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아트센터 기획전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4.0》 개최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는 백남준아트센터가 젊은 예술가를 발굴하고 소개해 온 전시 시리즈
동시대 예술계에서 주목하는 젊은 예술가 7팀, 고요손, 김호남, 사룻 수파수티벡(태국), 얀투(일본), 장한나, 정혜선·육성민, 한우리)의 작품 14점을 전시
7팀의 참여 작가는 기술 문명과 생태, 예술 형식의 확장을 시도하면서 정형화된 인식과 틀에 얽매이지 않는 실험정신으로 비디오, 조각, 설치 등의 작품을 선보임
개막식에서는 ‘작가가 소개하는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4.0》’과 고요손의 〈은빛 궁전: 먹는 조각〉이 진행되며, 컴퓨팅 환경과 신체에 대해 성찰하는 김호남의 코딩 워크숍과 동물 추적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정혜선·육성민의 생태 워크숍 등의 전시 연계 프로그램 운영

 

[와이뉴스] ■ 전시개요

◦ 전 시 명 :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4.0》 Random Access Project 4.0

◦ 전시기간 : 2025.2.20. ~ 2025.6.29.

◦ 전시장소 : 백남준아트센터 제2전시실

◦ 기 획 : 임채은(백남준아트센터 학예연구사)

◦ 참여작가 : 고요손, 김호남, 사룻 수파수티벡, 얀투, 장한나, 정혜선·육성민, 한우리

◦ 주최주관 : 백남준아트센터, 경기문화재단

◦ 후원협찬 : 경기도용인교육지원청, 일본국제교류기금, 코리디아, LG OLED

 

■ 전시소개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관장 박남희)는 2025년의 문을 여는 첫 전시로, 2025년 2월 20일부터 6월 29일까지 동시대의 실험적인 시도를 보여주는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4.0》을 개최한다. 올해는 고요손, 김호남, 사룻 수파수티벡, 얀투, 장한나, 정혜선·육성민, 한우리로 구성된 국내외 7팀(8명)의 젊은 예술가들이 참여하여 백남준의 실험정신을 보여주는 작품 14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1963년 백남준의 첫 개인전 《음악의 전시 — 전자 텔레비전》에서 선보였던 〈랜덤 액세스〉에서 유래하였다. 혁신적인 예술 실험의 현장이었던 당시 전시의 포스터에는 프랑스 사상가 몽테뉴(Michel de Montaigne)의 철학적 사유가 녹아있는 “que sais-je?”(나는 무엇을 아는가?)가 적혀있다. 이 문구에는 절대적 진리와 기존의 관습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끊임없이 자기 성찰을 추구했던 그의 철학이 함축되어 있다. 자신의 앎에 대한 이러한 반문은 정형화된 예술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미디어 아트’라는 미지의 영토를 개척해 나갔던 청년 백남준의 예술적 사유와 공명하며, 오늘날 젊은 예술가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화두를 던진다.

 

참여 작가들은 현대 문명의 이면과 잠재된 가치들을 드러내고, 우리가 규정해 놓은 사고방식과 관행에 의문을 제기한다. 얀투는 물류창고에서 사용되는 자동 운반 차량(AGV)을 활용하여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넘어, 예술과 글로벌 자본주의의 관계를 탐구한다. 김호남은 전 세계 네트워크 시스템의 근간인 해저 광케이블의 동작원리를 가시화하여 기술로부터의 소외를 극복하려 한다. 또한 한우리는 현대 기술문명의 아이러니를 올드 미디어인 영사기와 신화 등의 서사를 경유하여 섬세하게 포착해 낸다. 복합적인 매체를 활용하여 초현실적인 공간을 조성한 사룻 수파수티벡은 미디어에 의해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이 왜곡되는 현상을 포착한다.

 

인간과 자연, 그리고 기술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작가들도 있다. 정혜선·육성민은 GPS 태그를 장착한 동물을 소재로 한 가상의 시나리오를 통해 인간과 비인간, 기술이 공생하는 초연결의 생태계를 탐구한다. 장한나는 자연 속에서 변형된 플라스틱, 즉 '뉴 락'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이분법적 구분에서 벗어나 상호작용하는 관계망으로써의 새로운 관계를 제시한다. 한편 예술의 형식과 의미를 확장하는 실험도 이어진다. 고요손은 예술 창작의 동반자인 전시기획자 임채은과 아버지 손정호를 작품의 주체로 직접 드러내고, 관람객을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이면서 조각의 경계를 넓히는 시도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참여 작가들의 예술적 역량을 보다 다각도로 조명하기 위해 참여 작가가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는 전시연계 프로그램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하는 정혜선·육성민의 생태 워크숍 〈날개의 배낭: 감각 네트워크〉를 2월 28일, 3월 1일 양일간 운영하여 동물 추적 기술을 통한 종 간의 교감 가능성을 열어본다. 이어서 김호남의 코딩 워크숍 〈연산적 시 워크숍〉이 3월 22일, 3월 29일 2주 연속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며, 참여자들의 결과물이 랜덤 액세스 홀에서 4월 13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더불어 5월 3일부터 24일까지 매주 토요일에는 경기도용인교육지원청과 협력하여 용인미르아이 공유학교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전시 참여작가인 고요손, 김호남, 장한나, 한우리 4인이 직접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여 관객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도모한다.

 

이번 전시는 보이지 않는 경계들을 부드럽게 허물어내고, 자유롭고 유연한 사고와 열린 마음을 일깨우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촉발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의 예술정신을 세계와 공유할 뿐만 아니라, 동시대 미술의 실험성과 창의성을 인큐베이팅하는 문화예술기관으로서 미래의 백남준을 발굴하는 미션을 수행해 나갈 것이다.

 

 

■ 전시연계 프로그램

◦ 개막 프로그램

- 작가가 소개하는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4.0》

2월 20일 오후 4시 20분 / 백남준아트센터 제2전시실

- 고요손, 〈은빛 궁전: 먹는 조각〉

2월 20일 오후 5시 / 백남준아트센터 2층 플럭스 룸

 

◦ 전시연계 프로그램

- 정혜선·육성민, 〈날개의 배낭: 감각 네트워크〉

2월 28일, 3월 1일 오후 3시 / 백남준아트센터 랜덤 액세스 홀

- 김호남, 〈연산적 시 워크숍〉

3월 22일, 3월 29일 오전 10시 30분 / 백남준아트센터 랜덤 액세스 홀

- 경기도용인교육지원청 연계 용인미르아이 공유학교 프로그램

5월 3일 오전 10시 30분 / 고요손, 〈방 안의 숨은 이야기〉

5월 10일 오전 10시 30분 / 김호남, 〈빛과 소리를 연결하는 드로잉〉

5월 17일 오전 10시 30분 / 한우리, 〈그림으로 만드는 움직임〉

5월 24일 오전 10시 30분 / 장한나, 〈뉴 락 리서치 랩〉

 

■ 전시해설

◦ 도슨트 전시해설

- 일시: 화~금 14시, 16시 / 토~일 11시, 13시, 14시, 16시

- 참여방법 : 현장 자율참여

◦ 오디오 가이드 제공: 큐피커 앱 이용

 

■ 전시 관람안내

◦ 관람요금: 무료

◦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6시 ※ 입장 마감: 관람 종료 1시간 전

◦ 휴 관 일: 매주 월요일

 

■ 전시 작품

가. 고요손, 〈임채은의 오로라 여정기〉, 2025, 알루미늄, T5, 실리콘, 우레탄 레진, 철사, 임채은 기획자가 신혼여행에서 촬영한 사진들, 반짝이 가루, 리본, 생화, 방울, 악보, 면사포, 비즈, 호스 외 혼합재료, 가변크기

 

고요손의 〈임채은의 오로라 여정기〉는 전시실 천장에서 바닥으로 흐르는 빛의 폭포와 같은 형상으로, 오로라를 모티브로 한 조각 작품이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자연현상에 불과한 오로라를 포착하기 위해 지구 끝자락으로 날아갔던 전시기획자의 여정이, 끊임없이 전진하려는 예술가의 현재와 공명하며 ‘나아감’의 여정이라는 서사를 그려낸다. 작품은 모든 이들의 내면에 잠든 ‘나아감’의 경험을 깨우고 서로를 비춤으로써 관람객과 깊은 공감의 다리를 놓는다. 고요손은 이와 같이 전통적인 조각의 조건과 경계를 넘어서는 실험적인 작업으로 예술과 관람객 사이의 새로운 대화를 시도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예술 창작의 동반자인 평범한 인물들을 작품의 주체로 직접 드러내고, 관람객을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작품을 선보인다.

 

나. 김호남, 〈해저 광케이블을 위한 에코챔버 시스템〉, 2024, 텔레비전 10대, 라즈베리 파이 9대, 9개 도시에 위치한 웹 서버, 전시장과 웹 서버 사이에 있는 수 많은 인터넷 케이블, 10채널 비디오, 컬러, 유성, 07:42+레이턴시, 가변크기

 

김호남의 〈해저 광케이블을 위한 에코챔버 시스템〉은 전 세계 네트워크 시스템의 근간인 해저 광케이블에 주목한 작품이다. 첫 번째 TV 모니터는 백남준아트센터 전시실의 서버와 전 세계 9개 도시 서버 간의 실시간 통신을 통해 데이터가 광속으로 오가는 소요시간을 도시별로 보여준다. 뒤이어 배치된 9대의 디스플레이는 지연시간만큼 서로 다르게 재생이 시작된다. 또한 전송 소요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음량이 만들어내는 공간의 울림은 광케이블의 존재를 시뮬레이션하며, 우리가 동시라고 믿는 인터넷 환경의 비동시적인 웅성거림을 감각할 수 있게 한다. 전 세계 주요 도시가 만들어낸 웅성거림과 파도 소리는 바다로 공간화되고, 광케이블을 찾아 떠난 작가의 여정 또한 지구 전 대륙을 연결하는 바다에 도달한다. 그곳에서 발견한 윤슬은 TV 노이즈 화면을 상기시키며, 집합적이고 매개된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텔레비전의 가능성에 주목한 백남준을 떠올리게 한다.

 

다. 사룻 수파수티벡, 〈콰이강: 고인을 기리며 열린 추모식〉, 2022, 철제 스탠드, 레진 조각, 4채널 비디오, 컬러, 유성, 가변크기, 작가 및 노바 컨템포러리 제공

 

사룻 수파수티벡의 〈콰이강: 고인을 기리며 열린 추모식〉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태국 점령기에 미얀마-태국 철도 건설 과정에서 희생된 수십만 명의 전쟁 포로와 아시아 노동자들을 위한 가상의 추모공간을 구현한다. 작품은 1957년에 발간된 책과 영화 ‘콰이강의 다리’의 흥행으로 인해 매클롱 강의 한 구간이 ‘콰이강’으로 재정의되면서 발생하게 된 장소성의 왜곡을 포착한다. 메인 스크린에서는 태국 관광청이 희생자들을 기리며 매년 개최하는 ‘콰이강 다리 빛과 소리 쇼’의 축제 현장을 담고 있다. 관람석에 앉은 관객들이 착취와 고통의 연극적 재현을 관람하며 보내는 박수 소리에서, 역사적 비극이 관광의 스펙터클로 변모하는 역설적인 현상을 지적한다. 희생자들의 묘지에 놓였던 꽃다발을 형상화한 조각과 3대의 모니터는 일상 속에서 잊힌 비극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철도 건설이 여러 문화권에 남긴 상실의 그림자들을 조명하고 있다. 인류가 보편적으로 경험하는 상실을 다룸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고 연결하고 있는 이 작품은 영상 속 푸른 에너지를 통해 우리 곁에 여전히 살아 숨쉬는 영혼들을 드러낸다. 또한 전시공간을 가득 메우는 신비로운 푸른 빛은 슬픔과 진실이라는 서로 이질적인 감정을 동시에 전달하고 있다.

 

라. 얀투, 〈진행 중인 설치〉, 2022, AGV, 자석 테이프, 철제 선반, 나무 좌대, 박스 외 오브제, 가변크기

 

얀투의 〈진행 중인 설치〉는 자동 운반 차량(AGV)이 전시 공간을 누비면서 다양한 오브제를 선택하고 운반하며, 오브제를 전시, 철거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는 설치 작품이다. 인간의 고유한 영역으로 여겨졌던 작품을 설치하는 행위를 기계가 대신 수행함으로써 인간과 기술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선반 위에는 ‘예술품’과 ‘예술품이 아닌 것’이 혼재되어 있는데, AGV는 이러한 인간적 구분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대상을 동등하게 다룬다. 이는 인간 중심적인 가치판단에서 해방된 기술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동시에, 기술적 판단의 허점을 암시한다. 더불어 이 작품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행되는 전시의 설치 작업과정을 전면에 드러냄으로써 현대 사회의 고도화된 물류 시스템을 은유적으로 재현한다. 작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속도로 발전한 AGV 기술이 현대 자본주의의 핵심 동력을 상징한다고 보았다. 나아가 운송 중인 장면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작품은 ‘자유항’의 존재, 즉 특정 국가에 귀속되지 않아 세금을 회피하는 예술품의 존재를 상기시키고 있다. 이처럼 작가는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넘어 예술과 글로벌 자본주의 사이에 얽힌 복잡한 관계를 함께 탐구하고 있다.

 

마. 장한나, 〈신 생태계〉, 2021, 2025, 수집된 플라스틱, 수조, 기포 발생기, 조명, 모래 외 혼합재료, 단채널 비디오, 컬러, 무성, 05:55, 가변크기

 

장한나는 자연 속에서 돌처럼 변모한 플라스틱을 “뉴 락”이라는 독자적인 표현으로 정의하고, 이들을 수집, 관찰, 조사하면서 오늘날 자연에서 진행되고 있는 새로운 지층을 탐구하는 작가이다. 자연과 인공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면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유도한다. 〈신 생태계〉는 현재의 자연환경이자, 자연의 일부로 존재했던 뉴 락의 모습을 재현하여 우리의 일상에 가시화되지 않은 생태계를 그대로 드러낸 작품이다. ‹신 생태계› 속 뉴 락은 비인간 생명체의 쉼터이자 서식지로 그 쓸모가 전환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연과 인공의 중간, 그 어딘가의 혼종적인 상태로 우리 생태계의 새로운 구성원으로 자리한 모습의 ‘신 생태계’를 암시한다.

 

바. 정혜선·육성민, ‹필라코뮤니타스›, 2022, 트러스, LED 스트라이프 외 혼합재료, 2채널 HD 비디오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08:30, 가변크기

 

정혜선·육성민의 〈필라코뮤니타스〉는 〈날개의 배낭〉프로젝트에서 진행된 작품 중 하나로, 동물 추적 데이터가 활용되는 미래를 상상한 시나리오를 배경으로 한다. 〈날개의 배낭: 현대신화〉가 데이터 착취주의의 가능성을 제기했다면, 〈필라코뮤니타스〉에서 동물들은 수동적인 데이터 제공자가 아니라, 기후 변화를 감지하는 능동적인 주체로 거듭난다. 그들이 감각한 정보는 오픈 소스로 공유되며, 인간 중심주의라는 벽이 허물어진 초연결적인 미래의 지구환경을 보여준다. 이와 같이 정혜선·육성민은 인간과 비인간, 그리고 기계가 공생하는 초연결 환경의 대안적인 지구 생태계를 탐구한다. 이들은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윤리적 문제들을 제기하면서 인간 중심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생태학적 관점을 모색하고 있다.

 

사. 한우리, 〈포털〉, 2024, 대리석, 희토류, 비디오로 전환된 16mm 필름과 디지털 푸티지, 컬러, 유성, 05:30, 220×330×190cm

 

한우리의 〈포털〉은 하나의 모뉴먼트처럼 전시장에 위치하며 현실과 가상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게 하는 미래 장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장치는 완벽한 몰입과 무한한 가능성을 약속하지만, 얇아지다 못해 우리의 몸속에 스며들어 그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하게 될 섬뜩한 미래를 암시한다. 영상은 화려한 광고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노동과 지워진 부산물을 드러내어 기술 발전의 그림자에 가려지고 배제되었던 가치들을 일깨운다. 또한 바닥에 깔린 모자이크 타일은 고대의 이미지 구현 방법으로, 이미지 매체의 발전사를 압축하여 보여준다. 이는 최첨단 LED 디스플레이와 극단적 충돌을 일으키며, 기술이 우리의 현실 인식과 경험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깊은 사색을 유도한다. 이와 같이 한우리는 사라져가는 사물의 세계와 그것을 감각하는 방식을 탐구하며 동시대 일상의 세계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특히 작가는 영사기를 활용하여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관계,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조명하고, 인류의 오랜 이야기나 신화를 경유하여 현대 기술 사회의 초상을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 작가소개

가. 고요손

고요손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설치미술가이자 조각가이다. 작가는 누가 어떻게 감상하느냐에 따라 변화하는 조각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는 직접 손으로 깎아낸 비정형 형태의 조각을 비롯하여, 음식과 같은 사라지는 재료로 조각의 소재에 변주를 주며 선입견에서 벗어난 작품들을 제작한다. 또한 시와 퍼포먼스를 통해 조각을 관람자가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실험을 이어나가고 있다. 《포스트모던 어린이》 (부산현대미술관, 2023), 《조각충동》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022) 등의 기획전에 참여했으며, 최근 개인전 《곁》 (김세중미술관, 2024)을 개최했다.

 

나. 김호남

김호남은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미디어 아티스트로 장치를 제작하고 소리와 물성 사이에서 하나의 맥락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작가는 전자장치가 가지고 있는 매체적인 가능성과 은폐되어 있는 회로의 기술들을 공간 안에 가시화하는 방법을 탐구한다. 작가는 고도화된 기술 사회에서 오히려 기계 안으로 숨겨진 동작의 과정을 드러내며 기계가 어떻게 동작하는 지를 바라보는 것을 감상의 영역으로 이동시키고자 한다. 《2084: 스페이스 오디세이》 (문화역서울284, 2024), 《제로원 해비타트》 (S팩토리, 2023) 등의 기획전에 참여했으며, 《옵신/페스티벌 2024》 (아트스페이스3, 2024) 에서는 엄기순, 정해진 작가와 미디어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다. 사룻 수파수티벡

사룻 수파수티벡은 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로 다양한 연구방식을 통해 여러 지역과 장소의 재해석을 시도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는 지리적, 정치적 사실뿐만 아니라 기억과 담론 속 장소성에 주목하여, 역사의 왜곡과 정체성의 해체를 탐구한다. 설치, 이미지, 소리가 결합된 작품을 통해 사회·역사적 장소의 만질 수 없는 아우라를 불러일으키는 총체적인 감각 경험을 구축한다. 특히 형광빛으로 둘러싸인 초현실적 공간 속에서 잊혀진 역사와 기억을 환기시키며, 의례적 요소를 연구하는 그의 예술 실천은 그 자체로 기억의 의례가 된다. 2017년 방콕 예술문화센터가 선정한 《EARLY YEARS PROJECT #2》에 선정되었으며, 싱가포르미술관(SAM), MAIIAM 현대미술관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라. 얀투

얀투는 일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로 인간의 행동을 대체하고 확장하는 기계장치를 만들어 인간 존재와 신체성이 가진 특권을 비판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머신러닝 등 최신기술이 탑재된 기성장치나 시스템을 활용하여 일상이 된 기술 시스템의 오류를 드러내는 설치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작품을 통해 기술의 스펙터클에 가려진 사회적, 윤리적 문제를 폭로하며, 인간과 기술의 관계에 대한 성찰을 유도한다. 2018년 일본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에서 예술부문 우수상을 수상하였으며, 치가사키 시립 미술관(CCMA)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마. 장한나

장한나는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로 인간이 다양한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효율적인 생산을 한 뒤의 이야기들에 주목한다. 작가는 인간이 생산한 모든 것들이 통제 하에 처리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인간의 창조물들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자연의 일부가 되어 돌아온 지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수집, 관찰, 조사한 내용들을 사진, 드로잉, 설치, 영상 등의 방식 통해 작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작가는 암석화된 플라스틱에 대한 〈뉴 락 프로젝트〉, 〈신자연〉 시리즈를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으며, 《무등: 고요한 긴장》 (광주파빌리온, 2024), 《예술가의 지구별연구소》 (국립현대미술관, 2023), 《일상의 기후, 이상한 기후》 (국립중앙과학관, 2022)등의 기획전에 참여했다.

 

바. 정혜선·육성민

정혜선과 육성민은 독일과 서울을 오가며 2021년부터 협업을 이어오고 있는 아티스트 듀오이다. 이들은 오디오 비주얼 작업을 통해 새로운 생태-사회 구조에 주목한다. 이들은 작업에서 인간, 비인간 및 기계가 공생하는 대안적인 지구 생활을 창조하는 초연결 환경을 가정한다. 과학과 신화, 팝 문화들을 결합하여 재구성한 이들의 서사는 비디오, 음향, 이미지, 텍스트, 워크샵 등의 다양한 형태로 표현된다. 《Driving the Human: Seven Prototypes for Eco-social Renewal》 (ZKM, 2023), 《Acts of Empathy, Bienal ‘23 Fotografia do Porto》 (CPF, 2023), 〈Images Festival〉 (Innis Town Hall, 2023) 등 기획전과 스크리닝에 참여하며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사. 한우리

한우리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로 영상, 사진, 책, 설치와 같은 매체를 통해 사라져가는 사물의 세계를 탐구하고 이를 감각하는 방식에 주목한다. 작가는 이미지와 언어, 허구와 사실의 관계에 기반하여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버려진 것과 통용되는 것, 감춰진 것과 드러나는 것이 구분되는 과정을 추적한다. 특히 최근에 작가는 사라짐 앞에 놓인 16mm 필름을 둘러싼 관계들과 시간성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매체에 관한 이분법적인 관념들을 발생시키는 관계에 주목하여 매체들을 살펴보고, 이러한 이야기를 잘 알려진 설화나 신화를 경유해 알레고리의 형태로 풀어낸다. 《루프: 개를 흔드는 꼬리》 (아마도예술공간, 2024), 《실과 리와인더》 (아트스페이스 보안2, 2022) 등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하였으며, 《이미지들》 (하이트컬렉션, 2023) 기획전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