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여긴 의원님 자리”‥ 시민의 날 행사에 나타난 ‘의원님석’?

  - 편집국장 이영주 

 

[와이뉴스] ※ 글 시작 전, 먼저 이 글은 특정 지자체나 산하 단체를 비방 및 그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진실로’ 더욱 시민을 위한 축제로 거듭나 주시기를 바라는 ‘충정(衷情)’의 마음에서 작성하였음을 미리 밝혀두는 바이다.

 

 

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라 할 만큼 많은 다양한 축제가 지자체마다 열린다. 활동하기 적절한 기온과 시기가 맞물려 행사장을 찾는 시민들의 표정에는 즐거움이 대부분 묻어난다.

 

이럴 때는 취재라는 ‘미명(美名)’ 하에 축제장을 찾는 일은 약간의 설렘도 더한다. 이번에는 어떤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을까 하는 궁금증과 좋은 사진과 영상을 독자들께 선사해 드려야겠다는 사명감이 어우러져 잰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이 날도 축제 취재를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 확실히 지난 축제보다 더욱 성심껏 준비했다는 인상을 행사장 입구에서부터 받았다. 우선 교통정리를 하는 분들이 더 늘어난 듯 보였고 행사라 출동했을 푸드트럭은 저마다 쓰레기봉투를 정갈하게 준비해 흐트러짐 없이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을 보였다. 또 스타디움 초입에는 공무원 신분의 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었다. ‘저 넘치는 끼를 감춘 채 어떻게 공무에 그리 성실히 임할 수 있었을까’ 싶을 만큼 뛰어난 가창력과 쇼맨십, 관객 배려 등을 보였다.

 

본격 축제가 펼쳐지는 운동장에는 로봇을 탄 어린이들이 보였고 작은 아바타 같은 로봇을 이용한 축구 게임 등도 하는 등 영화 트렌스 포머를 눈앞에서 보는 듯 미래세계에 입성한 듯한 착각도 순간 불러일으켰다. 시민들은 가족 친구 지인 등과 함께 행사장을 둘러보며 축제를 만끽하고 있었다.

 

열심히 현장 촬영을 하며 무대 앞쪽으로 가자, 마침 퍼레이드가 시작될 무렵이 됐다. 앞서도 밝혔듯이 ‘가장 좋은 사진과 영상을 얻기 위해’ 적합한 자리를 골라 앉았다. 잠시 후 “여기 의원님들 자리예요. 여기 앉으시면 안 돼요”라고 진행 요원(스태프 staff)이 와서 말했다. 말을 듣고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나 다른 곳으로 촬영할 자리를 옮기는 와중에, 문득 기자의 촉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잠시만, 의원님 자리? 이거 어디서 본 것 같은 클리셴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그 진행요원에게 가서 물었다.

 

“의원님 자리요? 언제부터 의원님 자리였어요? 아까 시의원님들 뵀었는데 그 분들 여기 안 앉으시잖아요?”

“행사 시작하기 전부터 (비워 두라고) 위에서 내려온 지시예요.”

“위요? 위가 어디예요? 어디 소속이세요?”

그러자 해당 진행요원은 어딘가에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당해 축제 파트(퍼레이드)를 기획한 문화재단 담당자에게 들으니 그 진행요원은 용역 파트타이머라고 했고 업무 지시가 이해되는 과정에서 곡해가 일어났고 안내가 미흡했던 것 같다고 했다.

 

취재·기사의 질(quality)은 정보의 양(quantity)이다. 비어 있는 의자들과 그 옆 바닥에 철푸덕 앉아 흥겹게 손뼉을 치며 축제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을 찍고 있는데, 해당 문화재단 직원이라고 밝힌 남성직원이 와 “왜 자꾸 사진을 찍냐?”며 자신의 사진을 찍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어 카메라를 켜 확인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런 거야 본인의 모습이 찍혔다면 그건 분명 그리 유쾌한 일을 아닐 것이므로 카메라를 켜 그가 피사체로 찍힌 컷이 없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확인 후에도 해당 직원은 얼굴에서 노기를 풀지 않았다. 재차 밝히지만, 그런 정도야 충분히 이해 가능하겠다.

 

관객석으로 올라가 촬영을 이었다. 이어 ‘히어로즈(heroes)’들이 등장했고 그들이 비어 있었던 의자에 앉았다. 여기서 ‘히어로즈’란 시장 시의장 및 해당 시의 사회단체 활동가들을 의미하는 거였다. 이를 위해 정복을 입고 참여했다고도 했다. 또 이들이 해당 시를 위해 많은 활동을 하기에 ‘히어로즈’라고 칭한다고도 덧붙였다.

 

해당 시 산하 문화재단의 축제(퍼레이드) 담당자에 의하면, 위 히어로즈들이 캐릭터(탈을 쓴)들을 반겨주러 앞으로 나가야 하고 이 때의 출퇴장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의자를 비워 두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기분이 상하셨죠”라고 했다. “기분이 상했다라기보다는, 시민이 주인이 돼야 하는 축제인데 의원님들을 먼저 챙기신 것 같아서요”라고 했다. 그러자 “아니예요. 시민분들이 먼저시죠. 위 히어로즈분들이 시를 위해 많은 활동을 하시는 것도 맞고요. 향후에는 이런(짚으신) 점을 더 고려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이 담당자는 좀 낫다라고 생각한 게, 몇 년 전 이와 비슷한 상황(가을 축제에 무대 앞 정중앙 2-3열을 모두 내빈석<의원님석>이라고 비워 두려 앉은 시민들을 모두 자리 옮기게 하고, 행사 중 늦게 도착한 시의원의 인사를 들으려 공연 흐름을 중간에 끊었던 것)보다는 괜찮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이유로 축제 중간 시점에 기사를 쓰고 싶지는 않게 됐다. 또 일 년에 한 번뿐인 축제를 위하여 해당 부서에서 기울였을 심혈의 노력을 모르는 바는 아니기에 위 사건이 안타깝기 그지 없기도 했다. 더구나 해당 시장은 기자회견 때마다 기본 2-3시간을 들여 참석 기자들의 질문을 모두 받기도 하고 성심껏 답변하며 진솔한 모습을 보여왔던 차였다. 그러면서 “저는 오늘 도시락 싸왔어요(기자회견이 길어질 것이므로). 국장님들은 먼저 가셔서 식사하세요”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또 자신은 중앙부처의 국장을 직접 만나 시 현안 해결을 위해 힘썼고 시 캐릭터 개발도 용역위탁이 아닌 직접 고심하여 발굴해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 용역 위탁도 세금이다. 그 정도로 당해 시장은 진심이라고 보였다. 오죽하면 기자들이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중간에 일어날 수가 있어야지”라고 참았던 중요 용무를 해결하려 찾은 화장실에서 말하기도 했다. 아실 테지만, 기자들은 주최 측의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보통 신문사 취재 일정이나 데스크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 요는, 행사나 기자회견 중간에 나가는 건 기자에게 일상화된 일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해당 시장이 보여주는 ‘진실한 모습과 열심’에 기자들조차 끝날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시장의 모습이 더욱 부각되는 것은, 해당 시의 군인 출신 전임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평어체(반말)로 ppt 화면 조정을 지시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다소 권위적일 수 있는 모습을 보였던 차이기도 했던 때문이다. 더군다나 타사 기자에게 송사를 제기하는 등 (일부)기자들 사이에 인심을 잃고 있기도 했었다. 그러던 차에, 즉 기자들의 민심이 다시 돌아서기 시작한 이 타이밍에 등장한 ‘의원님석’은 너무나 황망하기 그지 없었다.

 

해당 문화재단 측은 “절대 의도한 바가 아니고, 파트타이머에게 업무 지시를 하는 과정에서 (그가 이해하면서) 오해가 발생한 것 같다”며 “이(비었던 좌석)는 관람석이 절대 아니고, 의원님 전용석이라 비워둔 게 아닌, 퍼레이드의 일환일 뿐”이라며 “잠시 대기조로, (행사 절차나 구조가) 너무 복잡하고 공간이 좁다 보니까 (그래서) 안전하게(을 고려해서) 엄청 고민하다가 놔둔 의자로 연출의 한 부분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고 “내빈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재차 해명했다.

 

이어 “행사장 내 다른 곳의 주차 금지를 써 붙인 의자처럼 ‘행사 준비석’이라든지 하는 내용을 표기해 놓는 것은 어땠을까”라는 질의에는 “앞에 차단봉 정도 해놓은 걸로 알고 있다. 그런 방향들은 다음부터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또 “의원님들(히어로즈)이 무대 옆에 있다가 등장하는 것은 구조상 어려웠던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안전과 동선을 고려해서 고심하다 연출한 것이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히어로즈에 시의원님들은 많이 해당되지 않았고 시장 시의장 제외 모두 시민분들이었다”고 했다. 복귀하면서 고심한 내용인데, 처음부터 의자들을 배치하지 않고 아예 무대 위에서 히어로즈(내빈들)가 내려와 캐릭터(탈을 쓴)를 반겨주는 것은 어땠을까 했다. 해당 팀장의 설명대로 탈이 너무 무거워 캐릭터들이 움직이는 것이 힘들다면 그들의 동선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말이다.

 

해당 축제는 시민의 날 기념식이었다. 시민의 날에 등장한 ‘의원님석’, 심지어 그 의자에는 그 어떠한 표지나 표식도 없었다. 그를 모르고 앉은 시민들은 마치 추풍낙엽처럼 진행요원의 제지에 따라 순식간에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음악 소리가 너무 커서 정확히 어떤 내용으로 말했는지는 확인이 어렸웠으나, 위에 언급한 수년 전 타 지자체의 내빈석 마련 사례처럼 “시민이 먼저지, 의원이 먼저야”라는 볼멘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자리를 비키는 시민들의 표정이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았다.

 

결론은, ‘의원님석’이든 ‘행사준비석(퍼레이드)’이든 어떠한 표식도 없이 일렬로 준비된 무대 바로 앞 정중앙의 “19석”은 본격 퍼레이드를 펼칠 동안 히어로즈들이 앉았다.

 

하나 더, 바닥에 철푸덕 앉았던 시민들 관련해서는, 원래는 거기에 앉지 말도록 하려 했으나(객석에서 보는 게 제일 예쁘다는, 퍼레이드가) 이후 공연되는 가수의 팬들이 와서 앉은 거라고도 했다.

 

한 시민은 “그런 행사만 하면 시민이 앉아야 될 자리이고 시민을 우대해야 하는데 말과 다르게 이러한 지나친 의전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특권’이 ‘자리에 집착하는 사회 분위기’를 더욱 심화시킨다고 본다. 그래야 ‘대접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AI에게 정황 설명을 한 후 적절성을 물었다. 챗GPT가 내놓은 키워드는 ‘시민배제, 과도한 의전, 시의원에게 예산을 배정받는 문화재단’ 등이었다.

 

고래(古來)로 민심은 천심(天心)이라 했다. 물론 문화재단의 예산이 시의원에게서 나온다고는 하지만, 해당 축제는 거듭 밝히지만 시민의 날 행사였다. 문화재단 담당자는 향후에는 이러한 사항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허니, 앞으로 지켜보면 될 일이다. 그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인지 아닌지 하늘과 땅에서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고 있으니 이제 그와, 속한 재단과 시와 의회의 차후 조처를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