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수첩> 제천 화재를 바라보며




 

 

 

                                    -  이영주 기자

가는 길 내내 날씨가 화창했다. 도시 입구에 들어서자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이라고 적힌 펼침막이 보인다.

화재 현장은 경찰과 소방 당국에 의해 통제되고 있었다. 노란 폴리스 라인 안에서 관계자들이 미처 하지 못한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지역 시민단체는 따뜻한 차 등을 대접하며 봉사에 나섰다. 낮은 기온에도 각 방송사 및 언론사의 취재 차량이 적잖이 포진하고 있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간혹 걸음을 멈추고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도 했다.

“고층 건물도 아닌데 2층에서 사망자가 다수 발생해 무척 안타깝다. 돌아가신 분 가운데 14명이 이 동네 분들이다. 발인은 오늘 마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은 말했다.

유가족들은 그야말로 혼이 나간 상태라고 했다. 대다수가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현업에 복귀했다. 스포츠센터를 둘러싸고 형성된 작은 상가 지역은 정상 영업이 어려운 상태라고도 전했다. 이웃의 슬픔 앞에 드러내놓지 못하는 속사정이 있다는 것이다.

“제천 시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시민은 말을 이었다.

현장에서 합동 분향소가 설치된 제천체육관까지는 2.6km 가량 거리였다. 십 분 정도 걸려 체육관에 도착하니 그곳에도 애도 현수막이 즐비하다. 찾아간 날은 학생층의 조문객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간단한 방명록을 작성하고 흰 장갑과 하얀 국화를 받을 수 있다. 헌화를 하고 향을 피워 올리는 것이 가능했다. 다소 엄숙한 분위기였다.

“도시 전체가 패닉에 빠진 것 같다”
분향소에서 만난 시민은 말했다.
분향소가 마련된 체육관 한편에는 희생자를 애도하는 메시지가 빼곡했다. 낯설지 않다.

“많이 무섭고 고통스러웠을 텐데 그곳에서 편히 쉬세요”, “예쁘고 착한 OO아 하늘나라에서 못 이룬 꿈 맘껏 펼치길”, “하루 빨리 진상규명을 해서 .. ”
한 자 한 자 진심어린 추모의 뜻이 읽힌다.

29명의 소중한 생명이 무참하게 희생당했다. 30여 명의 무고한 시민들은 한순간에 부상을 입었다. 화재 원인을 둘러싸고 아주 많은 사안들이 거론된다. 건물의 외부 소재 문제,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스프링쿨러, 불법 주차된 차량, 소방 인력 장비 부족 등. 건물 실소유주와 명의상 소유주가 다르다는 의혹도 있다.

△안전 기준에 적확한 설계 및 시공 △불법 주차 해소 등 소방차 통행로 확보 △스프링 쿨러 정상 작동 △직원들 및 시민 학생 안전 교육 생활화 △소방 인력 및 장비 확보 등의 실현을 위해 관계 당국과 시민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화재 현장 앞에는 29명의 희생자 명단이 적힌 펼침막이 매서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 가운데 한 명은 ‘신원 미상’이다. 그 분들의 영혼이 평온하기를 기원하며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희망해본다. 갑작스러운 대형사고, 초동 대처 미숙으로 희생자 확대, 합동분향소는 이미 몇 년 전에 충분히 겪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