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물헤욤


                      - 편집국장 이영주


물고기는 물에 사는, 아가미와 지느러미가 있는 척추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이러한 사전적 정의 외에 물과 고기가 합해진 합성어로도 볼 수 있다. 물은 색 냄새 맛이 없는 액체로 화학적으로는 산소와 수소의 결합물로 바닷물 강물 지하수 빗물 온천수 등으로 존재한다. 고기는 식품으로서 동물의 살을 일컫는 말로 소 돼지 양 염소 토끼 등의 수육(獸肉 짐승의 고기)과 닭 오리 꿩 칠면조 등 조육(鳥肉 새의 고기)의 총칭이다.

물에 사는 아가미와 지느러미가 있는 척추동물 가운데 식용할 수 있는 종은 일반적으로 그것의 이름을 지정해 부르는 경향이 있다. 고등어 갈치 쏘가리 메기 등으로 말이다. 이 외 크기가 크거나 희귀종인 경우도 그 종의 이름을 특정한다. 고래 상어 청새치 등의 경우가 그러하다.

필리핀 세부나 미국의 괌, 북마리아나 제도의 사이판 같은 스킨스쿠버를 즐길 수 있는 관광지에서 볼 수 있는 해양동물로서의 물고기는 열대어(熱帶魚)라고 지칭한다. 열대어는 열대 지방에 서식하는 물고기를 일컫는 용어로 관상어에 속한다. 관상어(觀賞魚)는 보고 즐기기 위해 기르는 물고기를 뜻한다. 이처럼 열대어나 관상어에도 마찬가지 물고기를 뜻하는 한자 어(물고기 魚)자가 들어 있다. 생선(生鮮) 또한 음식으로 쓰이는 물고기를 뜻하는 것으로 물고기 어를 부수로 하는 생선 선(鮮)자가 붙는다.

즉, 물에 사는 아가미와 지느러미가 있는 척추동물은 대개 ‘고기-식품으로서 동물의 살’이라는 말이 붙어 불린다. 농림수산식품부(2009년) 기준에 따르면 세계 관상어 시장 규모는 기자재 등 용품을 포함해 연간 23조원에 달하며 국내 시장만도 연간 3천억원을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담수 관상어가 2천400억원, 해수 관상어가 600억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관상어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관상어종 한 마리에 수천 만원을 호가하고 관련 산업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더불어 우리나라는 어류를 즐겨 먹는 식습관 덕분에 양식기술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전해지나 관상어는 식용으로 양식되는 어류와 달리 약품 등을 기준치를 초과 사용해 대체로 식용으로 활용되지는 않는다.

46억년 지구의 역사 가운데 약 38억년 전 지구에 최초의 생물이 출현하고 화석 연구 결과 4억 1천600만년 전 최초의 육상 식물이 출현하며 이는 양서류로 이후 파충류 포유류 영장류로 진화하게 된다는 것이 진화론적 학설로 존재한다. 또 인어공주 전설은 인간의 조상이 물에서 왔을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한다는 설도 있다. 물고기가 진화해 인간이 됐다고 처음 주장한 사람은 최초의 진화론 주창자이자 천문학자인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낙시만드로스(Anaximandros BC 610-546)로 알려져 있다.

정리하자면, 일반적으로 식용되는 생선은 모두 물고기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물에 살지만 관상어로서 높은 가치를 지니는 종도 분명 다수이며 진화론적 학설로 봤을 때 물고기가 인간의 조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식용으로 활용되지 않으며 특정해 불리지 않는 관상어나 열대어는 물헤욤으로 분리해 부르면 어떨까 한다.

헤욤이란 헤엄의 옛말로 물속에서 몸을 뜨게 한 뒤 팔다리를 좌우 또는 상하로 움직여 앞으로 나아가거나 그 자리에서 머물러 있는 일을 가리키는 말이며 헤엄치다 등으로 활용된다. 같은 행위를 뜻하는 말로 수영(水泳)이나 멱감다 등의 낱말 등이 있으나 이는 한자어이거나 어감이 좀 세다. 헤욤의 방언으로 헤얌이나 담방구질 쉼 해미 호염 휘염 훰 회미질 등이 있으나 이 역시 발음하기가 다소 쉽지 않은 경향이 있고 뜻 전달 또한 용이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물헤욤’이 어떨까 한다, 식용으로 활용되지 않으며 특정해 불리지 않는 관상어나 열대어의 대체 명칭으로. ‘물헤엄’도 생각해보았으나 이는 발음상 [물헤어미]로 돼 역시 물고기 어(魚)를 연상시키니 물헤욤이 적절할 듯하다.

인간은 물 없이는 살 수 없다. 인체의 약 70%가 물로 구성됐으며 이는 물고기 또한 마찬가지다. 어류의 80% 그 외 물속 미생물의 약 95%는 물로 구성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인류의 조상이 물고기라고 확정할 수까지는 없더라도 인간과 물고기의 생명현상이 여러 물질이 물에 녹은 수용액에 의해 일어나는 화학변화가 복잡하게 얽힌 것이라는 해석상 동일하니, 이제부터라도 ‘물고기’를 그저 ‘물’로만 보지 말고 같은 생명현상을 공유하는 지구 생명체의 동지로서 ‘물헤욤’으로 지칭하는 것은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