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당신의 그림자마저도 존경하고 싶다


                         - 편집국장 이영주

2018년 대한민국을 달궜던 뜨거운 이슈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갑질’이다. 그중에서도 교수 갑질은 신성한 교육의 요람 캠퍼스에서 일어났다는 것에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감사자료(2017년~2018년 7월말)에 따르면 전북대 A교수는 연구년 기간 중 출국 후 조교에게 지시해 개밥 챙겨주기 등 사적 용무를 하게 했고 귀국 후 논문지도 학생들이 선물전달 목적으로 마련한 회식장소에서 조교에게 욕설 등 폭언을 하고 유리잔을 던지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서울대 B교수는 교내 연구과제의 공동연구자로 참여하면서 본인이 지도하는 박사과정 학생을 연구보조원으로 참여시킨 후 학생이 지급받은 인건비 516만 2천400원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연구기간이 종료된 후 본인 소유 자동차 보험갱신 비용 77만 4천원을 지불하도록 하는 등 본인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택 공기청정기 구입, 손목시계 수리, 자동차 보험갱신비, 납부, 가족용 선불휴대폰 구입, 축·조의금 지급 등 본인의 사적 용도에 총 99건 합계 333만 8천120원 상당을 지불하도록 했다.

저 멀리 바다 건너 제주에서는 앞선 6월 제주대 멀티미디어디자인학과 재학생들이 재학생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수년간 반복돼온 A교수의 폭언과 인격모독 권력남용 외모비하 성희롱 행위 등에 대자보를 붙이고 성명을 내기도 했다.

대학의 교수가 되려면 대학졸업 후 최소한 4년간의 연구경력과 6년간의 교직경력이 있어야 하고 전문대학의 교수가 되려면 최소한 3년간의 연구경력과 4년간의 교직경력이 있어야 한다고 전해진다. 또 교수는 전공 분야 전문적이고 해박한 지식을 가져야 하고 논리적인 언어 능력, 외국어 능력도 요한다. 자신의 전공 분야에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 수학(修學)에 고도의 집중력은 물론 교육자로서 바른 자세도 수반돼야 한다.

오랜 시간 동안 닦은 학문을 학생들에게 전해주며 때로는 학생들의 가치관을 정립하는 일도 맡게 된다. 초중고교를 거치며 사실상 주입식 교육을 했던 학생들이 비로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사회에 나서기 전 성인으로서의 자아를 형성하는 곳이 바로 대학이다. 이러한 대학에서 교수의 갑질은 그야말로 기함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박경미 의원은 “(교수의 갑질은)갑질문화가 아닌 엄연한 ‘범죄’라고 지적하며 교수 갑질 문제에 교육부의 철저한 실태조사와 엄중한 처벌을 통해 교수와 학생이 서로 존중하는 대학문화가 자리잡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짚은 바 있다.

한 대학의 학과장은 “교수 갑질은 구시대적 발상이며 시민 의식과 상식에서 동떨어진 부분이므로 반성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급격한 경제성장의 후유증”이라고 밝혔다.

유교 질서가 바탕인 대한민국은 연장자와 더불어 자신을 가르치고 인도하는 스승을 향한 예의는 어릴 적부터 필수 덕목으로 가르친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스승의 가르침을 대부분 수용하며 이론(異論)을 제기할 경우 기본이 없는 아이로 인식되기도 한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옛말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는 스승의 은혜와 그들을 향한 존경심을 나타낸다. 학교 내에서 스승과 제자 사이에 수직적 관계는 분명 존재한다. 자신의 학문적 우위와 자리를 이용해 학생을 이용하는 교수의 모습은 철저히 지양돼야 할 것이다. 부디 마음으로부터 존경할 수 있는 진정한 스승의 모습으로 거듭나시기를 기원한다. 진실로 그대의 ‘그림자’를 밟기는 원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