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하나가 아니라 열이다

  -편집국장 이영주

 

 

[와이뉴스] ‘혼밥러’란 ‘혼자 밥을 먹다’라는 뜻의 ‘혼밥’에 사람을 뜻하는 영어 접미사 ‘-er’을 붙여 만들어진 신조어로 ‘혼자서 밥을 먹는 사람’을 의미한다.

 

한국사회에서 혼밥러 비율은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와 식문화 개인화로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통계청(현 국가데이터처)의 생활시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세 끼 식사 중 혼자 먹는 비율은 아침·점심·저녁 모두 눈에 띄게 증가했다. 아침 식사 혼밥의 비율은 41.7%, 점심 26.9%, 저녁 25.7%이고 각 5년 전과 대비해 2.9%p 1.4%p 2.5%p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특히 1인 가구의 경우 하루 평균 1.8끼를 먹으며 평소 식사의 67.8%를 혼자 먹는다고 알려졌다.

 

연령대별로는 2030 청년층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1인 외식 예약의 77%가 2030세대라고 한다. 이어 20대의 평일 저녁 혼밥 비율은 34.8%, 60세 이상이 30.6%, 30대가 25%였다고 전한다. 또 50대의 1인 예약 증가율도 54%에 달하고 혼밥이 전 연령대로 확산하는 추세이며 G20 국가 중 저녁 혼밥 빈도가 한국이 가장 높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한국의 1인 가구 비율의 증가와 맞물려 있다고 판단된다. 2025년 기준 전체 일반 가구의 36.6%인 약 824만 가구가 1인 가구다. 1인 가구 비율 추이는 2000년 15.5%, 2010년 24.9%, 2020년 31.7%, 2025년 36.6%이며 2015년 이후부터 1인 가구가 한국의 가장 주된 가구 유형으로 꼽히게 됐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4인 가구 비율은 2000년 31.1%에서 2025년 12.1%로 감소했다. 연령대별로는 70세 이상 19.8%, 29세 이하 17.8%, 60대 17.6%, 30대 17.4% 순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시가 40.5%, 경기도는 32.2%다.

 

1인 가구가 늘어나게 된 원인으로는 혼인율 감소, 초혼 연령 지체, 이혼 및 별거 증가, 고령화에 따른 노인 단독 가구 증가 등이 지목된다. 이 외에 직장이나 학업 등의 사유도 적지 않을 거라 사료된다. 

 

한국의 1인 가구는 향후 줄어들까. 전망은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10년 뒤에는 1인 가구 비율이 40%를 돌파하고 2052년에는 전체 가구의 41.3% 약 962만 가구가 1인 가구가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국가데이터처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한국의 1인 가구는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이미 우리 사회의 가장 주된 가구 형태로 자리 잡았다.

 

1인 가구의 증가와 더불어 식당에서의 혼밥러 수용 및 거부 논란이 자영업자의 생존권과 소비자의 권리 충돌로 지속되는 모양새다. 앞서 언급했듯 시장에는 이미 혼밥러들이 대거 등장했으나 외식 업계에서는 테이블 회전율과 수익성 문제를 두고 입장이 엇갈리며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일부 음식점에서는 “외로움을 팔지 않습니다. 혼자 오지 마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혼자일 경우 2인분 값을 내거나 동반자를 데려오라는 안내문을 내걸어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 일부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혼자 4인석에 앉는 손님에게 추가 요금을 받거나 팁 문화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신도 한국의 높은 1인 가구 비율에 비해 인색한 ‘혼밥 거부’ 문화를 조명하며 서울을 방문한 기자가 1인 식사를 거절당한 경험을 보도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식당 운영자 입장에서 이는 나름 현실적인 사유를 지닌다. 우선 피크 타임에 혼자 4인용 테이블에서 장시간 식사를 한다면 손해일 수 있다. 또 고깃집의 경우에는 숯불, 인건비, 기본 반찬 제공량 등 1인분 판매는 손실일 수 있다. 매출 단가와 회전율이 낮아 기피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혼자서 방문하지 못할 경우 심리적 위축과 거부감 및 외식업계 전반에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되기도 한다. 일단 식당에 들어설 때 눈치가 보이고 거절의 상처와 소비자 권리 침해 등이 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해외의 경우는 어떨까. 외국 외식업계에서 1인 손님 수요는 단순한 일상을 넘어 ‘나홀로 미식’과 프리미엄 자기 관리 문화로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라고 한다. 글로벌 레스토랑 플랫폼 등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 1인 식사 예약 건수는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이상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 1인 손님의 1인당 평균 지출액은 그룹 고객 평균보다 50% 이상 높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혼자만의 식사에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국의 사례와는 달리 국내에서는 아직까지도 혼자 밥을 먹는 소비자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다고 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예부터 한국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정신이 강했고 먹을 것이 있으면 ‘콩 한 쪽도 나눠 먹어야’ 하는 관념이 진하게 남아있다. 물론 이러한 친밀감이 위기에 처했을 때의 뛰어난 단합력과 공동체 의식에 크게 기여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여럿이 모여 앉아 같이 밥을 먹으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관심사를 나누는 정겨운 분위기의 잔상이 아직 깊게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화합’에서도 ‘서열’이 없지는 않다. 즉, 나이 문화가 팽배한 한국에서 우선 발언권(혹은 전권)은 연장자에게 있다. 직장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또 한국사회에서 식사 예절이 좀 엄한가 말이다. 이에 따라 젊은 MZ세대 사이에서는 직장 내 자발적 혼밥러가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밥이라도 편하게 먹자’는 것이다.

 

내지,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드디어 맞이하는 상쾌한 퇴근길, 평소 눈여겨두었던 풍미 있는 식사를 자신에게 선사하고 싶지는 않은가 하는 것이다.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안락하게 소비할 수 있는 장소를 갈구하는 소비자는 생각보다 많다. 하나가 하나가 아닌 세상, 1이 순식간에 수십 아니 수십만이 될 수 있는 인터넷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지 않은가.

 

물론 모든 음식점이 혼밥러를 거절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혼자 방문한 손님에게도 최대치의 친절과 갖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당도 적지 않다. 또 어떤 곳은 “혼밥 가능”이라는 문구를 식당 한쪽 눈에 띄는 곳에 크게 붙여 놓기도 한다.

 

식당에서의 혼밥 거부는 단순히 ‘식사 한 번을 못 해서의 불편함’ 문제가 아니다. 거절하는 음식점과 소비자의 자존심은 개인의 존엄성, 사회적 소외감, 소비자의 권리 의식 등과 깊은 연관이 있다. 거절당했을 때의 ‘사회적 배제감’과 자존심의 상처, ‘비용을 지불하는 소비자’로서의 권리 침해 등이 발생한다 할 것이다.

 

대개 1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 밥 한 끼를 먹기 위해, 일터에서 ‘온갖 자존심 다 버리고’ 열심히 일하고 왔지만 식당에서조차 한 줌의 자존심은 아스라이 스러지고 만다.

 

혹자는 자존심이 “가장 싸다”고 하지만, 인간이 소모품처럼 취급되는 ‘사람이 가장 싼 세상(시급 10,320원)’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누군가는 그 보잘것없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결코 가볍지 않은 온갖 무게를 감내하기도 한다.

 

 

 

혼밥

              – 엄정옥 시(詩)

 

혼자여서

혼자 먹는 혼밥이 좋다

 

식사 시간 기다리지 않고

잔소리도 듣지 않고

간섭도 받지 않는 혼밥

 

동일한 메뉴의 밥상

쓸쓸해도 외로워도

혼밥이 좋다

자기만의 성을 쌓는

 

절대 자유

절대 고독

 

좋다 혼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