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고등교육법 개정안, 진정 ‘강사’를 위하나

 - 편집국장 이영주

 

[와이뉴스] 이른바 ‘강사법’은 대학 시간강사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 교원 지위 인정을 위해 2019년 8월 1일부터 시행된 법안으로 공식 명칭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이다. 해당 법안은 강사에게 대학 교원의 지위를 부여하고, 대학은 강사를 1년 이상 임용해야 하며 3년 동안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의 개정은 2010년 한 대학 시간강사가 처지를 비관해 자살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고등교육법은 2011년 대학 강사의 교원 지위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처음 개정안이 추진됐으나 이후 4차례 시행이 유예되고 2018년 3월 대학 강사제도 개선 협의회가 구성된 후 19차례 회의를 거쳐 합의안을 도출해 국회가 개선안을 바탕으로 2018년 11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전해진다.

 

문제는 법안 개정 이후 대학 시간강사의 처우가 전과 다르게 개선됐느냐 하는 점이다. 2020년 8월 기준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강사법이 시행된 직후 2019년 2학기 대학에 등록된 강사는 4만 5천27명으로 직전 2018년 2학기와 비교해 2만 명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해당 법안에는 1년 이상 주당 5시수 이상 강의를 한 대학 강사가 퇴직금을 받을 수 있게 돼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는 제대로 퇴직급여를 받지 못한다고. 더군다나 코로나19의 확산까지 겹치면서 강사들은 다시금 거리로 나가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해야만 했다. 민주노총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강사법 공포 1주년 기자회견에서 “대학강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사태로 비대면 강의를 하지만 재임용심사기준은 대면강의 기준”이라며 시정을 촉구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코로나로 원격 강의가 늘면서 해당 강의의 수강생 수도 급격히 늘어났다. 한 강사의 경우 30명 정원의 과목이 2019년 2학기 첫날 50명이 됐다고 전했다. 이어 공개 채용 형식을 거치지만 ‘학과 연줄’이 있어야 임용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한 매체가 시행한 관련 여론조사 결과도 인상적이다. 해당 조사는 강사법 시행 1년을 앞두고 전국 대학강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조사 결과에서 강사법 시행 후 실질적 처우 개선이 됐느냐는 질문에 같거나 아니다가 40%대였고 약간 그렇다가 20%대였다. 수입 변화에는 기존과 같다가 39%, 줄었다가 32%였다.

 

결과적으로 대학 시간강사를 위한 법안 개정이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강사가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다는 것. 오히려 강사 자리가 줄어들면서 악화일로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2012년도 정부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사립대학 강사 처우 개선사업 예산이 2020년 428억 9천700만원에서 2021년 264억 5천100만원으로 38%(164억 4천600만원) 삭감됐다고 밝힌 바 있다.

 

시간강사들의 시간당 강의료 현황은 어떠할까. 2015학년 1학기 대학정보공시에 의하면 평균 5만 5천100원이며 같은 자료 2017년 기준 4년제 187개교 평균 시간강사 강의료는 5만 8천400원이다. 이는 최저임금에 비해 수배 상회하는 금액이지만 강사가 강의를 준비하고 이동하며 학생들과 소통하는 시간에 비하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금액일 수 있다*. 보통 3시간 강의를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전공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인문 사회 계열의 경우 최소 10-20시간이 들기도 한다고.

 

대학은 전문성과 다양성의 장이다. 한 학과의 전임교수로 충당되지 않는 수업을 시간강사가 맡게 되는데 강사법 개정 시행 이후 외려 강좌를 폐지하거나 해당 강사를 해고, 퇴직금 지급을 미시행하기 위한 꼼수 배정 등 폐해가 속출하고 있다.

 

사립대학 강사 처우 개선사업은 국고와 융자로 나뉘는데 2020년까지는 국고 70%, 융자 30%였으나 2021년부터는 국고가 50%로 축소된다고 전해졌다. 이로써 대학은 부담을 느끼게 되고 이는 고스란히 강사에게 전달될 것이 자명하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일부 강사들은 파트 타임으로 필요한 생활비를 조달하면서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은 점차 치열해지는 서열화와 상업성을 철저히 지양하고 학문을 연구하고 수학하는 교수진과 학생들이 미래를 계획하고 꿈꾸는 학문과 교양의 요람, 그 본연의 모습으로 탈환을 꾀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시간강사의 처우개선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교육이 백년지대계라고 한다면 그를 수행하는 교육자가 완숙해지는 충분한 시간과 여건을 부여하는 것이 마땅하다. 여기에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할 부분이 있다면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 강사법과 대학 교육의 위기, 해법을 찾아서 – 심미선 순천향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