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이뉴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일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인천 연수을)은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자료와 국무회의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예비비 약 6,800억 원이 국가정보원으로 흘러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예비비 전체 지출의 40%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지난해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예비비 지출안 총 19건 중 4건이 ‘2급 비밀’에 해당하며 이는 약 6,8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4건은 △국가안전보장활동지원(2월 27일), △첨단산업기술 유출 방지(5월 28일),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 긴급 확보(8월 13일), △사이버안보 위협 대응 경비(12월 3일) 명목으로 국무회의 심의를 통과했다. 2급 비밀에 해당하는 예비비 지출안건은 온라인에 공개된 국무회의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나, 지출액은 공개되지 않는다.
기획재정부가 정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예비비 총액은 4.2조 원이며, 말일 기준 예비비 잔액은 2.5조 원으로 확인됐다. 국무회의록 분석 결과, 예비비 지출총액은 1.7조 원으로 이중 일반안건에 해당하는 예비비 지출안 15건에 약 1조160억 원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예비비 지출액에서 일반예비비와 목적예비비 등 일반안건을 제외하면 약 6,800억 원에 달하는 예비비가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지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재정법'제51조에 따르면 예비비 사용 신청은 각 중앙관서의 장이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하고, 기획재정부 장관이 예비비 사용계획명세서를 작성하여 국무회의 심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대통령 승인 절차를 거쳐 사용하게 되어 있다.
정일영 의원은 “지난 13일 헌법재판소 8차 탄핵심판에서 윤석열이 홍장원 국정원 1차장에게 ‘국정원은 특활비나 자금이 많으니 방첩사를 잘 챙기라’고 지시한 바 있다는 진술이 있었다”라며“작년 국무회의에서 승인된 예비비 중 2급 비밀에 해당하는 지출건과 12.3 비상계엄의 연관성에 대해 향후 수사기관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정 의원은“예비비는 국회의 사전 심사 없이 정부의 필요에 따라 원칙에 어긋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고 지적하며 “예비비 지출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도록 ‘국가재정법’개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정일영 의원은 작년 8월 예비비의 사용 요건을 구체화하고, 예비비의 세부내역을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또한, 지난 25일 국회에서 예비비의 투명한 집행과 국회의 통제권 강화를 위한 토론회를 주최하여 예비비 제도의 개선방안을 마련하는데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