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학 강사의 퇴직금 진정을 대리하면서

- 황주원 법학박사/ 공인노무사 

 

[와이뉴스] 지난 8월 31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저주토끼라는 작품으로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정보라 작가는 연세대학교를 상대로 지난 10년 동안의 강의에 대한 퇴직금 지급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2022년 8월 31일은 강사법이 적용되기 이전 2019년 1학기를 마지막으로 강의하였던 강사들의 퇴직금 3년의 소멸시효가 만료되기 바로 전날이다.

 

정보라 작가를 지지하는 비정규직 대학 강사들은 기자회견을 하면서 “판사들의 임금을 재판시간에만 한정해서 산정한다고 상상해 보라. 이를 사회적으로 확장해보라. 노동자 대부분은 초단시간 노동자로 전락할 것이고 임금 개념은 엉망진창이 될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 얘기인가.” 이러한 예시를 들었다.

 

근로기준법에서 ‘퇴직급여제도’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하 ‘퇴직급여법’이라 한다)이 설정한 대로 따른다는 매개 규정을 두고(제34조), 퇴직급여법은 사용자는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퇴직급여를 지급하기 위하여 퇴직급여제도 중 하나 이상을 설정하도록 하였다(제4조). 만약 퇴직급여제도를 설정하지 않은 경우에도 퇴직금제도를 설정한 것으로 보았다(제11조). 근로자가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4주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는 퇴직금제도가 적용제외 되었다(제4조 제1항 단서).

 

대학 강사의 경우 1주간 15시간 이상 강의하는 강사가 있을 수는 있지만, 극히 드물고, 설령 요건이 된다고 하여도 강사가 퇴직금 지급을 청구할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대학 강사의 퇴직금 지급에 대하여 고등교육법(강사법)에 구제척인 규정이 없다. 다만, 강사의 퇴직금에 대하여 ‘대학 강사제도 운영매뉴얼’에서 노동관계법을 적용하여 ‘퇴직금제도’를 운영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2019년도 2학기 강사법이 시행된 이후 교육부에서는 강사의 퇴직금을 ‘교육부 지침’에 따라 인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1년 이상 임용되었고 1주 5시간 이상 강의를 하는 경우 퇴직금 지급대상이 된다”고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 현장에서는 ‘퇴직금제도’ 또는 ‘퇴직연금제도’를 설정해 운영하고 있다. 교육부 지침의 변경으로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2019년 2학기 이후부터 강의를 수행한 강사들이다.

 

정상적으로라면 이미 지급해야 할 자신들의 퇴직금 및 법정 수당의 책임을 대학이 회피한 결과 2019년 1학기까지 대학에서 강의한 시간강사들의 권리는 3년의 소멸시효가 지나 민사적으로는 권리구제가 어렵게 되었다.

 

현재 대학에서는 교육부 지침에 따라 2019년 2학기 이후부터 퇴직금 근로계속기간을 인정하여 퇴직금을 지급하고 있다. 즉 2019년 1학기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강의를 한 경우에도 2019년 2학기 이후의 기간만을 계속근로기간으로 인정하여 퇴직금을 산정하여 지급하고 있다. 과연 2019년 1학기의 시간강사와 2019년 2학기의 시간강사가 노동법적으로 다른 점이 있는지 의문이다.

 

최근의 경향을 보면 2019년도 1학기 고등교육법(강사법) 개정 이전의 퇴직금의 경우에도 퇴직금 지급 요건(주당 5시간 이상의 강의 + 2학기 이상의 강의)에 해당하면 개인이 소송을 제기하는 등 권리구제를 하는 경우 개별적으로 대학에서 소송의 결과에 따라 지급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는 공인노무사로 소송이 아닌 고용노동부 임금체불 진정을 대리하여 강사들의 권리구제를 돕고 있다. 필자가 진행하고 있는 사건에서는 노동청이 실제 대학에서 2019년 1학기 이전 퇴직금에 대해서 강의시간 및 강의준비시간에 대한 법리를 인정하고 강사에게 합의를 요청하여 합의가 되었다.

 

대학들도 이러한 법리를 잘 알고 있고, 실제로 지급해야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개별적으로 권리구제를 하는 경우에만 이를 인정하고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 강사들이 아주 오랫동안 근무를 하는 경우도 드물고, 시간당 강의료도 크지 않아 최소 수백만 원이 드는 소송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퇴직금 청구 소송에 나설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이에 대하여 대학들에 강사법 이전의 퇴직금에 대해서도 지급을 해야 된다는 지침을 마련하여 제도적인 대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