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영웅은 나타나서는 안 된다

  - 편집국장 이영주

 

[와이뉴스] 조선 중기 허균이 지었다 전하는 고전소설 「홍길동전」에서 주인공 홍길동은 시비의 소생으로 서자이나, 도술을 익혀 비범한 재주를 지닌다. 훌륭한 인물이 될 기상이 있으나 출신이 천하여 도적 두목이 되어 활빈당을 이끌며 기계와 도술로 팔도지방 수령들의 불의의 재물을 탈취해 빈민에게 나누어 주고 백성의 재물은 보호한다.

 

최초 한글 소설이라 일컬어지는 홍길동전에서 드러나는 조선 사회는 신분제, 탐관오리, 적서차별 등 경직된 분위기였다.* 홍길동의 국문학사에서의 비중이나 독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차치하고서라도 홍길동의 의적 스토리는 몇 세기를 두루 거쳐 민간에 남았다.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로 시작하는 경고문을 기억들 할 것이다. 구문 그대로 옛날 어린이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호환(虎-범 호 患-근심 환)과 마마(媽-암말 마 媽-암말 마: 천연두), 전쟁 등이었다. 해서 그 예전엔 ‘몸조심 하세요’가 흔한 인사말이었으나 요즘엔 그러한 인사 대신 ‘안녕(安寧)’이라는 말로 인사를 주로 한다. 기실 ‘안녕’은 ‘Hello, good bye’의 뜻이 아닌 ‘편안하게 아무 탈이 없음’을 뜻하는 말이다.

 

근래 대낮 칼부림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가해자는 초등학생부터 성인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여차하면 ‘칼(刀)’을 들고 지나는 무고한 시민을 공격하는 사건이 터지는 것이다. 예전의 호환 마마 대신 현재는 그것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 활보하고 있다.

 

예전의 백성들이 문학 속 홍길동이나 박씨 부인에서 위안을 얻었다면 현대의 사람들은 이를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풀어낸다. 못된 짓거리를 하는 악당들을 흠씬 두들겨 패주는 호쾌한 주먹에 열광하고 치열한 두뇌싸움으로 부패한 정치 경제 사법 세력에 되갚아주는 캐릭터에서 희열을 경험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가상의 캐릭터가 현실에서 치환되는 것은 적잖은 우려를 낳는다. 대체로 영웅이 등장하는 시기는 지극히 불안정하고 시민의 안위가 위협당하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난국의 상황에서 나타나는 구국(救國)의 영웅은 그야말로 ‘영웅(hero 英雄)’이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어린아이 여자 노인 그 외 젊은 남성 성인 할 것 없이 모두 위태로운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낮밤 가릴 것 없이 모두 마음 놓고 거리를 걸어 다녀도 맘 편한 세상인가. 이 땅에 다시는 영웅이 나타나서는 안 된다. 아니 그러한 위태위태한 상황으로까지 치달아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김동욱, “홍길동전(홍길동젼(洪吉童傳))”,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