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그들도 뛰어야 한다

 - 편집국장 이영주

 

[와이뉴스] 몇 년 전 한 도지사 후보 인터뷰 당시 “반려동물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원 조성”과 관련한 견해를 물은 적이 있다. 후보는 잠시 망설이더니 그때 상황에 적합한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기억한다. 답변은 꽤 적절했으나 순간 후보의 ‘당황스러운’ 눈빛은 잊지 못한다.

 

반려(伴侶)는 짝이 되는 동무, 동반자라는 의미를 지닌다. 근래 기존 애완동물로 칭하던 존재를 반려동물이라고 명칭하고 있다. 애완(愛玩)은 ‘희롱할 玩’을 써서 동물이나 물품 따위를 좋아하여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거나 즐긴다는 뜻이다. 언어가 대상을 규정짓는다는 면에서 이러한 용어 변경은 시민의 인식 변화에 적잖은 기여를 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화성시가 동탄 여울공원에 첫 반려견 놀이터 문을 열었다. 앞선 11월 3일 오산동 1060번지 동탄여울공원에 1천500㎡ 규모로 반려견 놀이터를 임시개장하고 이은 29일까지 1개월간 시범운영 했다고 전해진다. 해당 놀이터는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정기 휴장은 월요일, 비가 오거나 태풍 등 기상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 휴장한다는 지침을 보였다. 또 안전을 고려해 중·소형견과 대형견 공간을 나눴으며 그늘막과 음수전, 보호 펜스, 오르기·뛰어넘기·지그재그 등 다양한 놀이시설을 갖췄다. 동물등록된 반려견과 13세 이상 소유자가 동반해야 입장이 가능하며 무료다.

 

이러한 반려견 놀이터는 동물 복지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개(犬 dog)는 야생동물 가운데 가장 먼저 가축화됐으며 조상은 이리 자칼 등이라고 전해진다. 이들이 인간에 의해 순화 사육됐다는 가장 오랜 기록은 페르시아 베르트 동굴의 것으로 서기전 9500년경으로 추산된다고.

 

흔히 볼 수 있는 개는 반려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만 이렇게 사육되기 위해 본래의 야생성과 뛰고 싶어하는 본능, 짓는 행위 등을 제한받는다. 성대를 절제하고 인형보다 더욱 인형 같은 고형적 개체로 ‘존재돼야’ 한다고 강제된다. 이 과정에서 폭력성이 강해졌을 수도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러한 와중에 반려견 놀이터 조성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반려견뿐 아니라 반려묘, 반려조, 반려사(巳) 등 다양한 인간의 친구들이 차별받지 않고 놀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되기를 희망한다. 반려견 공원 조성 확산이 시끄럽게 짓는 ‘소음’이나 배설물 냄새 등 님비 현상을 야기하고 견들끼리의 싸움이 견주인 인간 간의 법정 싸움으로 이어져 공원 내 지켜야 할 매너 준수 등의 과제는 아직 남아 있다. 이는 해당 매뉴얼과 시스템 정착으로 조금씩 수정 보완해 나아가면 될 것이다. 적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정지해 있는 것보다는 일정 기간 다소의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발전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진정한 종 차별의 초월이며 진정한 인간애는 물론 ‘반려애(伴侶愛)’의 실현일 것이다. 그들도 뛰어놀 권리가 엄연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