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국장 이영주
[와이뉴스] 근로기준법 제6장의2는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신설 2019.1.15. 시행 2017.7.16.)를 명시한다.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이어 제76조의3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를 밝히는데, “제1항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 제2항 사용자는 제1항에 따른 신고를 접수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 제3항 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기간 동안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하여 피해를 당한 근로자 또는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해당 피해근로자 등에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하며 이 경우 사용자는 피해근로자 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서는 아니 된다, 제4항 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면 근무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제5항 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행위자에 징계 및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며 이 경우 사용자는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 관련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제6항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 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이다.
얼핏 법률상으로만 보면 그야말로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조처에 한치의 부족함도 없어 보인다. 피해자 보호 조치 또한 완벽에 가깝게 꼼꼼하게 챙기는 듯도 보인다.
법 시행 4년 현실은 어떨까. 정부에 신고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신고 사건 가운데 85.5%가 방치되고 14.5%만이 권리구제가 이뤄졌다고 한다. 앞선 7월 16일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가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실을 통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 2023년 6월까지 신고 사건은 2만 8천731건이다. 이 가운데 14.5%(4천168건)만이 권리구제가 이뤄졌는데, 처분 내용은 개선 지도 11.3%, 검찰송치 1.7%, 과태료 부과 1.3% 순이다. 이 외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건은 4년 동안 15건에 불과하다고.
또한 직장갑질 119가 법 시행 4년을 맞아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세 명 중 한 명인 33.3%(333명)가 지난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는 법 시행 전인 2019년 6월 조사결과인 44.5%보다는 10%p 이상 감소했지만 2022년 29.6%보다는 3.7%p 늘어난 수치다. 더불어, 괴롭힘을 당한 직장인 31명(9.3%)는 극단적 선택도 고민했다고 답했으며, 또 10명 중 3명(28.6%)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근로기준법 제76조(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또한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체 근로자는 313만 8천284명으로 이는 전체의 17.3%에 이른다. 또 고용노동부는 올해 초 업무 추진 계획에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을 포함했다고 전해진다.
최근 자동차 부품 대리점에서 일하던 20대 청년이 직장상사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에 따르면 직장상사의 반복되는 폭언과 욕설, 폭행 정황까지 의심되며 업무 이외의 사생활도 일일이 통제했다고 한다. 심지어 가족을 향한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고 하는데, 수개월 동안 이러한 폭언에 노출된 피해자는 앞선 5월 자살했다. 유가족은 해당 직장 상사와 통화 녹취 90여 개에서 욕설과 폭언을 확인했다고.
이 건 외에도 직장 내 괴롭힘 사례로 “개도 알아먹을 텐데”, “머리 찍어 죽여 버린다”, “지잡대 출신‥” 등의 폭언과 성추행 등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위 법률대로 신고만 하면 괜찮을까. 불행하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피해 신고자는 오히려 ‘보복갑질’에 시달리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는 것. 그러다 보니 신고조차 하지 못한 채 결국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또 폭언 정황이 발생하더라도 녹음을 하지 않을 경우 인정받기 어렵다고.
‘괴롭히다’의 사전적 의미는 ‘몸이나 마음이 편하지 않고 고통스럽게 하다’이다. ‘야만적’은 ‘미개하여 문화 수준이 낮은 것, 교양이 없고 무례한 것’으로 정의된다. 근래 도심 한복판에서 이른바 ‘묻지마 흉기난동’이 발생하고, 관련 ‘살인예고글’ 온라인 게시 등 그야말로 야만적 사건이 충격을 주고 있다. 인지하다시피 이와 같은 살인은 현대 문명사회에서 엄연한 범법행위이다. 그럼에도 본인의 범행을 공공연히 담을 CCTV가 고스란히 설치된 곳에서조차 무차별 칼부림을 자행한다. 법 시행이 결코 전부가 아니란 말이다. 생계를 위해 일터에 나가 숨소리까지도 신경쓰며 살아가야 하는 ‘직장인’들에게 위와 같은 폭언과 성추행 등으로 ‘괴롭히는’ 것이, 그리하여 그의 직장 생활은 물론 일상을 전부 산지옥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문명이 닿기 전 미개한 인류의 ‘야만(野蠻)’과 대체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그리하여, 우리는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을 가히 야만적이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