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인권이 어렵다?


 △ 화성동부서 청문감사관실 박현숙 행정관

흔히들 인권을 ‘어렵고 따분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건 말이 참도 낯설기도 하거니와 인권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살았던 세월이 길어서 인권을 말하려고 하면 어색해서 웃음으로 대충 넘겼기 때문이다. 처음 인권업무를 맡았을 때 ‘인권 너무 어렵다’고 걱정 했던 때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그래서인가 인권은 다들 참 어렵고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자신이 인간적인 대우를 받았다면 인권이 쉬운 것이고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않았다면 앞뒤도 따지지 않고 어려운 것이 인권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인권은 어렵고 머리 아픈 단어가 돼버린 것이다.

며칠 전 아버지께 전화가 왔다. 일이 있어 경찰서를 갔는데 경찰이 참 친절하다는 얘기였다. 옛날에 비해 많이 변했다느니 자신을 향해 눈을 맞추고 적극적으로 도와주려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며 평상시 별로 말도 없으신 분이 흥분을 하며 얘기를 하고 계셨다. 내용은 너무나 단순했다. 예전에 비해 경찰들이 아버지를 향해 웃어주고 가족처럼 친절하게 대해줬다는 거 그래서 우리 딸도 화성동부경찰서를 다닌다고 자랑스럽게 말씀까지 하셨다는 것이다.

딸이 경찰서에 다니는 걸 알면서도 경찰 평가는 늘 저평가였던 우리 아버지가 웬일로 경찰이 친절하고 많이 변했다고 말씀하는 걸 보니 그 경찰관이 아버지의 마음을 꽤나 많이 흔들기는 했나보다 속으로 흐뭇해질 즈음 갑자기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그 경찰관은 아버지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인 걸까’

늘 경찰이 변하지 않으면 세상도 변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펼치시던 아버지의 단호한 마음을 돌린 것도 어찌 보면 경찰관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아버지를 이해하려는 적극적인 태도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무슨 대단한 일도 아닌데 급하게 전화를 걸어 “정말 너무 친절하다. 경찰이 많이 변했다”며 호들갑스럽게 전화를 하신 건지도 모른다.

인권.
분명 시민들이 경찰들에게 바라는 건 대접도 대우도 아닌 단지 손 한번 잡아주고 그 마음을 이해했노라 웃어주는 거 하나일 텐데 우리는 그 쉬운 일을 스스로가 어렵다고 생각하며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닐지 모른다.

인권이 더욱 빛나기 위해서는 인권을 생각하는 경찰들이 많아지고 인권을 생각하는 만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이 함께한다면 어렵기만한 인권이라는 단어는 결코 어렵지 않은 단어로 우리와 가장 쉽고 친숙한 단어가 될지 모른다.

시민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시선은 인권경찰이라는 이름으로 오늘도 열심히 근무하는 화성동부서 직원들에게 큰 힘이 돼줄 것이며 시민과 경찰이 이해와 배려 속에 함께한다면 인권이라는 단어는 어려운 단어가 아닌 우리들 마음에 따뜻한 단어로 언제나 존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