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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노동’과 ‘근로’는 같은 것일까요?

- 편집국장 이영주 

 

[와이뉴스] ‘근로(勤勞)’와 ‘노동(勞動)’은 같은 걸까. 결론부터 제시하자면 아니다. 두 단어는 다소 의미가 다르다. 일상생활에서 이 두 낱말의 뜻 차이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예는 드물 것이다. 시각을 법률 쪽으로 돌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2022.5. 제397회 제2차) ‘근로에 관한 용어를 노동으로 정비하기 위한 환경노동위원회 소관 21개 법률 일부개정을 위한 법률안’ 검토보고 내용에서, 소병철 국회의원(더민주/ 전남 순천시·광양시·곡성군·구례군 갑) 대표발의(의안번호 제2114149호) ‘근로를 노동으로 용어 변경’안을 살펴본다.

 

해당 안에 따르면,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勤勞)’를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으로,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에 따라 노동 관계 법령에서 ‘근로’와 ‘노동’이 유사한 의미로 혼용되고 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근로(勤勞)’는 ‘부지런히 일함’을 의미하고 ‘근로자’는 ‘근로에 의한 소득으로 생활을 하는 사람’을 의미하며, ‘노동(勞動)’은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해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 또는 ‘몸을 움직여 일을 함’을 의미하고 ‘노동자’는 ‘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소병철 의원이 2021년 12월 29일 대표발의한 근로에 관한 용어를 노동으로 정비하기 위한 환경노동위원회 소관 21개 법률 일부개정을 위한 법률안이 이은 30일 당해 위원회에 회부됐다. 사용자에게 종속되어 일한다는 개념이 내포된 ‘근로’를 사용자와 동등하고 평등한 지위에서 일한다는 능동적 개념인 ‘노동’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소병철 의원의 발의안은 ①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②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③고용보험법 ④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⑤고용정책 기본법 ⑥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지원에 관한 법률 ⑦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⑧노동위원회법 ⑨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⑩노사관계 발전 지원에 관한 법률 ⑪산업안전보건법 ⑫산업재해보상보험법 ⑬산업현장 일학습병행 지원에 관한 법률 ⑭석면피해구제법 ⑮임금채권보장법 ⑯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⑰직업안정법 ⑱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⑲청년고용촉진 특별법 ⑳최저임금법 ㉑파독 광부·간호사·간호조무사에 대한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법률의 조문 중 ‘근로(勤勞)’라는 용어를 ‘노동(勞動)’으로 각각 개정하는 내용이다.

 

현행 헌법에서 ‘근로’와 ‘노동’은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 위 안에 따르면, 헌법은 제32조에서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라고 규정해 ‘근로’, ‘근로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제33조에서도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해 ‘근로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법률에서는 ‘근로’라는 용어와 ‘노동’이라는 용어를 혼용해 사용하고 있으며, ‘근로자’ 또는 ‘노동자’라는 용어도 혼용해 사용하고 있다. 정부부처 또는 그 소속기관의 명칭 사용과 관련해 살펴보면, ‘고용노동부’, ‘노동위원회’와 같이 정부부처 또는 소속기관의 명칭으로 ‘노동’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근로(자)’에서 ‘노동(자)’로의 용어 변경은 제20대 국회에서 논의된 바 있다고 한다.

 

범위만 확장됐을 뿐, 이와 유사한 내용은 1940년대 일본 사회에서도 볼 수 있다. 1940년 11월 23일 결성된 대일본산업보국회와 함께 재편된 산업보국회는 근로를 핵심적 이념으로 강조했다. 사업주와 종업원은 모두 국가에 봉사하는 근로자가 되었을 때 비로소 진정한 국민이 되며 (중략) 산업보국회가 근로조직으로 재규정되면서 임금의 의미도 달라졌다. 근로는 국가를 위한 봉사였다. 따라서 임금은 개인의 근로에 대한 보상이 아니었다*고 한다. 여기서는 ‘근로’의 개념을 ‘국가에의 봉사’로 해석해 ‘종속’의 대상이 확대됐었던 것을 볼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본 것처럼 ‘근로’와 ‘노동’의 사전적 개념 외에도, 통용되는 인식상으로도 약간의 차이를 두는 것 같다. 즉, ‘근로’는 힘써서 일하는 것, ‘노동’은 몸을 써서 일하는 것으로 해석하며 또, ‘노동’이라는 단어가 ‘저항’의 의미 내지는 ‘육체적 작업’에 한정된다는 의미로도 풀이하는 측면이 있는 듯하다.

 

‘노동(勞動 Labor Arbeit)’의 명확한 의미는 ‘사람의 생계·생존·생활을 위한 모든 것들 또는 그것으로 바꿀 수 있는 화폐를 얻기 위해서 특정한 대상이 육체적·정신적으로 행하는 모든 활동’으로, ‘노동’을 단순히 ‘육체를 사용한 작업’으로 해석하는 것은 용어의 협소한 해석이라 할 수 있다. ‘노동’의 의미는 ‘색깔(블루Blue 화이트White 실리콘Silicon 등)’과 관계 없다. 중견기업의 ‘사장(대표)’도 퇴직급여를 수령했다면 ‘근로자(노동자)’로 본 판례도 전해진다.

 

개정안은, 법률에서 사용되고 있는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근로자’라는 용어는 ‘노동자’라는 용어로 대체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종속되어 일한다는 개념이 내포된 ‘근로’를 사용자와 동등하고 평등한 지위에서 일한다는 능동적 개념인 ‘노동’으로 변경해 노동의 주체성과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고, 현행 노동관계 법령 등에서 혼용해 사용되고 있는 ‘근로(자)’와 ‘노동(자)’을 ‘노동(자)’으로 일원화해 법률 용어의 가치중립성과 명확성을 확보하고, 법령상 용어의 통일성과 일관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작업을 완수하려면 많은 수고와 인력,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대한민국 법체계는 대륙법계로 로마 독일 일본을 거쳐 파생됐다. 실제로 형법의 경우는 조문 일부가 일본의 그것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경우도 현존한다. ‘근로’라는 단어가 국가를 위해 개인이 희생하는 전제주의적 성격(의미)을 띠고 있다면 조금씩 고쳐 나가는 것이 맞을 것이다. 지금 당장 ‘개선’이 어렵다면 ‘근로’와 ‘노동’이 다른 개념임을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시작이 반이니.

 

 

*이종구, ‘기업사회 일본과 노동운동의 형성’, 북인더갭,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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