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행복하세요~” 하면 행복한가

   - 편집국장 이영주 

 

[와이뉴스] 최근 지하철 이용 시 흘러 나오는 멘트와 관련해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개찰구에 카드를 갖다 대면 만 65세 이상인 대상자에게 “행복하세요~”라는 여성의 음성이 들린다는 것. 일설에 의하면, 상냥하다기보단 약간 딱딱한 목소리라고.

 

당초에는 “어르신 건강하세요”였는데, 어르신들의 반발로 시범 실시 20여 일 만에 해당 멘트에서 ‘어르신’은 빠졌다고. 기존에는 ‘삐’ 소리와 램프 색깔로 경로우대 승객을 구별했다고.

 

배경은 이러하다. 1984년 노인복지법을 토대로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65세 이상 어르신 지하철 무임승차가 도입됐다. 서울교통공사는 2023년 6월 서울지하철에 경로우대 승객 안내 멘트를 최초 적용했다. 3개월 정도 강남역, 광화문역, 서울역 등 승하차 인원이 많은 10개 역에서 시범운영 후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음성 내용을 일부 수정하고 2024년 1월 1일부터 모든 지하철역으로 확대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애초 이 같은 안내음을 도입한 이유는 무임승차 카드의 부정사용 방지였다고 한다. 지하철 개찰구 부근에서 젊은 사람이 통과하는데 위와 같은 음성이 들리면 신분증 검사를 하는 등 부정 사용 여부를 직원이 확인한다고.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2023년 6월 15일부터 9월 14일까지 실시한 시범 운영 결과, 부정 승차 예방 효과가 확인됐다고 밝혔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서울교통공사는 2023년 부정 승차 4만 9692건을 적발해 운임의 30배인 약 22억 5000만원을 부과해 징수했다고 한다. 부정 승차의 83%는 경로 등 대상자가 아닌 우대카드를 사용한 경우였다고.

 

부정승차 유형으로는 우대용(경로·장애인·유공자) 교통카드 부정사용(83.0% 4만1227건), 초·중·고등학생 할인권 부정사용(9.6% 4766건), 표 끊지 않고 탑승(7.4% 3699건) 등이 있었다고 한다. 서울교통공사는 반복되는 지하철 부정 승차에 서울 지하철 1-8호선 275개 전역에서 특별단속과 예방 캠페인을 앞선 1월 실시하기도 했다고 하니 그 의지도 짐작할 만하다. 그 중 부정사용 횟수가 높은 역에는 보안관까지 배치했다고 전한다.

 

서울교통공사의 이러한 움직임이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철도사업법 제10조*는 무임승차의 경우 30배 부가금 부과를 명시한다. 또 형법 제348조의 2**는 편의시설 부정이용을 설시한다. 이를 통해 지하철 무임승차로 100만원의 벌금을 받은 시민이 ‘부정이용’의 명황성원칙을 근거로 헌법소원을 청구했으나 헌법재판소는 이를 부정했다. 또 서울교통공사는 부정승차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과거 사용분까지 소급해 부과한다고 밝히고 있다.

 

즉 지하철 무임승차로 적발될 경우 예외없이 벌금을 물게 된다고 볼 수 있는데, 문제는 적발을 하지 못하는 경우라 하겠다. 앞서 밝힌 대로 서울교통공사는 2023년 부정 승차 4만 9692건을 적발해 운임의 30배인 약 22억 5000만원을 부과했다고 하는데, 이 경우 22억 5천만 원을 4만 9692명으로 나눴을 때 4만 5278원이 나온다. 이를 다시 2023년 10월 7일 지하철 요금 인상 후인 1400원으로 나누면 32.342가 나온다. 인상 전인 1250원으로 나누면 36.2224가 나온다. 이는 원래 지하철 요금의 30배에 근사한 수치다. 상기한 대로 2023년 10월 7일 지하철 요금이 기존 1250원에서 1400원으로 150원 인상됐고 2024년 7월에는 1550원으로 오를 것으로 전해진다. 애초에는 2024년 10월부터 인상하기로 했던 것을 앞당긴 것이라고.

 

문제는 지하철 적자액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서울 지하철 누적 적자 규모는 17조 6808억 원°이라고 전한다. 당기순손실은 2020년 1조 1137억원, 2021년 9644억원, 2022년 6420억원이다. 2021-2022년은 서울시의 재정지원금을 반영한 규모며 이를 제외하면 사실상 3년 연속 1조 원대 적자라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와 관련 중앙정부에 손실 보전을 요구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연령 상향을 고민해왔으나 원칙에 따라 국가가 국비로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는 게 서울시의 주장이라고.

 

지하철 노인 무임 수송정책을 이용하는 연령층은 만 65세 이상이다. 이들은 대체로 베이비붐 세대로 해석된다. 베이비붐 세대란 다른 말로 전후세대(戰後世代 Post-War Generation)으로 불리는데, 6.25 전쟁과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에 태어나고 자란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한국의 전기 베이비 붐 세대는 1955년~1963년이며 1·2차를 합하면 1955-1974년까지 출생아 수가 한 해 90만 명이 넘던 시기를 뜻한다고.

 

이용재의 논문°°에 의하면, 이들은 노후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고, 교육수준이 낮으며 여성 베이비부머일수록 노후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어 교육수준이 낮은 여성들의 노후빈곤 가능성이 컸다. 또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의료비 지출이 염려되는 베이비부머가 노후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어 노후에 질병과 경제적 어려움을 동시에 겪을 가능성이 컸다. 또 경제수준이 낮은 베이비부머일수록 노후준비를 잘하지 못해 빈곤노인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에 따라 불완전 근로와 조기퇴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베이비붐세대를 위한 노후준비지원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한다.

 

애초 노인 무임승차가 도입된 사회적 배경에는 ‘그동안 국가와 사회 발전에 이바지한 노인에게 일상생활 편의를 제공하고 경로 효친의 미덕을 기리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들은 전후에 태어나 무너진 한국의 산업에 이바지했고, 현대 민주화 과정을 직접 겪었으며 무엇보다 본인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삶을 이어왔다. ‘노인공경(老人恭敬)’까지는 차치하더라도, 공공장소에서 그들의 ‘무임(無賃)’을 도드라지게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건 세대의 문제가 아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모두 부끄러움과 민망함까지 무뎌졌을 거라고 판단한다면 그건 오산이라고 본다. 가뜩이나 젊은 사람들 속에서 속도 맞추기도 점점 힘들어지는 사람들에게 그러한 무게까지 지우지는 말자.

 

차라리 본래대로 경보음(‘삐’ 소리)은 같게 하고 빛깔로 구분하게 하든가, 아니면 “행복하세요~”를 유상이용자들에게 나게 하자. 어차피 줄어드는 출생률, 저출생 고령화 시대에 젊은 사람들 구경하기 점차 힘들어질 테니. 또는 원하는 이들만 소리를 나게 하고 나머지는 무음으로 변환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도 아니면 체납액을 회수하는 방안도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3년 관세 고액 상승 체납자 228명의 총 체납액은 1조 2576억 원이다. 이는 2022년과 비교해 21명 감소한 공개인원이며 체납액은 2596억 원 늘어났다고 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명징하게 특정된 ‘의무위반자’들을 두고 성실하게 정책을 수용하는 ‘의무이행자’들을 당혹스럽게 하지는 말자. 이건 진정한 의미의 '우대'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니 다른 적절한 대응방안을 찾아보자. 행복하세요~ 한다고 해서 모두가 행복하지는 않다.

 

 

 

 

 

*철도사업법 제10조 ① 철도사업자는 열차를 이용하는 여객이 정당한 운임·요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열차를 이용한 경우에는 승차 구간에 해당하는 운임 외에 그의 30배의 범위에서 부가 운임을 징수할 수 있다. <개정 2018. 12. 31., 2021. 5. 18.>

**제348조의2(편의시설부정이용) 부정한 방법으로 대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자동판매기, 공중전화 기타 유료자동설비를 이용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대한민국 사회에서의 서울의 상징성을 반영해, 서울시의 경우를 우선 분석해 본다.

°°이용재, “베이비부머 세대의 노후준비 특성분석”, 한국콘텐츠학회 논문지 제13권 제5호. 한국콘텐츠학회, 2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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