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노예도 이렇게 길게 일하지는 않았다”

 - 편집국장 이영주 

 

[와이뉴스] 근로기준법 제4장은 근로시간과 휴식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중 제50조는 근로시간에 관한 조항으로 제1항은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제2항은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이다.

 

즉, 대한민국에서 일주일의 근로시간은 총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단, 제한적으로 가능하게 한 내용을 제53조(연장 근로의 제한)에 담아 놓았다. 제1항은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이다.

 

정리하자면, 현행 법규대로라면 '일주일의 근로시간은 도합 5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이다.

 

최근 주 69시간 근로 시간 조정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현행 주 최대 52시간 근무 시간을 최장 69시간까지 확대한다는 개정안이 입법예고 되면서 파문이 일었던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주중 대부분 시간을 근로에 임하다 주말이면 ‘기절’하는 일과표가 돌기도 했다.

 

정현주 전 화성시의원(연구이사 정책협동조합 ‘참여와 자치’)은 관련, “노예도 이렇게 길게는 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을 할 때 밝혀줄 조명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원 석사논문으로 ‘노동시간 변화에 따른 삶의 질서 변화’를 연구했다. 주로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사례를 다뤘는데, 그 중 인상 깊었던 내용들을 언급해보자면, ‘급여가 근로자를 통제한다, 더욱 높은 급여를 위해 근로자 스스로 잔업이나 주말 근무 등의 장시간 근무를 신청하기도 한다’ 등이었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노동시간 확대가 근로자에게 미치는 ‘악영향’은 어떻게 풀어야 할지를 물었다. 그는 “장시간 근무로 급여가 올라갈 수는 있다. 경제적 여건 향상이 삶의 질 향상과 동일한가. 잔업과 주말 근무 등으로 회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던 남성(가장) 근로자는 쉬는 날 집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지 못했다고 토로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워라벨 관련)제도적으로 시스템을 확립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OECD 가입국 중 중남미 국가를 제외하고 대한민국 노동 시간이 길다는 내용은 이제 말하기도 입 아프다.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고 하나, 그건 다분히 종교적인 해석이다. 인문학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이라면, 과거 지배층의 통치 수단으로 종교가 활용되었음을 능히 인지할 것이다.

 

서구 유럽의 경우 프랑스는 1주 35시간, 영국은 48시간의 노동시간이라고 전해진다. 더불어 주 3일 노동으로 개편을 꾀하는 움직임도 곳곳에서 들리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 69시간을 일하라는 것은 그야말로 “일하다 죽으라”는 말과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삶의 목적이 오로지 노동이라면, 그것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꿈도 희망도 없는' 일(work)뿐이라면, 그 옛날 노예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사람이 일하려 태어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