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양심을 택한 청년 강길모 ‘병역거부자’

 

고대 로마 제국에서도 종교적 사유의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 사례가 있었다. 기독교인들과 유대인들의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가 그것으로 야훼 외에 누구도 섬길 수 없다는 믿음에 따라, 로마 황제에 충성 서약을 하는 병역 의무를 거부했던 것. 이는 기독교가 반 국가종교로 규정돼 박해받는 원인이 됐다고 알려져 있다.

 

러시아, 스위스, 중화민국 등 50개 이상의 국가는 신념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인정해 면제하거나 대체복무제로 병역을 대신하도록 하는 등 법률로서 권리를 보호해 주고 있으며 현재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대한민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터키가 유일하다고 전해진다.

 

앞선 15일 오전 세계 양심적 병역거부의 날 서울 한 카페에서, 용기 있게 자신의 신념을 택한 청년 강길모 ‘병역거부자’를 만나봤다. 아울러 그는 특정 종교와는 전혀 관련이 없이 자신의 양심에 따른 선택을 했다고.

 

 

■ 먼저 와이뉴스 독자께 소개 부탁드린다. 현재 시민운동을 하고 계신다고 얼핏 들었는데.

- 2013년 말부터 2018년 초까지 전쟁없는세상 병역거부팀에서 활동을 했었다. 2018년 중순부터는 병역거부운동은 쉬고 있고 운동사회 성폭력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모임에 피해자 대리인·대책위로 참여하면서 지내고 있다. 현재는 학술단체에 몸을 담고 있다.

 

 

■ 양심적으로 병역을 거부한 동기 및 그 후 경과 알고 싶다. 또 혹시 수감 생활 중이나 현재까지 후회하시지는 않으셨는지. 더불어 대체복무를 거부하신 사유도 알고 싶다.

- 처음에는 시민불복종 운동의 일환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고민했다. 대학 졸업 후 훈련소에 입소했으나 건강 문제로 중간에 퇴소했는데 그 이후 훈련소에서 느꼈던 부조리함이 크게 느껴지면서 진지하게 병역거부를 고민하게 됐다. 그러다가 병역거부를 준비하던 과정에서 반전 평화운동을 접하게 됐고 징병제 자체를 여러 의미에서 반대하게 됐다.

 

2014-2015년 수감생활을 했는데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까지도 인생에서 몇 안 되는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대체복무의 경우 의무소방이나 의경, 산업체와 같은 길이 있기는 했다. 다만 의무소방이나 산업체는 20대 초반에는 생활이 너무 바빠서 20대 후반에는 명확하게 병역거부로 마음이 기울어져 선택하지 않았다. 의경의 경우 병역거부를 고민하게 됐던 가장 직접적인 이유(전경, 의경이 시위대 진압에 동원되는 것에 거부감이 컸다)이기에 선택지가 아예 아니었다. 그 이외의 대체복무제도는 당시에는 도입되지 않았었다.

 

 

■ 아직까지 징병제를 실시하는 대한민국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따가운 시선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 분단과 냉전을 거치며 국방의 의무가 신성한 무엇으로, 혹은 필요악으로 여겨지는 것이 우리 사회다. 징병제의 도입은 그리 자연스럽거나 당연했던 것이 아니다. 그 자체가 전쟁의 산물이며 전쟁의 위험성을 늘려주는 제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징병제 자체가 주는 고통, 징병제가 사회 전체에 퍼져버린 병영문화의 폐해를 긍정할 수는 없었다.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특히 소수자를 혐오하는 문화의 근원 중 하나가 군대라고 생각한다. 여성혐오, 성소수자 혐오, 비민주적 조직문화, 심지어는 신자유주의적 경쟁문화 같은 것들이 오직 징병제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는 아니지만, 징병제로 악화되고 개선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있다고 본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단순히 군대를 안 간다는 것 이상의, 이러한 문화 전체를 거부하고 이 부당함에 맞서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 국내에서도 모병제로의 검토가 예전부터 회자되고 있다. 관련 견해 어떠하신지. 더불어 지구촌에서 국가 간, 정부 내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전쟁 종식을 위해 필요한 사안은 무엇이라 보시는지.

- 반전운동가 사이에서 모병제와 징병제는 명확하게 어떤 것이 더 낫다고 말하기 어려운 선택지다. 다만 그럼에도 대한민국에서는 모병제의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한국의 경우 지금 이 시점에서 본다면 오히려 전쟁의 직접적인 폐해보다 징병제의 문화적 폐해가 더 심각한 면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와는 별개로 국가 간의 전쟁, 내전의 문제는 해결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지만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다. 더 강력하고 광범위한 국제연대(시민사회뿐 아니라 국가 간의 연대를 포함하는)도 필요하며 국제기구를 통한 정치 경제적 불평등의 범국가적 개선도 필요할 것이다. 전쟁은 그 자체로 가장 끔찍한 폭력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 경제적 모순이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사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병역의 의무를 앞두고 동일 사안으로 고민하고 계신 분들도 계실 듯하다. 그분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사안이 있으시다면.

- 안타깝지만, 대체복무제의 형식적 도입 이후 더더욱 병역거부를 선택하기는 어려워졌다. 현재의 대체복무제도는 실제로 적용받는 사람은 아직 나오지 않았을 정도로 유명무실한 제도이면서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명분으로는 잘 작동하고 있다. 병역거부를 했던 2014년과 그 이전 몇 년 동안 법원은 병역거부자에게 획일적으로 1년 6개월(군복무를 하지 않는 최소 형량)형을 선고했고 1년 6개월을 감옥에서 보내고 나오면 더이상 군문제로 시달릴 이유는 없었다. 재판과정도 형식적이어서 비교적 단기간내에 마무리됐다.

 

지금은 달라졌다. 부담이 훨씬 커졌다. 병역거부자로서 대체복무제에 지원한다고 해도 종교적 사유가 아닌 경우, 현행 대체복무제의 대상이 아니게 된다. 법정에서도 소위 자신의 ‘양심’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단순 병역기피범으로 간주돼 1년 6개월 미만의 형을 선고받고 그 이후에 다시 징집 대상이 되는 식의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그 양심을 입증하는 기준들도 매우 터무니없는 것들 투성이다. 병역거부를 선택했을 때 겪어야 하는 문제들이 더더욱 복잡해지고 힘들어졌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군복무를 거부하고 싶다면 응원하고 지지한다. 다만 많은 준비와 희생이 필요할 것임을 기억해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