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여자도, 군대 가자!

 - 편집국장 이영주 

 

[와이뉴스]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에 대한 병역의무 부과 사건(2019헌마423)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구 병역법(2011. 5. 24. 법률 제10704호로 개정되고, 2019. 12. 31. 법률 제168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전문이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앞선 9월 26일 선고했다.

 

이 사건 청구인들은 대한민국 남성으로 병역의무를 이행 중이거나, 병역의무 이행 예정이거나, 병역의무 불이행으로 징역형을 선고 받은 자이다. 청구인들은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병역법 제3조 제1항 전문에 대한 헌법소원심판(2019헌마423, 2020헌마1182, 1214, 2021헌마1133, 2022헌마912) 및 위헌소원심판(2021헌바110)을 청구했다.

 

심판대상조항인 구 병역법 제3조(병역의무) 제1항은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여성은 지원에 의하여 현역 및 예비역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이다.

 

헌재는 해당 조문 병역법(2019. 12. 31. 법률 제16852호로 개정된 것) 제3조 제1항 전문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주문에서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병역의무조항과 동일한 내용인 구 병역법 제3조 제1항 전문이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2010년 11월 25일 결정한 바 있고(2006헌마328), 이후 2011년 6월 30일 및 2014년 2월 27일에도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 있다(2010헌마460; 2011헌마825).

 

헌재는 “일반적으로 집단으로서의 남성과 여성은 서로 다른 신체적 능력을 보유하는 점, 보충역과 전시근로역도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국가비상사태에 즉시 전력으로 편입될 수 있는 예비적 전력인 점, 비교법적으로 보아도 징병제가 존재하는 70여 개 나라 중에서 여성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나라는 극히 한정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는 출산율의 변화에 따른 병역자원 수급 등 사정을 고려하여 양성징병제의 도입 또는 모병제로의 전환에 관한 입법논의가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해 진지하게 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의 시점에서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기존 징병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자의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결정 요지에서 밝혔다.

 

대한민국이 법치주의 사회이니만큼, 헌재의 이번 결정 또한 존중받아 마땅하다. 다만 이번 결정이 대다수 국민 의견과 일치하는가는 미지수로 남는다.

 

2021년 5월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서 성인 남녀 1천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성 징병제에 관한 설문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남성에 비해 여성이, 보수에 비해 진보적인 유권자들이 여성 징병제에 동의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한다.*

 

상황이 이러하자, 노르웨이의 여성 징병제가 대두된다. 노르웨이의 여성 입영이 시작된 것은 2016년 여름이며 2016년 말 복무 만족도 조사에서 여성은 90%, 남성은 83%가 만족한다고 답했다고.

 

당시 찬성 측은 여성징병제가 성 평등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국방장관은 “군대는 노르웨이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곳 중 하나인데, 오직 남자에게만 열려있다면, 이는 평등이라는 기본적 원칙에 위배된다”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또 징병된 여성병사의 63%가 남성과 동일한 숙소를 사용하는데 보통 남성 4명, 여성 2명으로 구성된 방으로, 노르웨이가 이러한 ‘남녀 합방’이라는 급진적 시도를 한 건 성폭력을 줄이기 위해서였다고 전한다. 당시 노르웨이 국방부는 “여성과 남성이 같은 방을 쓰면 성별 의식이 희미해지고 동지애가 생긴다”는 연구 결과를 이유로 들었다고.

 

대한민국의 심각한 저출생 현상과 더불어 군인구가 감소해 여성 징병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50만 명(간부 20만 명, 병사 30만 명)의 병력 규모를 목표로 하는 『국방개혁 2.0』을 기준으로 하면, 1차 병력 부족은 2025년에 나타나고 이 위기를 헤쳐나간다 해도 병역자원이 20만 명 이하로 떨어지는 2030년 중반이면 더 큰 병력 부족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고 전해진다. 또 인구감소에 따른 병력 부족이 불가피해지는 상황에서 여성 인력 활용을 극대화하는 방안이 제기된다고 전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앞선 7월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징병제에 ‘반대’ 의견이 54.9%, 찬성 36.3%로 집계됐다고 전해진다. 성별로는 여성(53.4%)보다 남성(56.3%)이 반대한다는 의견이 더 많았고, 연령대별로는 전 연령대에서 반대 응답이 많았다고. 다만 70세 이상(찬성 41.1% vs 반대 48.1%)과 18~29세(42.2% vs 48.5%)에서는 찬반 비율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보면, 여성보다 남성이 반대 수치가 더 높았다.

 

한 병무청 자문위원은, 대한민국에 ‘군대 가기 싫어하는 여성’이 있기도 하지만, ‘여성이 군대 가는 것을 반기지 않는 남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개인적으로 20대 초반 신체 조건 제한으로 입영을 포기해야 했던 경험을 하기도 했다. 여성은 여성으로 ‘태어나졌’지만, 사회 시스템에 의해 여성으로 ‘만들어지는 것(조형 造形)’이 과연 적합한 일인지 현 시점에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모든’까지는 아닐지라도, ‘어떠한’ 여성은 군입대를 희망할 수도 있다. 이들을 받아주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나 군입대를 기피하는 남성을 면제해주는 방안도 검토되기를 희망한다. 일부일지라도, 여성도 국가를 위해 희생할 각오가 돼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박진수 이한수, “여성 징병제 선호 분석: 누가 찬성하고 누가 반대하는가?”, 한국의회발전연구회,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