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작품] 내 삶의 권태기

▲ 땡벌 이보드레 57x37cm MDF판에 핫멜트 콜라주 2018.

                                                                                    - 큐레이터 황은희

이보드레 작가의 작품 속 인물은 뜨거운 여름 땡볕아래 지쳐있는 것 같다. 쓰러져가고 있는 것일까,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고 이는 해프닝을 만들어내게 한다.

이보드레 작가는 세계 최초로 글루건을 이용해 작업하는 작가다. 글루건은 일상 생활에서 보기 쉬운 재료다. 변형이 가능하고 투명하면서도 불투명하게 굳어지기도 한다. 사람의 마음도 이와 같다. 마음은 보이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마음에 따라 사람의 인품, 성격 등이 달라진다.

이와 같은 특성을 이용해 작가는 작품 속에 사람들의 마음, 즉 영혼을 표현하고자 했기에 핫멜트로 작업하는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사람들의 마음에 관해 작업하는 이보드레 작가는 우리의 마음에 일시에 찾아오는 권태기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사람은 살면서 어느 날, 어느 시에 갑자기 찾아오는 권태기를 맞이한다. 자신이 다니는 회사, 자신이 가르치는 사람들, 자신이 배우러 다니는 학교 안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도 모르는 감정과 마주하는 것이다.

그 권태기를 우리는 어떻게 맞이하는가, 그저 쓰러지고 있는가. 멈추고 잠시 휴식을 가지는가, 아니면 힘들게라도 일어나려고 하는가. 작가의 땡벌은 쓰러지는 중이라고 한다.

작업 속의 인물을 통해 마치 모든 주변의 상황은 무시되고 지금 자신의 감정만이 온 세상에 존재하며 뿜어지고 있는 상황을 작가는 표현했다고 한다.

동굴의 우상은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이 플라톤의 『국가론』 제7권의 소크라테스의 비유로부터 인용한 용어다. 개인적인 특성 때문에 사실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지 않는 편견으로, 동굴에 묶여 있는 포로들과 마찬가지로 넓은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의미한다.

동굴의 우상에서 시사한 바와 같이 그 감정에만 집중하다 보면 인생의 에너지가 소멸되다 못해 다른 환경과 다른 이를 신경 쓰지 못할 정도로 자신만의 감정과 상황에 갇히게 된다.

마치 자신의 감옥을 끌고 다니는 사람들, 마치 그런 우리들을 대변하는 듯 한 땡벌. 작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의 감옥에 갇혀보기도 하고 갇혀있는지도 모르는 채 살아간다고 말한다.

그 감옥을 이제는 인식하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 감옥과 같은 자신의 감정의 요동에서 이제는 거리를 두라는 것이다.

플라톤에 따르면 동굴에 갇힌 인간은 동굴 속에 켜진 촛불로 벽에 비친 그림자를, 즉 실제 세계의 가상을 진리로 여긴다고 한다. 동굴 속에 갇힌 인간은 자신들이 본 그림자만을 진리라고 여기면서 오류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우리의 스스로의 동굴, 감옥을 인지한 지금, 이제는 감옥을 벗어나 진정한 자유에 이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