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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장성광업소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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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뉴스] 앞선 25일 오후 강원도 태백시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 방문 르포 기사입니다. 

 

 

■ 프롤로그

일순 찬바람이 홱 끼쳤다. 순간 든 생각은 ‘많이 외로웠겠다’였다. 이 갱구를 거쳐 작업을 하러 가면서 수많은 채탄부(採炭夫)가 겪었을 소회들.

 

장성 갱구 입구 앞에서조차 그 서늘한 기운은 고스란히 전해졌다. 어둠. 광업소 내부 갱구 안의 어둠은 도시의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물론 케이지 외양의 엘리베이터까지는 띄엄띄엄 조명이 설치돼 있었으나 그것마저도 인조 건물에의 것과는 조도(照度) 자체가 달랐다. 인공의 것이 철저히 배제된 자연 그대로의 암흑 그 자체였다.

 

 

갱 입구 우측에는 아치형 철 구조물이 세워져 있었는데, 이는 갱도를 확장할 때 사용하는 구조물이라고 보면 된다. 이 구조물 한 세트가 크게 세 개로 나뉘는데 그 하나의 무게는 60kg 정도이며 광부 혼자서 이 무게를 들어 올려 이동하고, 보통 2-3개를 하루에 설치한다고 한다. 구조물이 작은 것은 미터 기준 가로 세로 2.8*2.1이고 큰 것은 3.9*2.6 크기이다.

 

갱(坑)은 광물을 파내기 위해 땅 속을 파 들어간 굴이며 갱구(坑口)라 함은 갱도의 입구를 뜻한다. 갱구에서 승강기까지는 약 500미터다. 장비와 캐낸 광물을 나르는 기관차 레일이 두어 개 겹쳐져 있고, 한 번 돌았다(방향을 틀었다)는 노동조합 대의원의 설명으로 봐서 직선은 아닌 듯했다. 갱도는 대체로 평평했고 잘 닦인 시골길 같았다. 중간중간 작은 돌들이 튀어나와 있고 레일이 교차하는 지점과 그 교차를 위한 설치물들이 바닥에 있었다. 레일 안(두 개의 철로 사이)은 평평했으나 양 레일 밖은 약간 경사졌는데, 기찻길을 연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레일이 옆의 땅보다 약간 위에 있는 형태. 천장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졌는데 이 역시 간헐적이었다. 마치 수백만 년 전에 생성된 동굴에 들어온 듯한, 문명의 세계를 떠나 천연 그대로의 자연과 마주 선 듯한 일면 신비로우면서도 약간의 생경함이 있었다.

 

노조 대의원은 갱구에 들어서기 전 광부의 안전모 전면에 배치된 소형 전등을 건넸다. 각기 하나를 들고 갱구에 들어섰지만, 대의원은 객(客)을 위해 옆으로 비췄고 객 또한 대의원의 길 앞이 우려돼 반대 옆으로 비췄기 때문에 두 불빛은 교차해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한 200미터 온 것 같았는데 거의 다 왔다고 말했다. 엘리베이터 앞에는 공차라고 하는 재료 운반용 도구가 연이어 있었는데 윗면이 열린 상자 같다고 표현하면 맞을 것이다. 그 통 하나에만 3톤의 무연탄을 실을 수 있다고 한다.

 

 

엘리베이터는 3단으로 이뤄졌는데 각 층에 정원에 맞게 사람을 태우고 지하로 내려간다. 장성광업소는 해발 고지 600미터대이고 거기에서 해수면 밑으로 75미터 간격으로 150미터, 225미터, 최대 300미터까지 내려간다. 최장 900미터가량 내려가는데 광부들이 겪는 기압 차가 발생하는 이유다.

 

장성광업소는 지하로 내려가며 석탄을 캐기 때문에 깊이가 더해질수록 비교적 최근에 개발한 갱도라고 한다. 해수면 아래 75미터에서의 생산은 2019년 9월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탄광전문가에 의하면 과거 석탄을 채굴한 땅속은 곳곳에 물웅덩이가 형성돼 안전사고 위험도 높다고.

 

엘리베이터는 초속 6.8미터, 약 2분이면 900미터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고 한다.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전에 예비종 같은 것이 울리는데 금속 종소리 결이고, 예전 학교에서 치던 종소리 크기의 20배가량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듯하다. 3번 치면 내려간다는 신호, 2번은 올라온다는 신호다. 이 소리는 각 지하 입구에서 들린다고 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광부들은 당일의 작업장까지 2-4km를 이동하는데 이 때에는 갱내에서 운영하는 기관차인 인차를 타고 간다. 종합하면, 작업장에 도착하기 위해 광업소 내에서만 최장 5.4km를 이동(500→, 900↓, 4km→)해야 하는 것이다. 시간은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

 

다시 갱구. 갱구로 들어가는 광부들은 가방을 하나씩 메고 있었는데 그 안에는 작업복이 들어 있다고 했다. 지하 갱내의 온도는 섭씨 32-33도로 작업 후에는 옷 전체가 땀으로 젖기 때문에 환복을 하고 지상의 갱구로 올라온다. 갱구에서 나오면 장화를 간단히 세척할 수 있는 물 호스가 있고, 목욕실, 탈의실, 세탁실 등이 있는데 별도의 작업자가 세탁을 해서 각각의 옷장 아래에 설치된 작은 입구로 넣어주면 옷장 소지자가 위에서 열어 꺼내 입는다고 한다.

 

 

■ 탄광 산업의 ‘시조새’ 장성광업소

강원도 태백시에 위치한 장성광업소는 가히 탄광 산업의 시조새 격이다. 한국문화원연합회에 따르면 태백시에서 가장 먼저 석탄이 발견된 곳은 장성동의 ‘거무내미’로 장성광업소 인근 지역이다. 1936년 4월 삼척개발주식회사 삼척탄광 장성갱으로 개광해 1950년 11월 대한석탄공사 산하 장성광업소로 운영된다. 장성광업소는 국내 유일 수갱(수직갱도)이 두 곳 존재할 정도로 규모가 크며 제1수갱은 1969년, 제2수갱은 1985년 준공됐다. 장성광업소는 1979년 개광 이래 최대 생산량 228만 톤을 생산했으며 2000년 기준 석탄매장량은 1억 7592만 톤으로 전국의 12.1% 점유율을 지닌다. 이 중 가채매장량은 3205만 톤으로 전국 8.8%이며 생산규모는 2000년 기준 72만 3000톤으로 전국 17.4% 점유율이다. 평균 탄폭은 4.1미터, 탄층은 14km에 이른다.

 

 

■ 사양길의 탄광산업

현재 국내에 남아 있는 탄광은 대한석탄공사 산하 태백 장성, 삼척 도계, 전남 화순 세 개와 민영 탄광인 경동상덕 광업소 총 네 곳뿐이다. 태백에서 1989년 한 해 15개의 탄광이 문을 닫았다. 이는 당시 태백지역 46개 탄광의 33%에 해당한다. 국내 전체 탄광 근로자 수 또한 1988년 6만 2259명에서 2020년 2219명으로 줄었다. 2016년 3/4분기 대한석탄공사 임직원 수는 1399명이었는 데 반해 2021년 12말 기준 직원 수는 738명이다.

 

정부는 1987년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을 펴낸다. 이는 가정용 연료가 연탄에서 석유로 빠르게 대체되며 나온 대응이다. 자세히는 1988-2005년까지 대한민국 정부가 추진한 석탄산업 구조조정 정책이라고 보면 된다. 대한석탄공사도 소비 감소에 따른 생산량과 인력 감산 감원을 매년 시행했다. 2018년 석탄공사의 연간 생산량은 1988년 대비 87.5%로 줄었으며 같은 기간 직원 수도 줄었다.

 

2021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제6차 석탄산업장기계획에 따르면 2016년도에 석탄 수요는 150만 톤이었는 데 반해 2020년에는 91만 톤으로 줄어들었다. 공급도 동 기간 177만 톤에서 102만 톤으로 줄었다. 반면 재고는 동 기간 125만 톤에서 184만 톤을 기록하고 있다.

 

대한석탄공사는 정부의 공공기관 기능조정방안(2016.6.)에 따른 단계적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과 인력 규모 축소를 지속해 추진했다. 그럼에도 판매부진과 생산원가 증가로 경영악화는 지속됐다. 연탄 수요 감소로 석탄판매량은 2016년 74만 톤이었는 데 반해 2020년에는 18만 톤으로 줄었다. 반면에, 생산규모 감축에 따른 고정비 증가, 갱도 깊이 심화 등으로 생산원가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16년 12.5만 원이었던 톤당 생산원가는 2020년 35.6만 원이다. 이는 수입 석탄의 CIF(Cost Insurance and Freight, 운임·보험료 포함 인도조건) 톤당 101.9달러(2017년 기준)에 비하면 세 배가량 많은 수치다.

 

대한석탄공사의 적자 폭도 지속 확대되었다. 2020년 말 기준 누적부채는 2.1조 원 수준이며 연도별로는 2016년 1조 6462억 원, 2017년 1조 7577억 원, 2018년 1조 8207억 원, 2019년 1조 9813억 원, 2020년 2조 1058억 원이다.

 

위 자료에서 연탄용 석탄수요는 향후 지속 감소를 전망했다. 2021년 이후 총 수요는 예측방식별로 247만-333만 톤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미래 예상하지 못한 연탄 수요 변화, 에너지 안보 등에 대비해 장기적으로 적정 수준의 비축 규모인 100만 톤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석탄공사는 2021년 40만 톤을 생산했고 2022년에는 33만 톤을 예상한다고 전했으며, 노조의 ‘탄광 유지 기간 3년 설’은 여기에서도 도출될 수 있다.

 

 

■ 대안, 우려, 의문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는 이르면 2024년 폐광된다고 알려진 상태다. 정부는 국영 탄광을 단계적으로 폐광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지며 강원도 내의 탄광 전면 폐광은 현실화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규모가 큰 장성광업소 폐광은 태백시 자체적으로만 지역내 총생산(GRDP)의 25% 감소라는 후폭풍이 예상된다는 분석도 팽배하다. 태백시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지정 사전분석용역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장성광업소 폐광 시 지역경제 피해(매출 감소) 규모는 2359억 원으로 예상됐다. 이는 2016년 태백시 GRDP 9725억 원의 24.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어 전략자원의 포기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와 함께 근본 대안도 요구되고 있다. 석탄합리화 정책 시행 이후 강원도 내 태백 삼척 영월 정선 폐광지역 4개 시군 인구는 1989년 41만 456명에서 2012년 기준 17만 9996명으로 56.1%(23만460명) 줄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태백 장성광업소에 국내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관련 연구용역도 이미 마쳐 수만 명의 일자리도 새로 만들어질 것이라는 보고서도 나왔다고. 여기에는 탄광 근로자를 비롯한 노사정 합의가 사업 추진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차 산업혁명으로 수요가 급증하는 데이터센터를 구축 방안을 비공개로 추진하고 있다고 알려졌는데 2021년 6-11월 진행한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 검토 결과 삼척과 전남 화순 등 전국 주요 폐광지 가운데 태백 장성광업소가 가장 적합한 입지로 드러났다고. 데이터센터 입지는 많은 수의 기계에서 뿜어져 나오는 발열을 효과적으로 잡을 수 있는 곳이 유리한데 장성광업소는 고지대라 냉각 비용이 적게 들고 지진 같은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사업이 추진되면 갱도 3km에 조성될 데이터센터 상주 인력과 데이터 가공 처리 인력 등 3만 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했다고 전해진다.

 

다만 이를 위해 장성광업소가 폐광을 해야 하며 이 전에 노사정이 폐광에 합의해야 한다고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1년 12월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국 7개 폐광지역 지자체와 전문가 등을 초청해 제6차 석탄산업장기계획(2021-2025)과 탄광지역 대체산업 발굴 육성을 위한 중장기 발전전략을 공개했다. 석탄산업 장기계획은 석탄산업법 제3조에 따라 5년마다 수립하는 법정계획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속적인 석탄과 연탄 수요 감소에 따른 시장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석탄과 연탄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고 국내산 석탄의 발전용 배정량을 연간 40만 톤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더불어 폐광지역개발기금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폐광지역 중장기 발전전략도 세웠는데, 광업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산업기반이 열악한 강원도 4개 시군은 산림·관광·여가 중심의 산업 기반을 조성하고 그 외 시군은 미래에너지·의약 등 신산업 중심의 산업성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태백시 산림중심관광·자원, 삼척시 청정에너지와 청년, 정선군 관광·여가, 영원군 첨단소재 및 드론, 문경시 물류 및 관광, 보령시 미래에너지와 모빌리티, 화순군 식품·의약으로 특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지역 환경개선을 위한 기반시설·후생복리 중심의 소규모 사업과 대체산업 발굴·육성을 위한 대규모 사업의 투 트랙 사업구조로 방향을 정했다고.

 

위 대안들을 보면, 관광에 관한 내용이 여럿 분포하는데 강원 남부 최대 폐광 도시 태백의 경우 폐경석(광미 더미-광물을 선별하고 남은 찌꺼기)가 거의 산을 이루는 곳이 곳곳에 있다. 이 부근의 하천에서는 중금속 성분 중 알루미늄에 의해 하천이 백색으로 변하는 백화현상과 철에 의해 붉은색으로 변하는 적화현상이 눈에 띈다. 이러한 환경의 하천에서는 침전물이 아가미에 붙어 물고기가 서식하지 못하고 식물은 물론 사람에까지 중금속이 연달아 쌓이게 된다. 또 태백은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와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연못이 자리잡고 있다. 폐광산 45개 가운데 환경적 조치 후 문을 닫은 곳은 단 한 곳도 없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는 또한 지역이미지 훼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한국광해관리공단 2016 광해실태조사보고서에 의하면 국내 약 362개 광산이 존재하는데 이 중 상당수가 폐광했다고 하면 위와 같은 악영향에 대책을 조속히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석탄 수입량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의하면 2017년 11월까지 한국의 석탄 수입량이 2016년의 수입량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난다. 관세청 무역 통계에 따르면 1-11월까지 누계 석탄 수입량은 1억 3588만 5천 톤을 기록해 2016년 전체 수입량 1억 3446만 1천 톤을 넘어섰는데 비율로 따져 2016년 수입량의 101.1%를 마크했다는 분석이다. 석탄 종류별로 보면 무연탄 636만 4천 톤(2016년의 67.5%), 원료탄 2959만 5천 톤(92.5%), 연료탄 9091만 3천 톤(105.1%), 기타 석탄 901만 3천 톤(137.2%)이다. 평균 수입 단가는 CIF 톤당 101.88불로 2016년 68.62불보다 48.5% 상승했다(Tex Report 12.18). 무연탄 주요 수입 대상국은 2018년 기준 러시아 연방(51%), 호주(30%), 중국(12%), 베트남(6%), 페루(1%) 순으로 전해진다. 앞서 언급했듯 톤당 생산원가가 2020년 35.6만 원인 것에 비해 수입 단가 101달러 수준임을 감안한다면, 경제 원리상 수입 방안이 적절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문제는 2016년 대비 2017년 CIF 톤당 상승률이다. 무려 48.5%에 이르는 상승률이 향후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을지 의문과 우려가 남는다. 또한 (사)에너지산업진흥원이 연구를 수행한 2017년 12월 ‘석탄비축사업 사전 타당성 연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연구에서는 적정저탄량 산정을, 효용 극대화모형을 이용한 이론적 산정 결과와 국내 무연탄 총수급을 감안해 산정한 결과 비슷한 수준의 적정 비축량(187만 톤)을 제시하고 있어 2017년 보고서 발행 당시 89만 톤의 정부 비축에서 추가로 연간 10만 톤씩 10년 간 100만 톤을 추가 비축시도하는 것이 적정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부비축이 2000년 811만 톤까지 증가하였다가, 2003년 이후 축소돼 2005년 694만 톤, 2010년 131만 톤, 2015년 89.9만 톤으로 감축했고 2017년 현재 89만 톤을 보유하고 있으나 수급전망(안)을 살펴보면 앞으로 정부 비축 수준을 189만 톤으로 설정하고 연간 10만톤 씩 총 100만 톤 추가 비축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2027년까지의 수급전망을 분석해본 결과 참조한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 저소득층에 수급하는 연탄량의 적정가격 확보와 연탄제조업자와 판매업자 등을 위한 대비, 무연탄 최고가격제 단계적 폐지 등도 필요하다고 적시한다.

 

아울러 선진국 사례도 제시하는데 독일의 경우 1962년 석탄광업합리화촉진법에 의해 폐광을 추진하다가 1969년에 RAG(Ruhrkohle Aktiengesellschaft)를 설립해 합리화를 추진했으며 1980년대 초반부터 주정부, 업계, 노조가 참여하는 원탁회의에서 석탄의 수급전망에 따라 회사별로 적정 생산규모를 정하고 정부가 그것을 지원했다고 한다. 일본은 영국, 독일과 달리 정부가 직접 석탄산업 합리화를 주도했다. 1955년에 석탄광업합리화 임시조치법을 공포한 후에 비능률탄광을 매입·폐광하는 기관인 석탄광업정비사업단과 석탄산업정책의 중요사항을 심의하는 석탄산업심의회를 설치했다고. 한국의 석탄산업 합리화 추진체계는 정부가 직접 나선 일본의 사례와 비슷하며 특히 한국의 석탄산업은 정부의 가격통제 및 육성·지원정책 하에서 성장해왔기 때문에 정부와 사업주·근로자 모두 석탄산업의 구조조정을 정부의 책임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었고 사업주는 정부의 저탄가정책과 이익투자 제한으로 과거 호황기에도 경제적 기회를 누리지 못했다고 생각했으며, 영세한 탄광이 증가하게 된 것은 정부가 조광권을 인정하고 생산을 지원해 나타난 결과였다는 것이다. 정부가 1980년대 말에 주도적으로 석탄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게 되는 것은 석탄산업이 가진 이런 특수한 사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고 연구는 밝히고 있으며 이어 한국도 주요 선진국의 석탄산업 정리 방식을 벤치마킹해 정부 업계 노조가 참여하는 원탁회의에서 석탄의 수급전망에 따라 적정 생산 규모를 정하고 그에 필요한 방식을 논의해 가는 적극성을 가져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와 위 무연탄 수입량과 CIF 톤당 가격 인상률로 볼 때, 일단 정부의 석탄 비축량 100만 톤이 과연 적정한가 하는 의문점과 거의 우리나라 유일의 지하자원인 무연탄 자립도에 향후 영향은 없을지 하는 우려가 함께 든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1년 12월 위 자료 국내석탄 수급실적에는 수입 석탄이 2016년 4만 톤, 2017년 5만 톤, 2018년 3만 톤으로 기재돼 있고 그 이후는 ‘0’을 기록한다. 수치 대조 및 확인을 위해 해당 부서에 전화 연결을 시도했으나 이날 담당자는 다른 업무로 ‘분주해’ 연결이 닿지 않았다.

 

아울러 위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서도 한계를 지적하고는 있다. 대체산업 육성 등을 통한 가시적인 폐광지역진흥성과 창출에 있어 다소 미흡하다고 밝히며 폐광기금 중 대체산업 육성사업 비중은 전체의 25.8%에 불과하다고 명시했다. 또 ㈜강원랜드 자회사 등 대체산업 투자법인들도 실적부진에 따라 상당수가 청산 또는 민간에 매각했다고.

 

상황이 이쯤 되자 정치인들도 나섰다. 이광재 국회의원(강원 원주시갑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미래경제위원장)은 전국 광산노동자 총파업 긴급 중재에 나서면서 장성광업소 현장을 방문하고 현안을 청취하며 간담회를 앞선 23일 가졌다고 전해지며 “산업역군의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 등 정부가 통 큰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28일 정부 세종청사 강원도 세종사무소에서 정부관계자들과 폐광대비책 관련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에서 연결이 안 된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도 이날 위 협의에 동원됐다고 같은 부서 관계자는 전했다.

 

 

■ 그들은 ‘막장인생’이 아니었다

장성광업소 채탄부(採炭夫) 홍성현 씨는 인터뷰 말미에 사람들이 쉽게 ‘막장 인생’이라고 표현한다고 전했다. 실상 그는 30년간 한 직장에서 근속하며 가족을 위해 일한다는 긍지와 보람으로 버텨 왔다.

 

한국문화연구원에 따르면 광부(鑛夫)를 비유한 다양한 사회적 신분을 제시했는데, 광부는 ‘막장인생, 따라지 인생, 지옥 1번지의 삶, 인간두더지, 검은 쥐, 지옥 가장 가까운 곳에서 노동하는 사람, 노동의 전쟁터에서 최후까지 싸우는 병사, 개미, 두더지, 세상의 개, 돈의 노예, 소모품으로 버려지는 외인부대, 신의 마지막 사람들, 노비의 아들, 산업폐기물’ 등으로 불렸다. 이는 결코 옳은 표현이라 할 수 없다. 탄광노동자에게 막장이란 노동현장이자 치열한 삶의 현장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장성광업소는 또 예전 파독광부들의 사전 교육장이기도 했다. 자체적으로 두 곳의 교육장과 훈련장을 운영했으며 이곳에서는 갱 내 투입 전에, 외부에서 갱내 작업을 익히고 투입될 수 있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파독광부란 1963-1980년까지 실업문제 해소와 외화획득을 위해 한국정부에서 독일(서독)에 파견한 7,900여 명의 광부를 일컫는다. 여기의 배경은 1960년대에 열악한 경제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박정희 군사정권이 추진한 경공업 위주의 수출지향정책은 농촌 붕괴현상을 초래했고 그 결과 막대한 실업과 외화 부족현상이 발생했다. 이 대책으로 한국정부는 광부와 간호사와 같은 노동력의 해외송출을 추진했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라인 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놀라운 경제성장으로 노동력 부족사태를 겪게 됐다. 그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 위해 외국인노동자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1963년 파독광부 500명 모집에 4만 6,000여 명이 지원할 정도로 당시 한국의 실업난은 심각한 상태였다. 3년 계약의 파독광부들에게는 매월 600마르크(160달러)의 높은 수입이 보장됐기에 많은 한국인이 독일로 가기를 희망했다. 높은 임금으로 대학을 나온 지원자들도 상당수였고 선발 심사전형에 합격하기 위해 일부러 손에 연탄가루를 묻히기도 했으며 워낙 경쟁률이 치열하다 보니 소위 인맥 있는 사람들이 유리했다고도 전해진다. 1997년에도 대졸 신입사원 공채가 대한석탄공사에서 있었다.

 

대한석탄공사 연표 자료에 따르면 1995년 6월 29일 오후 5시 57분경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동) 시에도 대한석탄공사 구호대는 사고 당일 구호대를 투입해 인명구조 활동을 펼쳤다. 해당 사고는 위 백화점 건물이 무너지면서 1445명의 종업원과 고객들이 다치거나 사망했으며 인근 삼풍아파트, 서울고등법원, 우면로 등으로 파편이 튀어 주변을 지나던 행인 중에 부상자가 속출해 수많은 재산상, 인명상 손해를 끼친 것을 말한다.

 

채탄이나 굴진 작업 현장의 막장은 공간적 의미에서 암석이 막혀있으며, 붕락 같은 위험한 사고가 상존하는 죽음의 막장이다. 채탄부들은 이곳에서 가족을 위해 힘들게 일하고 막힌 벽을 하루 20여 번의 다이너마이트 폭약으로 뚫었으며 60kg에 이르는 장비를 손수 들고 날라 길을 만들어냈다. 이래도 이들이 ‘막장 인생’일까. 아니, 이들은 대한민국 산업을 이끌어온 역군이었으며 개척자였다.

 

 

■ 에필로그

갱구에서의 바람은 차가웠다. 엘리베이터까지 500미터가량 걷는 중에도 이런 차가운 바람은 때때로 불어와 얼굴을 스쳤다. 대한석탄공사 연표 자료에 따르면 1998년 11월 16일 생산 2교대를 시행했다. 이전에는 밤 근무도 있었다고 노조 대의원은 말했다. 졸다가 다치기도 많이 했다고. 연표에 의하면 1991년 11월 8일 정년을 53세에서 55세로 연장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그만큼 노동 강도가 세다는 뜻 아니겠는가. 2016년 6월 구조조정 이후 신규채용이 없지만, 기존에는 수습 기간이 3개월이었다. 어떤 이는 하루만에 뛰쳐 나갔고 어떤 이는 한 달을 채 못 견디고 뛰쳐 나갔다. 그렇게 석 달을 견뎌 정식 직원이 될 수 있었다.

 

대한석탄공사 소속 광부(鑛夫)의 경우 정년이 만 60세로 2021년 1961년생이 정년 퇴임했고 2022년 올해에는 1962년생이 퇴직한다. 신규채용은 2015년 이후 전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전한다. 평균 20-30년 근속자들이라고. 이것은 단순히 퇴직자가 발생한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일하던 사람은 계속 나가고 새로운 사람은 들어오지 않고 일은 그대로이고 매스컴에서는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른다고 연일 보도하고. 수년째 그러한 현장 분위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무슨 기분이 들었을까.

 

 

2021년 10월 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2020년 기준 연속 산재 사망자 발생 사업장 현황’에 따르면 가장 많은 산재 사망자가 발생한 사업장이 바로 장성광업소였다. 2011-2021년 6월까지 31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도계광업소에서는 213명 주식회사동원 사북광업소에서는 207명이 발생했다.

 

연표에도 사고 기록이 남아 있다. 1994년 10월 6일 장성 가스사고 발생, 1997년 10월 21일 장성 가스사고 발생. 밤, 가족들이 잠든 혹은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는 시각, 또는 가족들이 잠자리에서 일어나기도 전인 이른 새벽에 광부들은 땀에 흠뻑 젖을 작업복을 챙겨서 이 갱구를 통해 현장으로 향했겠지. 가족들은, 이러한 사업장으로 향한 남편을 혹은 아버지를 또는 아들을 기다리며 안전을 간절히 빌고 따뜻한 밥을 준비하지는 않았을까.

 

언제 다칠지, 죽을지 모르는 사업장으로 그들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매일 향했고 난청, 진폐증, 연골 마모 등의 질환을 얻기도 했다. 그렇게 땅 밑 깊은 곳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길을 만들어가며 수십 년을 버텨 왔다. 그들은 이제 어떤 ‘벽’에 부딪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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