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지는가

  - 편집국장 이영주

 

인터뷰 내내 그녀에게 여러 질문을 했다. 말미엔 “후회하지 않으세요?”라고 물었고 그녀는 “다시 태어난다면 동물들이 받는 고통을 모르는 삶을 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앞서 후회하지 않냐는 뜻은, 이렇게 험준한 길에 들어서 동물권 활동을 해온 것을 이른다.

 

동물권 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는 대한민국에서 동물권 확립과 보호에 가히 선구자격이다. 채식이 뭔지도 모를 40여 년 전 이미 비건 채식을 시작해 육류와 생선은 물론 유제품 등을 먹지도 사용하지도 않는 삶을 살아왔다. 이어 30대 초반에는 열악한 동물권 실상을 알고 관련 활동에 뛰어들었다. 밤이고 새벽이고 가리지 않고 제보가 들어오면 달려갔고 전국 곳곳을 다니며 구호 활동을 펼쳤다. 그렇게 20여 년을 살아왔다.

 

그녀가 전해준 동물 구조 활동은 충격적이었다. 묻지마 입양이란 지자체나 보호소에 들어오는 유기동물은 통상 10-15일 후면 안락사 시키는데 그러기 전에 입양 의사를 표하는 이에게 ‘묻지도 않고’ 입양을 보내는 것이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유기동물들은 대체로 흔히 말하는 예쁘거나 귀엽지 않은 믹스견 등인데 이런 개들을 열 마리씩 데려간다는 것이다. 정황상 도살업계 관련자가 분명하다는 것.

 

안락사는, 말할 것도 없다. 선진국에서 이미 동물보호단체들이 안락사를 시행하고 있다는 것은 입 아프니 꺼내지도 않겠다. 유기 동물 보호에 마리당 10여만 원 정도가 배정되는데 안락사 약품은 20kg 진돗개라고 했을 때 2만 원 정도의 약값(마취제)이 든다고 한다. 15만 원 안에서 10여 일을 보호하고 있다가 나중에 몇만 원의 약값을 내고 안락사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그녀의 휴대폰은 또 어떠한지. 액정이 금 간 정도가 아니라 손으로 톡 치면 부숴질 것 같은 전화기를 “그래도 잘 돼요”라며 쓴다. 열 달 동안 월급을 못 탔다며. 그녀는 아직도 월세에 산다. 그녀는 물론, 그녀의 언니도, 남편 영애(令愛)도 비건 채식주의자다.

 

안락사를 시행하실 때 어떤 심정이셨어요, 라고 재차 물었다. 그녀는 쉽게 답하지 못했다. 처음 안락사를 진행할 때는 밤새 기도했다고 한다. “하느님 제가 하지 말아야 될 일이면 저한테 맡기지 말아주세요. 해야 될 일이면 하겠습니다.” 울고 울어 퉁퉁 부운 눈으로 동물을 다루니 동물도 자신의 앞에 어떤 일이 닥칠지 알았다고 했다. 하긴 매일 밥 주고 쓰다듬어 주는 사람이 갑자기 불안하고 침통하니 말 못 하는 동물이라고 몰랐을까.

 

박소연 대표는 “동물 구호는 감정적인 문제로만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처할 수 있는 대응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물들은 그야말로 사람에게 이용당하기 위해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고 그러한 실정에서 활동가들이 해야 할 일이 뭔지 판단해야 한다고.

 

케어가 구조하는 동물은 일 년에 1천 마리 가까이 된다. 직접 간접 구호 활동을 포함해서다. 그들이 구조하는 동물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귀엽고 작고 예쁜 동물’이 아니다. 어디가 부러지거나 병들어 아픈, 그런 상태로 구조된다. 그들을 방치한다면, 후원금이 모자라서 어차피 입양이 되지 못할 것이니 그대로 둔다면 그들의 말로는 자명하다고 박소연 대표는 말한다.

 

논란이 된 이번 케어의 행적 가운데 저촉되는 관련 법률은 농지법과 동물보호법이다. 농지법 제57조(②농업진흥지역 밖의 농지를 제34조 제1항에 따른 농지전용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전용하거나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전용허가를 받은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해당 토지가액의 100분의 50에 해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와 동물보호법 제46조[②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7. 3. 21., 2018. 3. 20.> 1. 제8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를 위반하여 동물을 학대한 자/ 제8조(동물학대 등의 금지) ① 누구든지 동물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개정 2013. 3. 23., 2013. 4. 5., 2017. 3. 21.>/ 4. 그 밖에 수의학적 처치의 필요, 동물로 인한 사람의 생명ㆍ신체ㆍ재산의 피해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다.

 

박소연 대표는 “농지법은 농업법인이 아닌 이상 법인 명의로는 매입할 수 없다고 하셨고 다른 이들은 모두 원하지 않아 해서 피치 못해 개인 이름으로 매입했다”고 한다.

 

동물보호법은 “지자체가 아닌 민간에서의 안락사 시행은 법에 저촉된다”고도 했다.

 

이번 일로 박소연 대표는 물론 케어는 그 간의 수많은 공적은 수포로 돌아가고 대한민국에서 거의 ‘마녀’가 됐다. 누구에게나 삶이 버거울 때가 있다. 때로는 그저 편안히 잠자듯 눈감고 싶다는 생각 한 번쯤은 해봤으리라 사료된다. 현 사회에서 동물은 ‘강간’에 의해 억지로 태어나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 속에 살다가 대부분 사람에게 먹히기 위해 죽임을 당한다. 그런 동물에게 그나마 편안히 잠드는 마지막을 선사한 것이다 박소연 대표는.

 

한 시민은 “동물권에 관심을 가진 이래, 국내 동물권 단체 중 후원금 적립이나 외연 확장을 목표로 하지 않고 오로지 ‘동물’만 바라보고 법 제정에 힘쓰고 고통받는 동물을 구조하는 케어의 진정성을 일찍이 알았기 때문에 케어를 향한 믿음을 거두지 않았다. 고통받는 동물을 위해 구조를 했고 입법 미비 속에 고통을 줄이기 위해 안락사를 한 것이 본질이다. 안락사를 해놓고도 안 하는 단체인 척한 것이 문제라지만 구조하지 않으면 안락사도 없었을 것이다. 후원금 적립도 없이 동물운동에 본질적으로 임하는 단체가 심심해서 안락사를 했겠는가”라며 케어 지지 사유를 밝혔다.

 

동물을 좋아하는가. 예쁘고 귀엽고 애교를 부리며 본인의 정서적 충만함을 채워줄 때, 그런 동물을 선호하는가. 배설물 등 온갖 이물질이 묻어 있고 기형이며 병든 동물도 좋아하는가. 질문을 바꾸겠다. 동물을 먹는가. 소 돼지 닭 오리 거위 생선 우유 치즈 등을 섭취하는가. 또 자신이 아끼는 반려동물에게 저런 것들 혹은 동족을 먹이는가. 정말 동물을 아끼는 것이 맞는가.

 

박소연 대표는 멸치가 들어갔을까 잔치국수도 먹지 않는 사람이다. 그렇게 40여 년을 살아왔다. 그 주위 사람들도 대다수 그렇다. 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