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요구 전면 파업

문재인 대통령 취임 공약 행보에 제동?
각 지역본부 무기한 천막 농성 돌입‥ 자회사 vs 직접고용 팽팽한 줄다리기

한국가스공사(사장 채희봉 이하 공사) 비정규지부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간헐적 전면 파업 및 지역본부별 무기한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가스공사 사측은 자회사안을 내놓고 있으며 비정규지부는 자회사가 아닌 직고용 체제를 요구하고 있다. 앞선 1월 29일 오후 경기지역본부 천막 농성 현장을 찾아 목소리를 들어봤다. 아울러 사측의 입장을 한국가스공사 언론부를 통해 전달한다.

 

 

■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비정규직 제로 시대’

한국가스공사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요구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공식 외부 일정으로 인천 중구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비정규직 관련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임기 중 비정규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 임기 내에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어 2017년 7월 정부는 2020년까지 853개 공공기관 비정규직 20만 5천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 정규직 전환 요구

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17년 7월 정부의 공공부문 자회사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 후 이은 11월부터 노사전문가와 협의를 통해 직접고용 등 노동환경개선을 논의해왔다.

 

문 대통령의 임기 내 비정규직 제로 시대 공약으로 힘을 얻은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지원으로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를 결성하게 된다. 산하 16개 지회를 조직하고 미화 시설 전산 특수경비 소방 홍보 파견 등 직종별 지부장을 선출해 공동지부장 체재로 지도부를 꾸린다. 조합원은 비정규직 1천137명 가운데 837명이 가입해 출범하기에 이른다.

 

26조 원 매출에 영업이익이 1조 2천700억 원에 달하는 가스공사의 정규직 전환 과정은 그야말로 지지부진했다는 평이다. 문 대통령 공약 당시 공사 사장 자리가 공석이었고 그러한 상황에서 노사전문가협의회는 관련 사안에 결정권이 없다고 일축했다. 2018년 1월 8일 신임 정승일 사장이 취임하지만 8개월 만에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으로 영전한다. 공사의 정규직화는 다시 요원해졌다. 2019년 7월 10일까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다 채희봉 신임 사장이 취임하게 된다. 취임 초기에는 신속히 협상 날짜가 잡히고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듯 보였다. 13차, 14차 노사전문가협의회를 진행한 것이다.

 

 

■ 사측의 자회사 전환 요구

한국가스공사 사측은 비정규지부에 자회사 전환을 요구하는 상태다. 자회사는 어떠한 회사가 다른 회사 주식의 50% 이상을 소유할 때 다른 회사의 지배권을 얻게 되는데 투자회사를 모회사라 하는 데 반해 피투자회사를 일컫는 용어다. 공사 노조는 자회사의 정규직이 된다 하더라도 고용안정성이 일부는 개선되겠지만 3년마다 수의계약을 재검토해야 하는 등 노동조건이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직접 고용을 주장하고 있다.

 

또 미화와 시설관리 직종은 자회사 전환 시 65세 정년을 보장해주겠다고 하지만 나머지 직군은 60세 정년을 내세우고 있어 정규직 전환 대상자 가운데 60세 이상 노동자 일부는 해고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 파업과 천막농성, 협상 성과는 ‘제자리 걸음’

공사 비정규지부는 2년이 넘도록 협의안 도출에 실패하자 급기야 앞선 1월 28, 29일 양일에 걸쳐 본사를 중심으로 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28일 오전에는 공사 비정규지부와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들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수용한 직고용”을 주창했다. 또 각 지역본부는 앞선 1월 13일경부터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공사 사측은 이은 29일 비정규직 노조와의 지속적인 대화 재개 노력을 통해 이날 전면 파업이 종료됐으며 채희봉 사장이 비정규직 노조와 직접 만나 각 대표단 위원이 참여하는 집중 협의를 2월 7일 열기로 최종합의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이어 “가스공사는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 취지에 적극 공감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2017.07.20.)’에 따라 전환이 이뤄지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라며 “무엇보다 고용 불안에 노출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처우개선과 고용 안정을 통해 공공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두고 법령과 정부 가이드라인을 고려해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7일 진행된 노사 협상에서 사측은 자회사안을 내놓았고 비정규지부는 직접 고용 쟁취를 외쳤다. 결국 공사 비정규지부는 잠정 중단했던 전면 파업을 이날 재개하고 이은 10일 파업출정식 및 청와대 분수대 앞 기자회견, 파업대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

 

 

■ 자회사가 답인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는 자회사는 용역회사와 다를 바 없는 인력파견업체에 불과하다고 꼬집는다. 공공부문, 특히 가스공사의 업무는 시민들의 생활에 밀접하게 관련이 있고 이윤보다는 공공성이 가장 중요한 업무이고, 예컨대 현재 비정규직인 소방대는 예전에 정규직이었고 꼭 필요한 업무라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모든 업무가 반드시 필요한 업무이고 그렇다면 가스공사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직접 고용을 하는 것이 맞다는 것. 가스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비정규직의 노동조건 개선만이 아니라 가스공사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고 특히 자회사는 용역회사와 다를 바 없는 인력파견업체에 불과하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는데 어떤 근거도 없이 자회사 전환만을 종용하는 공사의 태도는 올바르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 처우개선보다 신용등급 상향

공사 비정규지부 경기지회(지회장 김태형)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바라는 것은 급여 인상 등의 처우개선보다 신용등급 상향 조정이다. 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된다 하더라도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는 것이 아니며 정규직으로 전환될 경우 신용등급이 상향돼 은행에서의 ‘처우’가 달라진다고 역설한다. 공사 비정규직 7개 직종이 한 개의 용역회사에 소속돼 있을 시절 용역회사가 입찰에 성공할 경우 용역사 주가가 폭등할 정도로 큰 이득을 얻었다고 전한다. 특수경비 직종의 경우 용역회사가 바뀌었고 기존 용역회사에 비해 바뀐 회사는 신용도가 높지 않았다. 그러자 거래 은행은 그가 대출한 수천만 원을 일시에 상환하라는 요구를 했다고 한다. 용역회사에 소속돼 있다가 가스공사 ‘명찰’을 다는 순간 신용도가 현격히 달라지고 그렇게 되면 중금리로 쓰고 있는 비용을 장기저리로 전환이 가능하며 이는 가계 부채 문제 해결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용역회사에 소속돼 있을 경우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하면 단돈 몇백만 원의 벌금만으로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므로 근본적 노동환경 개선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