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선생님이 보육까지 할 판”- 취학연령 하향 학제 개편이 불러온 ‘파장’

  - 편집국장 이영주 

 

[와이뉴스] “선생님이 보육까지 할 판이야.”

교육부의 취학연령 하향 학제 개편안이 나오고 나서, 칼럼을 준비하던 차에 대학 동기들에게 관련 견해를 구하자 나온 말이다. ‘현장’의 생생한 육아 경험이 있는 그들은

“만 5세면, 아이에 따라 똥도 못 닦아.”

라며 만 5세 취학연령 하향을 비판했다.

 

이어 발표안대로 개편되면 교육과정 전체를 ‘수정’해야 하고, 어린이집은 물론 유치원과의 문제는 어떻게 되는 것이며, “영유아 놀이중심으로 (교육정책을) 개정해 놓고 취학(시기)을 당기면 그 또한 무너지는 것이다. 사교육을 부추기고 순수하게 놀아야 할 아이들에게 밝고 맑은 정신보다 태어나면서부터 경쟁하며 정신병 걸리라는 건지..”하는 우려도 보였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앞선 7월 29일 “영·유아 교육을 강화하는 유보통합을 추진하고 1년 일찍 초등학교에 진입하는 학제개편 방향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밝혔다. 3년 뒤부터 단계적으로 취학 연령 하향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오는 2025년부터 4년에 걸쳐 입학 연령을 3개월씩 앞당기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이의 당위로 “(취학연령 하향조정은)사회적 약자도 빨리 공교육으로 들어와서 공부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1949년 최초 제정된 ‘교육법’ 제96조에서부터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만 6세로 정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은 취학 의무를 정해둔 제13조에 ‘모든 국민은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이 6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3월 1일에 초등학교에 입학시켜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OECD 38개 회원국 중 영국을 비롯한 네 개 나라만 만 5세 입학을 하고 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당기면 사회진출 시기도 빨라지면서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있기 때문에 정부의 교육 개혁 방안 중 하나로 계속 거론돼 왔다고.

 

2006년 기준 우리나라의 입직연령은 25.0세(대졸자 26.3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2.9세(2000년)보다 2년가량 늦고,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입직연령이 1세 낮아지는 경우 초혼연령이 평균적으로 0.28세(약 3개월) 낮아진다고 전해진다.

 

통계청 출생아 수를 토대로 추산한 결과 2025학년도에 입학할 2018년 1월∼2019년 3월생 아동은 40만 9천852명으로 2017년생(35만 7천771명)보다 5만 2천 명가량 많으며 2026학년도와 2027학년도에 입학할 출생아도 각 36만 1천504명, 33만 3천355명으로 30만 명을 넘는다고 알려졌다.

 

해당 안대로 2025년부터 학제가 개편된다면 2025년에 초등학교에 입학생들은 2018년 1월∼2019년 3월생이 되고, 오는 2026년에는 2019년 4월∼2020년 6월생, 2027년에는 2020년 7월∼2021년 9월생, 2028년에는 2021년 10월∼올해 12월생이 취학한다는 뜻이라고 알려졌다.

 

박 부총리는 이어 한 라디오 방송에서 “너무나 많은 우려사항(이 있고), 어떤 선호도가 낮다고 한다면 사실은 12년에 갈 수 있겠다. 1개월씩 당겨서”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게 되면 2025년에 2018년 1월∼2019년 1월생 입학, 2026년에 2019년 2월∼2020년 2월생 입학, 2036년에 2029년 12월∼2030년 12월생이 입학하기까지 한 해에 걸쳐 취학연령을 앞당기게 된다고 한다.

 

애초 예정대로 4년 간 입학연령을 앞당기게 되면 최대 15개월 차이가 나는 학생들이 동급생이 돼 학교 현장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입시 경쟁도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대안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직 초등학교 교사에게 관련 견해를 물었다. 그는 일단 “우려가 아주 크다”고 답했다.

 

“취학연령 하향은 단순히 학교를 일찍 보내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교육과정은 학생 발달 정도에 따라 수정되고 조정되면서 계속 수시 개정되어 왔다. 일례로 수학 6학년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의 이해가 어려운 미지수 x, y, 정비례, 반비례의 개념은 2015 개정 교육과정부터 중학교 1학년 과정으로 조정되었다.

 

연령 하향이 되면 ‘같은 13살(12세 포함)’에 6학년 내용이 아니라 중학교 내용을 배우게 되는 것이 돼 버린다. 초등학생의 경우 고2 학생이 고3 수준을 배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저학년일수록 개월에 따라 학교 수업 수준을 따라가는 것에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연령 하향은 이와 같은 인지발달 수준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뿐만 아니라 교육부에서는 학생 수 감소에 따라 4년에 걸쳐 입학해도 학교 수용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데, 전체 수를 대상으로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평균의 오류에 빠진 것이다. 소규모 학교들은 문제가 없겠지만 현재 신도시와 같은 과밀학급 지역은 지금도 과밀이 심하다. 4년에 걸쳐 입학 학생 수를 나눠도 학생 수 감당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연령 하향의 이유가 학생들에게 공적 돌봄 서비스를 더욱 일찍 제공한다는 요지인데 지금도 신도시 학교들은 돌봄교실 들어가려면 대기는 기본이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건 이 모든 결정과 추진을 단 한 번의 의견수렴 없이 전격적으로 발표하여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청회도 학생 1만 명, 학부모 1만 명의 의견을 수렴하고 1년 시범운영 후 전면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정작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교육을 하는 교사의 의견수렴도 없고 각 시도교육감 의견 수렴조차 없다는 점이 매우 개탄스럽다.

 

70년을 유지한 학제를 1년간 새로운 학제로 시범운영 후 이렇게 단기간에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한다면 현장의 혼란과 문제점들이 산적할 것으로 (예상되어), 매우 우려스럽다.”

고 밝혔다.

 

그렇다면, 현 중학생의 입장은 어떠할까. 한 중학교 2학년 학생은 관련 질의에

“(만 5세면) 아직 더 놀고, 놀이학습을 통해 사회성을 길러야 될 때 학교에 (들어)가는 것은 좀 좋지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취임 전부터 ‘만취 운전, 대학생 갑질, 아들 불법 고액 컨설팅 등’의 문제가 제기됐었다. 앞선 7월 5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공전(空轉)으로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임명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이 늦어져 언론과 야당에 공격받느라 고생 많았다”고 말했다. 이날 박 장관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았다.

 

박 장관이 자신의 취임 전부터 ‘시끌’했던 분위기를 잠재우고, 본인을 임명한 대통령에게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라는 견해들도 속속 나온다.

 

취학 연령 하향 개편이 논의되자 한 경제학자는 “출생률이 저조하니 아이들을 학교에 일찍 들여보내서 세금을 빨리 걷자는 계획이 아닌가”하는 분석을 내놓았다.

 

국민 반대도 거세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의원실에 따르면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등 13만 1천7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온라인 조사에서 응답자의 97.9%가 초등 취학연령 하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이 중 매우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95.2%에 달했다고 전해진다.

 

앞선 1일 발표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의 긴급 설문조사에서도 교원의 94.7%가 만 5세 초등 입학에 반대했고 여기에는 전국 유·초·중·고 교원 1만 662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또 하나는 코로나다. 2020년 전후 몇 년간 출생한 영·유아들은 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을 직접 받았으며 사회적 접촉이 줄었고, 어린이집에서도 상황에 따라 만 2세부터 마스크를 쓴 채 생활한다고 한다. 지금도 코로나19 유행이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태어날 영·유아들도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취학연령 하향 학제 개편은 오히려 ‘역효과’일 수 있다.

 

사태가 이쯤 되자 윤석열 대통령은 해당 사안 관련, 교육부에 신속한 공론화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연일 내려가는 대통령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상북도교육청과 대구시교육청도 신중하게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무엇보다, 학부모와 교사 단체들이 강한 반기를 들었다. 이들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초등취학저지’를 위한 범국민 집회를 열고 있다. 여름의 한낮, 최고 기온 섭씨 37도를 웃도는 찜통더위에 학부모들은 연일 피켓을 들고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국가공무원법 제2조에 따라 교육부 장관은 공무원이다. 또한 대한민국헌법 제7조는 공무원의 신분과 의무에 대해 명시한다.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상황이 이쯤 되면, 과연 ‘공무원’이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인지 하루하루 먹고살기 힘든 대다수 ‘국민’이 소수 ‘공무원’의 ‘인식 전환’을 위해 힘쓰는 것인지 분간하기 힘들 지경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교육부는 해당 정책 발표 후 최근 약간의 ‘후퇴 이미지’를 주는 듯도 하다고 전해진다.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다. 이토록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설익은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이유가 대관절 무엇인가. 초등학교 1학년부터 글자 쓰기와 외우기, 시험 문제 풀이 따위로 정신이 없다*는데, 그러한 공교육의 틀 안으로 만 5세를 들여보내려는 저의(底意)가 부디 위에서 언급한 경제논리와는 별개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마지막으로 ‘만 5세 초등입학 계획 즉각 철회’와 ‘전문적 식견 없이 독단적으로 정책을 고수하는 교육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단체들의 명칭을 소개한다.

 

『공동주관

사)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경기교사노동조합,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교육과정디자인연구소, 대전교사노동조합, 대한어린이교육협회, 부울경생태유아공동체, 수도권생태유아공동체생활협동조합, 아이들이행복한세상, 장애영유아보육·교육정상화추진연대,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 전국유아특수교사연합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한국4년제유아교사양성대학교수협의회,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구성주의유아교육학회,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 한국생태유아교육학회, 한국어린이문학교육학회, 한국어린이미디어학회, 한국열린유아교육학회, 한국영유아교원교육학회, 한국유아교육학회, 한국유아교육행정협의회, 한국유아교육협회, 한국유아특수교육학회,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한국육아지원학회, 한국전문대학교유아교육과교수협의회』

 

 

*동화를 어떻게 쓸 것인가, 이오덕, 삼인,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