것이다.

 

성호초는 오색시장을 벗삼아 오산의 원도심에 위치했다. 교정을 둘러싸고 오월의 장미가 흐드러지고 운동장 한편에는 개교 100주년 기념비가 자리 잡았다. 동문들이 힘을 합해 건립한 자체 역사관이 있을 만큼 성호초 동문들의 모교 사랑과 자부심은 대단하다. 역사관에는 성호초를 거쳐간 졸업생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고 6.25에 참전한 졸업생의 명예로운 이름도 수놓아져 있다. 워낙 역사가 오래다 보니 성호초 운동장에서도 3.1 독립만세운동을 했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한국 근현대사를 함께한 학교라는 인상을 준다. 1990년대 초반까지도 오전 오후반으로 나눠 수업을 진행했을 정도로 많은 학생이 다녔다고. 지금은 그 수가 줄어 특색에 맞는 교육을 펼치고 있다.

 

앞선 20일 오후 오산시에 위치한 성호초등학교를 방문해 김영학 교장을 만나 봤다.

 

 

■ 오산 성호초등학교 소개를 부탁드린다. 1913년 4월 1일 설립해 2세기에 걸쳐 배움의 전당으로 자리매김하고 계신데.

성호초등학교는 1913년 4월 1일 오산 공립 보통학교로 시작해 현재의 성호초등학교까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학교다. 예전에는 오산 인근에 성호초가 거의 유일한 학교였기 때문에 60~70학급에 오전 오후반을 나눠서 수업했을 만큼 큰 학교였다.

 

이후에 부근 성산초나 화성초가 생기고 학생들이 분산되면서 2021년 현재는 12학급의 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학생 수는 줄어 학교의 규모는 작아졌지만 그 장점을 살려 성호초는 학생별 맞춤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교직원 이하 많은 분이 힘쓰고 있다.

 

 

■ 오산 성호초에는 다문화 학생들이 많다고 이야기 들었다.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 가정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 지원이나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성호초에서는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어떤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는지.

현재 성호초는 전체 학생의 50%가 다문화 학생일 정도로 다문화 학생의 비율이 높은 학교다. 이에 다문화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먼저 성호초에는 다문화 특별반(해누리반, 다누리반)을 운영하고 있다. 다문화 특별반은 중도입국이나 기타 한국어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에게 기본적인 한국어 교육과 교과 기본 학습을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교과 학습뿐 아니라 다문화 학생들이 한국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한국 문화(민화 그리기, 전통 놀이 체험, 박물관 견학 등)를 체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10월에 열리는 다문화 축제는 학생들이 다양한 나라와 문화들을 알아보고 체험해 보면서 다양한 문화에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교내 역사관이 있다고 하는데 설립 100주년을 기념해 건립하신 것으로 안다. 역사관 소개도 부탁드린다.

성호초를 와 보시면‘세계를 향해 꿈을 펼쳐라’는 100주년 기념비가 있다. 성호초가 100주년을 맞이했던 2013년 학교의 역사를 기념하고 앞으로의 학교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동문들과 지역 사회의 의지를 모아 만든 기념비다. 거기에 더해 지금까지 보관해온 학교 자료를 바탕으로‘성호 역사관’을 설립했다.

 

역사관에는 지금까지 성호초를 거쳐간 졸업생 인명록과 성호초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여러 자료가 전시돼 있다. 성호초의 과거의 모습을 한데 모아서 볼 수 있는 역사관은 지금 성호초를 다니는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학교에의 자부심이 되며 동문과 지역의 자랑스러운 공간으로 자리잡아 보존되고 있다.

 

 

■ 성호초등학교는 ‘알록달록 오색빛깔 꿈과 희망을 가꾸는 성호교육’을 교육 비전으로 삼고 계시다. 성호초등학교만의 교육철학이나 색다른 프로그램이 있다면.

성호초는 학생들에게 교과 교육과 더불어 문화와 예술적 소양을 기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학생들이 1인 1악기를 할 수 있도록 1-2학년은 오카리나, 3-4학년은 우쿠렐레, 5-6학년은 통기타 전문강사를 초빙해 운영하고 있다.

 

분기별로 금요일 하루를 ‘문화가 있는 날’로 정해 체육, 미술, 음악 등 다양한 예체능 분야를 집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있으며 이러한 활동들은 학생들의 문화적 감수성을 향상시키는 밑바탕이 되고 있다.

 

그 밖에 다문화 학생들이 많은 학교 특성을 살려 학기별로 다문화 이해 교육을 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학생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학교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 역사가 깊은 학교인 만큼 성호초를 거쳐간 수많은 학생이 있을 듯하다. 더불어 그만큼 동문회의 활동도 활발하다고 들었다. 성호초 동문회 이야기, 또 성호초를 빛낸 졸업생이 있다면.

성호초가 100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 있는 학교이다 보니 ‘오산에는 성호초를 거치지 않은 유명인사가 없다’라는 농담 섞인 말이 있기도 하다. 현재 안민석 국회의원, 곽상욱 오산시장, 송영만 도의원, 한은경 시의원을 비롯한 여러 의원, 가수 장윤정, 골프선수 최나연 등 성호초 졸업생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 외에도 많은 동문들이 성호초의 자랑으로 역할을 해주고 계십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성호 역사관도 동문회를 중심으로 여러 지역 인사들과 교육지원청의 도움을 받아 건립될 수 있었다. 지금도 제6대 강선택 동문회장님을 중심으로 동문회가 활동 중이며 여러 가지 방면에서 학교 발전을 도와주시는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 근래 교권 추락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일이 사회 곳곳에서 종종 전해지고 있기도 하다. 선배 교사로서 장래 교직 입문을 꿈꾸는 후학들에게 전하실 조언이시라면.

학교는 학생뿐 아니라 교직원, 학부모들이 함께 모이는 공간이기도 하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상충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주로 교사만이 중심이 돼 학교 교육이 이뤄졌다면 지금은 교사, 학생, 학부모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이견을 조율해 교육이 이뤄지는 시대다. 그렇기에 앞으로 교육 현장을 책임지실 선생님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상대방과 소통하려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실 안에서는 학생들과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학교 안에서는 학생, 교직원, 학부모들이 서로 함께 의견을 나눠 결정하는 민주적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 교육 철학과 성호초의 미래 계획 궁금하다.

생각하는 학교 교육은 학교 구성원들이 행복한 것이다. 학생들이 학교에 와서 친구들과 만나는 것이 행복하고, 선생님과 배우는 것이 행복하고 선생님들도 학생들과 교실 안에서 행복해야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성호초는 앞으로도 “학교 구성원들이 행복한 학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성호초등학교는 위치상 오색시장과 가깝게 맞닿아 있다. 시장을 오가는 다양한 사람들과 차량으로 학생들이 학생들의 등하굣길 안전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도 다양한 의견들을 나누고 소통하고 있다. 학생들의 통학로를 더욱 안전하게 만들 방법을 마련해 학생들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성호초를 만들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