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수임하는 사건과 변호사의 인품 사이에는 정비례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 편집국장 이영주 

 

[와이뉴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法治主義 rule of law, nomocracy) 국가이다. 법치주의의 근원적 이상은 통치자 자의에 의한 지배가 아닌 합리적이고 공공적인 규칙에 의한 지배를 통해 공정한 사회협동의 체계를 확보하려는 데에 있다고 알려져 있다.

 

지금 당장 알고 있는 법률(法律 주로 입법부의 심의와 의결을 거치고 국가 원수가 서명·공포하여 효력이 발생하는 법의 한 형식)의 종류를 떠올려 보라. 헌법에서부터 민법, 형법, 상법 등을 비롯해 행정, 사회, 노동, 경제, 국토, 건축, 정보통신, 세법, 산업재산 등 아주 많은 분야가 떠오를 것이다. 이는 역설(易說)하면, 현대인은 매우 다양한 법령 하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는 뜻일 게다.

 

법치주의가 허하는 법을 통해 자신의 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법률 전문가가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사건이 ‘본격화’ 돼 재판정에서 서게 되면 그 상황에서 필요한 사람은 바로 변호사(辯護士 lawyer, attorney)일 것이다. 행정기관의 하나인 검찰청에 속한 검사와는 달리, 변호사는 공공성을 가지면서도 국가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민간에 속했다고 알려진다.

 

변호사 윤리 규약 제1조 사명에서 ‘변호사는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향상시키며 법을 통한 정의의 실현을 위하여 노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변호사는 법을 다루는 실무가로서 형사소송에서 피고인 등을 위해 변호하거나 민사·행정 소송 등에서 소송의 당사자들을 대리해 소송을 수행하거나 법률 자문을 해주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을 일컫는다.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제4항(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다만,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규정한다*. 이 조항 후단에서의 ‘국가가 붙이는 변호인’이란 국선변호인으로, 사선변호인이 선임되지 않은 경우에 피고인을 위해 법원이 국가의 비용으로 변호인을 선정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다음과 같은 사항에 해당하는 피고인의 경우는 법원에서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임한다.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영장실질심문절차에 회부된 피의자에게 변호인이 없는 때 △피고인이 구속된 때 △미성년자인 때 △70세 이상인 때 △농아자인 때 △심신장애의 의심이 있는 자인 때 △사형, 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 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때 △피고인의 연령, 지능, 교육정도 등을 참작하여 권리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고 피고인이 국선변호인의 선정을 희망하지 아니한다는 명시적인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때 △치료감호법상 치료감호청구사건의 경우 △군사법원법이 적용되는 사건의 경우 등이다. 이 외에 피고인이 빈곤 그 밖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을 때에는 법원에 국선변호인 선정을 청구할 수 있다.

 

근래, 변호사가 특정한 업무에 발탁되는 과정에서, 해당 변호사가 과거 수임했던 사건의 성격과 그 변호사의 인격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듯하다. 즉, 어떤 한 변호사가 과거 인면수심의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를 변호했다는 사유 등으로 해당 변호사가 그 직책을 맡는 것은 윤리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논리를 펼치는 것이다.

 

위와 같은 논리의 근거가 빈약한 사유를 다음 세 가지 근거를 통해 피력하고자 한다.

 

우선 변호인은 그들 내부에서 이미 강력한 윤리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변호사윤리장전 제14조 제1항은 “변호사는 의뢰인의 범죄행위 기타 위법행위에 협조하여서는 아니 된다. 직무수행 중 의뢰인의 행위가 범죄행위 기타 위법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된 때에는 즉시 그 협조를 중단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변호사법(제24조 제2항)은 “변호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에 진실을 은폐하거나 거짓 진술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하나, 국선변호인의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직권으로 선정하는 경우도 많다.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8항은 지방법원 판사는 구속영장실질심사에 형사피의자에게 변호인이 없는 경우 직권으로 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또 동법 제214조의2 제10항에서도 체포·구속적부심사에서도 피의자에게 변호인이 없는 경우에는 법원이 직권으로 또는 피의자의 신청에 따라 국선변호인을 선정할 수 있다고 적시한다. 또 국선변호인의 경우는 법원 또는 지방법원 판사가 그 선정을 취소해야 그 자격이 종료된다. 더불어 피고인 또는 피의자는 국선변호인 변경 신청을 할 수 있다. 신청이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때, 법원과 지방법원 판사는 국선변호인의 선정을 취소하고 다른 국선변호인을 선정할 수 있다(형사소송규칙 제18조 제2항 2호).

 

마지막으로, 변호인은 피의자 또는 피고인에게 법적 조언을 하는 권리와 의무를 지닌다. 이와 같은 변호인의 법적 조언에는 한계가 없다고 보는 것이 통설이다. 변호인은 기본적으로 피의자 또는 피고인에게 그의 혐의에 관한 죄명, 적용법조, 피해액, 수사계획, 신병, 송치 및 처분결과에 대해 파악해 알려주어야 한다. 또 사건의 실체에 대해 피의자로부터 파악한 바에 따라서 혐의사실 인부(認否) 및 변호전략을 수립해 주어야 한다*.

 

수많은 법령들 사이에서 일상을 영위하는 현대인들이 예기치 않은 실수를 범하거나, 누명을 쓰게 된 경우에 누구를 가장 먼저 찾을 것인가. 국가 사회의 공공질서와 안녕을 보장하고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을 주로 담당하는 경찰(警察)에게 달려갈 것인가. 물론 이들은 시민의 안전을 보호하기도 하지만, 잘못을 저지른 자가 누구인가를 정확하게 가려내고 때로 그에게 벌을 주는 역할도 한다. 대한민국 형법은 사인(私人)에게 자력구제를 금하고 있다. 즉, 개인이 ‘죄를 지은’ 개인에게 자체적 혹은 사적으로 권리의 청구행사 또는 쉬운 말로 ‘복수’를 금하고 있다는 뜻이다. 해서 위와 같은 일들이 벌어졌을 때 곧바로 찾아야 할 이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변호인일 것이다.

 

독자들 가운데에서는 혹, ‘죄를 지었으면 그에 합당한 벌을 받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분도 계실 것이다. 맞다. ‘합당한 벌’을 주기 위해 변호사가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휴먼레터에 따르면 무죄추정(無罪推定)의 원칙이라 함은, 재판에서 최종적으로 유죄라고 판정된 자만이 범죄인이라 불려야 하며, 단지 피의자나 피고인이 된 것만으로는 범죄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원칙을 말한다.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라고 하여 무죄추정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또 오늘날의 형사소송체계 하에서는 설령 ‘백 명의 죄인을 놓치더라도 한 사람의 무고한 사람을 처벌하지 말라’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관철돼야 한다는 이념이 전 세계적으로 확립됐다고 전한다.

 

만약, 정말 흉악한 범죄를 고의적으로 저지른 것이 ‘명명백백한 경우’의 범인이라면, 그들에게 윤리적 형벌을 가하기를 피해자가 강력하게 원하는 경우라면, 용서하시라. 이 물음에 수개월간 고민하고 고심했으나 만족할 만한 명확한 답을 구하지는 못했다. 한 가지 생각해둔 것은 용서와 관용 정도였다. 또 이러한 용서와 관용을 통해 한 명의 흉악한 범죄자가 개과천선하여 두 명, 세 명의 예비 혹은 기존 범죄자들을 선도(善導)할 수 있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일어나는 ‘중화’현상에 의해 이로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함께. 다만 문두에서 밝힌, 법치주의 사회 안에서 범죄를 저지른 이가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하기 위해서 변호사가 필요하다는 것과, 변호사가 없이는 원활한 재판 과정이 진행되기 힘들다는 점을 우선 들어둔다.

 

이렇게는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본인에게, 혹은 자신이 아끼는 소중한 누군가에게 억울하고 답답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죄를 짓기는 했으나 진실로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고자 할 때에 그럴 때 변호사가 절실하게 필요할 것이다. 물론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주인공이 말도 안 되는 누명을 썼고 어떤 변호사가 사건을 복기(復碁)해 결과를 뒤집는 일이 현실에서 발생하지 않는 것만은 아니다. 실제로 그러한 사건으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유명세를 탄 변호인들도 있다. 허나, 모든 사건의 피의자들이 모두 누명을 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에 가깝고, 모든 변호사가 그러한 ‘멋진’ 사건들만 맡으려 한다면, 정작 ‘나 혹은 내 소중한 이’의 ‘추악한 면’까지 경청해주고 신뢰해주는 변호사는 도대체 어디에서 구한단 말인가. 오히려 남들이 맡지 않으려는 사건을 수임하고 그 피의자를 진정을 다해 ‘인간적’으로 대하는 변호사야말로 뛰어난 변호사가 아닐까. 마지막으로 변호사법 제1조 변호사의 사명 제1항을 남기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변호인 조력의 헌법적 보장” -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 연구책임자 김현귀 책임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