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헌재 위헌 결정 때까지 처분 보류
보건복지부가 앞선 8월 17일 비도덕적 진료행위 유형과 처분 기준을 세분화하면서 인공임신중절 수술에 이에 포함하자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이은 28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낙태 수술을 전면 거부하겠다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복지부는 29일 낙태 수술을 한 의사 자격을 1개월 정지하는 행정처분을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보류하기로 했지만 의사들은 낙태 수술 전면 거부를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헌법재판소가 2017년 2월부터 형법 제270조* 위헌 여부를 심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부가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번 조치가 2016년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임신중절수술을 포함하고 기존 1개월이던 의사 처벌을 12개월까지 늘려 비판이 거세자 "처벌 강화를 백지화하는 것을 포함해 개정안을 재검토하기로 한" 이후 2년 만에 갑자기 발표됐기 때문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낙태죄 현행법안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계속된 지적에 관련 처벌 형법과 모자보건법이 위헌인지 가리는 헌법소원 절차를 밟고 있고 2017년 말 청와대도 국민청원 답변을 통해 현행 법제의 문제점을 언급하며 낙태죄에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을 인정한 바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이하 의사회) 성명서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앞선 8월 17일 비도덕적 진료행위 유형과 처분 기준을 세분화한 의료관계행정처분 규칙 일부 개정안을 공포‧시행했다. 그간 비도덕적 진료행위 유형이 구체적이지 않고 위반 시 행정처분 수위도 자격정지 1개월이던 것을 유형 세분화와 경중에 따라 1~12개월로 나눴다.
유권 해석 형태로 면허정지 1개월 처분을 내려오던 낙태죄와 관련해 개정안은 ‘형법 제270조를 위반해 낙태하게 한 경우 자격정지 1개월’로 명시하고 있다.
의사회는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비도덕적 진료행위의 유형을 세분화해 처분 기준을 정비하는 등 현행 제도의 미비점을 개선·보완한「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일부 개정안을 2018년 8월 17일부터 공포·시행한다고 밝히며 세분화안에 『형법 제270조를 위반해 낙태하게 한 경우 자격정지 1개월 』을 포함한 것에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강하게 유감을 표하는 바”라고 밝혔다.
또 “산부인과 의사는 전문적이고 의학적인 판단을 통한 충실한 조력자임에도 낙태문제에 있어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그에 따른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식으로 법 적용을 강요당한다”고 했다.
이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여성과 그들의 건강을 돌봐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피할 수 없는 양심적 의료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 산부인과 의사들을 범죄 집단인 양 사회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최근 여성단체 등에서 낙태죄를 폐지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인공임신중절을 금지하는 현행법 개정을 요구하는 사회적 요구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분위기에도 낙태를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치부해 법적 강제와 현실을 무시한 윤리적 의료를 강요 성취하겠다는 발상은 구시대적 발상이며 탁상행정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여성 및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 명백하다”고 했다.
이어서 “더이상 산부인과 의사들이 원치 않는 비도덕적 진료행위와 잠재적 범죄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우리나라 여성들과 산부인과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는 모자보건법과 형법 규정들을 현실에 맞게 전향적으로 개정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법조계는 낙태죄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1995년 개정 후 22년간 그대로 유지돼 온 형법 규정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보고 있다. 1973년 제정된 낙태죄는 사문화됐으나 2010년 이후 정부가 낙태시술 단속을 강화하면서 되살아났다.
*형법 제270조 : (의사 등의 낙태, 부동의낙태) ①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어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②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 없이 낙태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③ 제1항 또는 제2항의 죄를 범하여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④ 전 3항의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한다.
/ 이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