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조상 기리는 마음 음식 가짓수에 있지 않으니 많이 차리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 편집국장 이영주

 

[와이뉴스] 추석(秋夕)은 음력 8월 15일로 가배, 가위, 한가위, 중추절 등으로 불리는 명절이다. 일 년 중 가장 큰 보름달을 맞이하며 전통적 농경민족으로서 수확의 계절을 맞아 풍년을 감사하고 축하하며 햇곡식으로 밥 떡 술을 만들어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성묘하며 은혜에 보답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문헌에 의하면 삼국시대 초기부터 추석을 즐겨 그 연원이 깊다고 전해진다.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는 2022년 9월 5일 차례상 간소화 및 표준화 방안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기존 ‘유교 문화에 대한 반성문’이라고도 시인했다고 전해지는데, 그간 유교가 본래 목적이 아닌 형식에 치우치면서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에의 답변이었다고.

 

발표에 따르면 차례상은 송편, 고기구이, 김치, 과일, 나물, 술잔 등 9가지가 넘지 않게 하는 게 핵심이라고. 전 부치기도 필요 없다는 것. 전을 올리는 것은 예법에 어긋난다는 기록도 있다는 것이 성균관의 지적이라고. “사계 김장생 선생의 ‘사계전서’ 제41권 의례문해에 따르면 밀과나 유병 등 기름진 음식을 써서 제사를 지내는 것은 예가 아니다”라고 소개했다고 한다.

 

해당 발표에 의하면, 추석 차례상의 기본은 송편, 나물, 구이(적), 김치, 과일(4가지)과 술을 포함해 9가지로, 여기에 더 올린다면 육류, 생선, 떡을 놓을 수 있지만 이는 가족들이 서로 합의해 결정한다. ‘예기(禮記)’의 ‘악기(樂記)’에 따르면 큰 예법은 간략해야 한다(大禮必簡)고 하여,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 가짓수에 있지 않으니 많이 차리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전한다.

 

이러한 발표가 다소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에도 적잖은 의미를 지니는 것은 성균관이 유교의 중앙본부로 공자를 비롯한 성현들의 가르침을 교육하고, 유교의례 등을 통해 민족 정신문화를 전승해온 단체라는 점에 기인할 것이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에 따르면 명절을 앞두고 ‘명절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스트레스는 신체 정신적 안정을 방해하는 외부자극으로부터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저항하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명절 역시 일상과 다른 패턴의 생활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안정감을 깨뜨릴 수 있다고.

 

먼 거리 운전이나 명절 음식 준비 등으로 신체 피로 누적, 대가족이 모이면서 발생하는 정신적인 스트레스 등이다. 현대사회 핵가족 문화에 익숙한 상태에서 갑자기 다수의 가족과 좁은 공간에서 같이 지내게 되면 불편감과 긴장감이 인다고. 또 서로에게 과도한 기대를 하거나 자신의 어려움에 충분한 지지를 받지 못하게 될 때 분노나 실망감이 든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명절을 앞두고 모두가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매해 명절 직후 ‘이혼이 늘어난다’ 혹은 ‘이혼 상담이 폭증한다’는 보도가 적지 않게 이어지고 가정폭력 신고도 급증한다고. 특히나 시댁에서 명절을 치러야 하는 며느리의 경우에는 “허리가 끊어지도록 일을 하”며 고통을 토로하는 경우가 늘어나며 급기야는 ‘각자도생’의 명절 지내기를 시행하는 사례도 있다고.

 

가부장적이고 봉건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특정한 누군가의 희생과 고통을 지속 암묵적으로 ‘강요’하거나 ‘방조’한다면 이는 결코 바람직한 명절 문화는 아닐 것이다. 진정한 가족(家族)이라면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조금씩 양보해 즐겁고 행복한 명절이 되도록 모두 함께 힘써야 할 것이다.

 

 

*이정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명절 스트레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 2020.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