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酒나라 대한민국?

                               - 편집국장 이영주


술의 기원은 과실이나 벌꿀 같은 당분을 함유한 액체가 공기 중 효모가 섞여 자연 발효해 알코올을 함유하게 되고 이것이 나뭇가지 갈라진 곳이나 바위가 움푹 패인 곳에 저장돼 우발적으로 맛을 보게 된 후 의식적으로 제조했을 것이라는 설이 전해온다.

유목 시대에는 가축의 젖으로 만든 술이, 농경시대에는 곡류를 원료로 만든 곡주가 빚어지기 시작했으며 이집트는 BC 3천 년경 맥주 양조 유적이 존재한다고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주세법상으로 알코올분 1도 이상의 음료를 뜻한다.

한국에서 ‘술’은 단순한 음료 이상의 성격을 지닌다. “시간 되면 술 한잔하자”라는 말은 상대에의 인간적 접근이며 유대감을 쌓고 싶다는 또 다른 표현으로 읽힌다. 흔히 식사 여부로 인사를 대신하는 것처럼 한동안은 위의 멘트로 술 약속 잡는 것을 으레 해야 하는 말처럼 여기기도 했었다.

원하지 않는 술자리에 동석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회사나 모임의 회식 자리라든가 신입생 환영회 같은 경우 술을 거절하면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어 무리해서 술을 마시는 수도 있다. 캠퍼스의 낭만을 꿈꾸던 대학 새내기들은 체내에서 해독하지 못하는 음주로 괴로워하며 억지로 술을 마셔야 했고 급기야 사망한 사례까지도 있다.

미투 운동의 원인이 된 성추행 또한 술자리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술 마시고 실수로‥”라는 말은 피해자에게는 그야말로 변명밖에는 되지 않는다.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자리가 오히려 관계 악화의 장이 되기도 한다. 그동안 쌓아왔던 감정이 술이라는 매개로 여과되지 않고 표출돼 싸움이 일어나기도 하는 것이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개정안’ 및 ‘도로교통법 개정안’ 일명 윤창호법은 각 앞선 11월과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법률안이 제정되면 음주운전을 포함한 잘못된 음주문화가 깔끔히 종식될까.

술은 상습적으로 많이 마실 경우 간장(肝腸)의 지방이 덩어리지는 간경변을 일으키며 심하면 알코올 중독이 되기도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술을 방사성 물질과 같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술은 인체 유전자를 직접 파괴하거나 발암 물질 침투를 용이하게 해 식도암 후두암 인두암 간암 대장암 직장암 등의 발생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1만 9천517건의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해 3만 3천364명이 부상하고 439명이 사망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알코올 섭취가 많은 나라로 전해진다.

어색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고단한 하루의 피로를 잠시나마 풀 수 있는 수단으로 술은 대중적인 음료다. 이는 어디까지나 적정하고 제어가능한 선에서의 이야기다. 자신의 음주로 꿈많은 청년이 하루아침에 목숨을 잃고 그 가족들을 깊은 절망과 슬픔의 늪으로 빠지게 하는 술은 더는 향기나 맛, 자극을 즐기기 위한 기호식품(嗜好食品)일 수 없다. 아울러 정중히 고사(固辭)하는 일행에게 나이와 지위 등을 앞세워 술을 강요하는 권위주의적인 의식도 근절돼야 할 것이다. 술은 잘 마시면 아름다운 천사, 그렇지 않으면 흉악한 악마의 얼굴로 변한다. 당신은 선택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