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공깃밥과 ‘2천 원’

  - 편집국장 이영주 

 

[와이뉴스] 최근 한 유튜브 먹방(먹는 방송)에서 공깃밥을 서비스로 주려 하지 않고 “메뉴판에 적힌 대로 판매한다”고 주인이 말하자, 진행자가 방송 내내 ‘서비스 정신이 부족하다’며 웃음 섞인 말투로 해당 발언을 재차 언급하는 모습이 잡혔었다. 당시 진행자(먹는 사람)는 그 식당에서 수십만 원 정도의 음식을 먹으며 가게 매출에 일정 정도 기여하기는 했다.

 

여기서 한국인의 기본 심리를 읽을 수 있다. ‘(공깃)밥은 저렴해야 하고 어떠한 경우에는 서비스로 줄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 앞서 언급했듯 한 번에 수십만 원가량의 소비를 이끌어 냈으니 어찌 보면 이러한 심리는 당연한 거일 수도 있다.

 

근래 식당에서의 공깃밥 2천 원 인상이 논란이 된 적 있다. 기실 이러한 기조는 현재 진행형이라고도 하는데, 어느 곳에서는 밥 한 그릇에 3천 원을 호가하기도 한다고 하니 얇은 월급 통장에 치솟는 물가를 실감하는 부분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럼, 쌀값이 올랐기에 공깃밥 가격도 동반상승하는 것일까. 민주연구원(2022.9.15. 정책브리핑)에 따르면 꼭 그런 것 같지만은 않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2021년산 쌀 도매가격은 2021년 8월 5만9102원(20kg)에서 하락하기 시작해 2022년 9월 4만5925원으로 전년대비 20%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5월 쌀값은 4만6974원에서 9월 5만1159원으로 8.9% 인상했다. 이와 같은 쌀 가격의 인상은 당해 5월부터 정부 1차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쌀 수요가 급증하고 쌀 유통업체의 쌀 재고 부족 등과 맞물려 쌀값이 상승한 것으로 연구원은 파악했다.

 

이후 2020년산 쌀 생산은 수확기인 9월, 전년도에 비해 24만 톤 정도 감소해 공급감소로 더욱 폭등해 2021년 8월까지 5만9102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2021년산 쌀은 재배면적 증가와 기상 호조로 전년 대비 10.7% 생산량이 증가해 공급초과로 2021년 8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자료)발표 당시까지 하락세를 지속했다.

 

현재 농촌의 상황은 어떠할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가의 소득구조 및 소비성향 분석”(박미선 2023.5.)에 따르면, 농가의 연령별 분포는 가구주가 60세 이상인 농가가 전체 농가에서 2017년 85.1%였으며 2021년에는 89.5%까지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가구주가 59세 이하인 농가는 2017-2021년간 4.4%p 감소했다. 영농형태를 보면, 2017년 채소농가 24.1%, 논벼농가 22%라고 한다.

 

한국의 쌀 자급률은 어떠할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식량자급률의 함정’ 2022.4.25.)에 따르면, 우리나라 한해 필요한 식량 가운데 국산으로 충당하고 있는 비율은 2020년 양정 자료 기준 45.8%라고 한다. 식량자급률은 온 국민이 한 해 동안 다양한 형태로 소비하는 식량 총량 가운데 그해 국내에서 생산한 식량의 총량이 차지하는 비율로 나타내며, 최근 5년 기준 쌀 식량자급률 평균은 98% 수준이라고 한다. 다만, 한국은 국제 무역분야 세계무역기구 협정에 따라 매년 40만9천 톤 규모를 수입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또 국내에서 쌀 감모(감소) 비율은 생산량 대비 7-8%로 알려졌고 최근 10년 기준 생산량 대비 11%에 달하며 2011년에는 20%까지 상승했다고.

 

잠시 ‘저탄고지’ 이야기를 해본다. 저탄고지는 말 그대로 탄수화물을 적게 지방섭취를 늘리는 식이요법이다. 한때 탄수화물이 다이어트의 ‘적’으로 불리며 ‘흰 쌀, 빵, 떡’ 등은 살찌는 주요인으로 인식돼 왔었다. 그러면서 쌀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 위주의 식사가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는 나름의 비법까지 돌 정도였다.

 

쌀 소비량은 어떠할까. 한국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2022년 기준 56.7kg(1일 155g)으로 하루에 즉석밥 하나(210g)도 소비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최근 5년간 쌀 소비량을 보면 2018년 61kg, 2019년 59.2kg, 2020년 57.7kg, 2022년 56.9kg, 2022년 56.7kg으로 줄었고, 반면 육류 소비량은 2015년 46.9kg에서 2022년 59.3kg으로 쌀 소비량을 추월했다고 전한다.

 

최저임금은 어떠할까. 최저임금위원회의 연도별 최저임금 결정현황에 따르면, 2011년 4,320원 2018년 7,530원 2023년 9,620원 2024년 9,860원이다. 결과적으로 20년간 쌀값은 38%, 최저임금은 4.15배 상승했다고 전하는데 상황이 이러하다면 여러 제반사항을 고려했을 때 공깃밥 인상에 무게가 실리기도 한다고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정황들을 보았을 때, 쌀값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는 것인데 왜 공기밥 가격이 올랐으며, 올리려 할까. 여러 요소를 고려해본다면 우선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타 제반 요소들의 동반상승 등을 꼽을 수 있을 듯하다. 이로써 서민들의 팍팍한 삶과 얇은 지갑은 더 추워지는 것도 일정부분 사실일 것이다.

 

다만, 육류소비는 높이고 한 가게에서 수십만 원의 식품을 소비하면서도 ‘밥’만큼은 서비스로 받아야겠다는 생각, 외모지상주의에서 다이어트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것도 현실이긴 하나, 살찐다고 밥을 제대로 먹지도 않으면서 ‘(공깃)밥값 인상은 절대로 안 된다’는 인식은, 현재의 농민 현실을 토대로 봤을 때 적합한지는 의문이 든다.

 

민주연구원의 전게 자료에 따르면 해외의 경우 유럽연합은 곡물 과잉생산 시 법률에 기반해 농업인을 보호하는 안전망이 보장되고 있으며 미국은 농업법(The Farm Bill)에 의해 가격 하락 시 단위중량당 5.5달러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는 양곡관리법 일부개정안을 행정부 수장이 거부한 적이 있으며*,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위 자료에서 밝힌 농가소득 유형별 추이에서 2021년 농업소득은 연간 837만 원이었다.

 

 

* 다만, 1월 15일 현재,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15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했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