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국장 이영주
[와이뉴스] 예전 한 법조인은 유튜브 강의를 통해 예비 법조인들에게 전하는 강의에서 “누구나 특권을 바란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물론 해당 강의의 내용은 미래의 법조인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조언과 격려, 필요한 자세 등을 당부하는 것이 주였다. 그러면서 인간의 ‘본성(本性)’을 언급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누구든지 자신은 특별하기에 특별 대우받기를 원한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 때문에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이니 준비에 유념하여 심혈을 기울이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경쟁은 필수불가결이다. 3년여의 내전으로 온 국토가 쑥대밭이 된 후 불과 반 세기만에 세계 10위권대에 들 만큼의 경제 성장을 일궈온 밑바탕은 혹독하리만큼의 노력과 뜨거운 교육열, 불가능은 결코 없다는 불굴의 정신이었을 것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연 ‘노력하지 않는 자’와 ‘성공하지 못한 자’를 등치시키는 공식이 은연중 뇌리에 자리잡게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근 납골당에서 드라마를 촬영 중이던 스태프 가운데 한 명이 이를 ‘바라본’ 유족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전해졌다. 해당 스태프는 이어 그 유족에게 “다른 가족들에게도 전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해당 글에 따르면 당시 유족은 촬영 장면이 신기해 ‘그냥 본 것’이었다고 전한다. 이 유족은 당일 조모의 발인을 마친 뒤 납골당으로 향한 길이었다고 한다.
해당 게시물의 답글난에는 “큰일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고 가족분들에게 폐가 될 것 같아 공론화하고 싶지는 않다”며 “애초에 납골당 측은 이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더 공론화되었다가 특정이 된다면 어떤 예상치 못한 피해가 있을지 모르니 조심스럽다”는 글쓴이의 댓글이 적혀 있는 상태다.
드라마는 원래 ‘극’을 의미하며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대화를 통해 이야기가 전개되는 예술 작품을 가리킨다. 텔레비전 드라마, 영화, 연극, 웹드라마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며 갈등과 해결 과정을 보여주며 인간 감정의 복잡성을 탐구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드라마는 그리스어 ‘드란(dran)’에서 유래했으며 ‘행동하다’, ‘나타내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전한다. 대개 등장인물들의 대화와 행동을 통해 이야기가 진행되며 갈등과 해결 과정을 거치면서 인물의 성격과 감정을 드러내고 희극, 비극, 멜로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로 나뉘며 장르마다 특징적인 주제와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고.
이러한 드라마의 순기능이라면 인간의 감정과 삶의 다양한 측면을 다루며 보는 이에게 감동과 인생사(人生事)의 고찰(考察)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일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 지치고 힘들고 답답한 일을 겪었을 때 드라마를 보며 함께 울고 웃으며 그러한 과정에서 해법을 찾기도 하고 때로 치유를 받기도 하며 다시 기운을 내기도 한다. 이것이 드라마의 순기능이다.
이처럼 삶을 고찰하고 반영하는 드라마를 제작하는 촬영팀이 당일 할머니를 보내 드리고 마음이 한없이 마음이 무거울 유족에게 “드라마 촬영 중이니 조용히 해달라”고 말한 것은 무례(無禮)를 넘어 정상적인 사고가 작동했었는지조차 의구심이 들게 한다.
소위 성공했다는 혹은 잘 나간다는 직군들 중에서도 간혹 적절치 못한 처세로 이따금 대중의 뭇매를 맞는 직군(종)이 바로 방송계일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드라마 촬영팀의 시민을 향한 ‘갑질’ 논란은 이에 앞서서도 여러 차례 불거진 바 있다고.
당해 촬영 스태프가 한 말이 위와 같은 방송가의 ‘갑질’의 일종이었는지, 아니면 단순히 본인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명감이었는지는 본인(및 해당 촬영팀)만 알 것이다. 생과 사의 갈림길인, 슬픔을 애도하는 공간에서 인간 삶을 고찰하며 일부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는 드라마를 촬영하며 가족을 보내드린 유가족의 심정도 하나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면서 어찌 인간 삶을 조명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인간적 위로와 애도도 모자란 판에 그러한 장소에서 “조용히”를 입 밖으로 내뱉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공분하는 누리꾼들의 비판 따라 드라마 촬영은 벼슬이 아니다. 하물며 요즘은 벼슬도 그렇게 하면 해임된다. 찍으려면 조용히 찍어라. 드라마 아니라 드라마 할아버지가 와도 가족을 영원히 보내 드린 유족의 슬픔에는 대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