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옛 전남도청 복원 하루라도 빨리 앞당겨야


  △ 편집국장 이영주

5월 24일 상무관에서는 가족에 의해 일부 확인된 시체가 입관된 채 60여구 정도가 태극기로 포장돼 있었다. 반쯤 열린 관 뚜껑을 젖히고 어떤 여인네들이 죽은 사내들의 피묻은 얼굴을 씻어주고 있었다. 그 앞을 지나는 사람들은 조의를 표하는 검은 리본을 받았다.

도청 내에서는 신원이 미확인된 시체가 50여 구 있었고 전남의대 역시 신원이 미확인된 시체 10여구 정도가 하늘을 향해 눈을 감고 있었다. 도청 안에 혹은 YMCA 안에 모인 여자들은 조의를 표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나눠 줄 검은 리본을 계속 만들고 있었다.
<광주오월민중항쟁사료전집 양홍범 증언>

옛 전남도청 원형복원을 위한 범시도민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옛 전남도청은 크게 여섯 개의 건물 동으로 구성된다. 중앙 분수대를 기준으로 정면에 도청 본관 1·2동, 본관1동 왼편에 도청민원실, 그 뒤로 경찰청 민원실이 위치했으며 민원실 우측으로 경찰청이 있었다. 도청민원실 앞으로는 상무관이 자리 잡았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에 위치한 전남도청 상무관은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 안치 장소였다. 도청 본관1은 시민군 상황실, 방송실, 회의 공간이었으며 도청본관2는 시민군 활동장소였다. 도청 민원실은 시민군 식사장소, 무기고, 5월 27일 새벽 시민군 퇴로로 쓰였으며 경찰청은 계엄군이 5월 27일 진압을 시작한 곳이자 희생자를 염했던 장소였고 앞마당에서는 희생자 신원확인을 했다. 경찰청 민원실은 시민군 동선으로 작용했다. 이 가운데 경찰청과 경찰청 민원실은 100% 변형됐고 도청본관 2개동은 일부 보존됐다.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옛 전남도청 자리에 위치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노무현 정부 시절 시작됐다. 지역에 미래형 국가 정책 사업으로 제안돼 이명박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며 구체화됐다. 옛 전남도청 일대는 5.18민주화운동의 상징하는 공간이기에 5.18정신으로 아시아 문화를 이야기하는 공간 조성을 목적으로 한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실제 원형인 5.18은 거의 사라지고 공간 사용의 의미만 부여되는 상황으로 변화된다. 민주화운동 마지막 현장이었던 공간의 내부시설을 변경하고 예술로 ‘치장’하며 의미는 변질된다. 그 공간이 기념관화 돼야 한다는 의견이 다반수였다. 구 별관으로 지칭되는 곳의 농성장에서 5월 단체와 5·18유족회 등 5월 희생자 어머니들로 구성된 오월어머니들은 방송실·상황실·총탄자국 복원 등 옛 전남도청의 원형보존을 요구와 2016년 9월7일부터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앞서 현장을 방문했던 4월 1일에도 농성은 이어지고 있었으며 앞선 17일 기준 618일간 진행하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은 2002년 9월9일 옛 전남도청 일원으로 확정됐으며 2008년 6월10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공사가 시작됐다. 2015년 9월4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부분 개관됐고 11월25일 민주평화교류원을 제외하고 전당은 공식 개관됐다.

5.18민주화운동 관련해서 최초 발포 지시자는 40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5·18민주화 운동을 강경 진압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발포 명령을 부인한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지원포럼이 2017년 10월 시민 8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민주평화교류원, 옛 전남도청 복원’ 관련 설문조사에서 광주시민 10명 중 7명은 5·18민주화운동 최후 항쟁지였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민주평화교류원(옛 전남도청) 복원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광주시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옛 전남도청복원범시도민대책위로 구성된 ‘옛 전남도청 복원협의회’는 지난해 5·18민주화운동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의 원형 복원이 오는 2021년 완료를 목표로 2018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등 여러 정치인들의 복원 약속은 여러 모로 희망적이지 않을 수 없다. 광주광역시청 자치행정과는 “정부 뜻에 따라 광주시도 복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5.18광주민주화운동 부상자회 박명환 조직국장은 “복원이 이뤄지더라도 전당 앞쪽에 설치하기 때문에 전당과 복원은 관계 없다”고 설명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안온한 내일은 있을 수 없다. 박남선 당시 상황실장은 그의 저서 <오월 그날> 서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오월 그날 광주는 어느 특정 개인의 일이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일이며 내일을 살아가는 우리 후손들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