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그 많던 ‘낭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 등록 2025.11.02 22:38:59
크게보기

  -편집국장 이영주 

 

 

[와이뉴스] 형법에 드러난 장기적출

2015년 개봉한 영화 ‘차이나타운’은 어릴 적 버려진 아이 일영이 차이나타운에서 장기매매와 사채업을 하며 살아가는 조직의 일원이 되며 전개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장기매매와 그 ‘잔해(시신)’ 처리에 대한 내용이 다뤄지며 다크 누와르라는 장르적 특성에도 불구, 적잖은 잔영을 남긴 영화로 분류된다.

 

불과 10년 전 영화 속에서 등장했던 사건이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그리 낯설지 않은 단어로 회자된다.

 

이는 현행 법령을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먼저, 기존 조항(2012 기본법전°)을 살펴본다.

 

형법 제31장 약취와 유인의 죄

제288조(영리 등을 위한 약취, 유인, 매매 등) ①추행, 간음 또는 영리의 목적으로 사람을 약취 또는 유인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②추업(매음)에 사용할 목적으로 부녀를 매매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③상습으로 전2항의 죄를 범한 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제289조(국외이송을 위한 약취, 유인, 매매) ①국외에 이송할 목적으로 사람을 약취, 유인 또는 매매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②약취, 유인 또는 매매된 자를 국외에 이송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③상습으로 전2항의 죄를 범한 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제291조(결혼을 위한 약취, 유인) 결혼할 목적으로 사람을 약취 또는 유인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국가법령정보센터의 현행 형법 제31장은 개정된 사항을 설시한다.

 

제31장 약취, 유인 및 인신매매의 죄

제288조(추행 등 목적 약취, 유인 등) ① 추행, 간음, 결혼 또는 영리의 목적으로 사람을 약취 또는 유인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② 노동력 착취, 성매매와 성적 착취, 장기적출을 목적으로 사람을 약취 또는 유인한 사람은 2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③ 국외에 이송할 목적으로 사람을 약취 또는 유인하거나 약취 또는 유인된 사람을 국외에 이송한 사람도 제2항과 동일한 형으로 처벌한다.[전문개정 2013. 4. 5.]

 

제289조(인신매매) ① 사람을 매매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② 추행, 간음, 결혼 또는 영리의 목적으로 사람을 매매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③ 노동력 착취, 성매매와 성적 착취, 장기적출을 목적으로 사람을 매매한 사람은 2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④ 국외에 이송할 목적으로 사람을 매매하거나 매매된 사람을 국외로 이송한 사람도 제3항과 동일한 형으로 처벌한다.[전문개정 2013. 4. 5.]

 

제291조(약취, 유인, 매매, 이송 등 살인·치사) ① 제287조부터 제289조까지의 죄를 범하여 약취, 유인, 매매 또는 이송된 사람을 살해한 때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② 제287조부터 제289조까지의 죄를 범하여 약취, 유인, 매매 또는 이송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전문개정 2013. 4. 5.]

 

 

개정된 내용 중 눈에 띄는 부분은 ‘장기적출을 목적으로’가 첨입된 점이다. 더불어, 제291조 또한 기존 ‘결혼을 목적으로’가 ‘전3조의 죄로 약취, 유인, 매매, 이송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때’로 개정됐다. 비교 법전이 2012년 1월본이고 현행 해당 법조항이 전문 개정된 것은 2013년이다. 법률은 대개 현상(사건)이 발생한 이후 제·개정 되는 만큼 해당 법조항이 픽션이 아닌, 현실 속 사건을 조명하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근 십 년만에 사람의 신체를 적출하여 매매하는 것이 물론 명백히 불법이긴 하지만,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체의 가치‥ 사람의 신체는 얼마인가

다소 잔혹한 설정이긴 하나, 인간 신체의 화폐적 가치는 얼마일까. 한 국내 탐정은 건강한 성인 신체의 경우, 장기의 값을 매겨봤을 때 약 18억 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관련하여, 전해지는 값은 천차만별인데, 현실적으로 살펴 봤을 때 주로 책정되는 금액은 5-12억 원 사이가 아닐까 한다. 그러니까 노동력이 없고 다른 용도로 활용 불가능한 신체라 할지라도 얼마든지 최소 수억 원대의 화폐적 가치를 지니는 ‘상품’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성립된다.

 

 

AI와 인류‥ 자동화 시대에 인간은 필요한가

21세기 현 지구는 인공지능(人工知能 artificial intelligence)과 공존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자동화된 지능(Automated Intelligence)이 아닌, 인공적인, 즉 사람이 만들어낸, 사람에 의해서 가공된 지능을 뜻한다. 현재는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 가공의 존재가, 아니 그 존재에, 언젠가는 인간이 ‘더부살이’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인간의 신체에는 금속이 없지만(원소 형태로 존재한다고 한다) 인간이 사용하는 물품은 차가운 금속과 플라스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사람보다 ‘금속’이 더 귀한 값으로 쳐지는 건 아닐지.

 

 

인간의 본성‥ 과거에도 인간은 잔인했다

그렇다면, 현 인류가 영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완전한 긍정이나 완전한 부정을 표하기에는 난해한 부분이 있다. 인간은 원래 잔인했다. 노비라는 개념은 이미 청동기시대(BC 3300-1200)부터 등장했다는 설이 있다. 생산력 발달과 잉여생산물이 생기며 사유재산과 계급이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노비가 출현해 족장이나 지배층에게 부속된 노비가 존재했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고조선의 남아 있는 3조법을 통해 노비제도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도둑질한 자는 노비로 삼고’ 이 부분에서 말이다.

 

더불어서, 그간 인류의 수많은 전쟁의 역사가 또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인간 안에는 근본적으로 착취와 지배의 인자가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T와 F‥ 사람은 감정의 동물

한때 국내에서 유행했던 성격 유형 분류 테스트 중 하나가 바로 MBTI다. 한국 MBTI연구소에 의하면 MBTI는 1900-1975년에 걸쳐 개발됐으며 사람들의 차이점과 갈등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성격분류로 시작됐고 이후 인간관찰에 대한 본격적 연구를 통해 도출된 자기보고식 성격유형지표라고 한다.

 

이를 토대로 T와 F를 다룬 각종 밈들이 다양하게 등장했는데, 이는 주로 사고형(Thinking)인 T와 감정형(Feeling)인 F 유형인 사람 사이에 이해하지 못할 상황을 설정해 이를 해석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테면, 친구나 연인(혹은 가족)이 아픈데 “약 먹자”라고 말하는 유형은 T이고, “많이 아파? 병원에 가봐야 하는 것 아니야”라고 답하는 유형은 F로 분류되는 식이다.

 

T는 F를 이해하지 못하고, F는 T를 이해하지 못하는 다소의 ‘대립적’ 상황이 주를 이루는데 T는 F에게 ‘감정적’이라고 하고, F는 T를 향해 ‘냉정하다’고 한다.

 

이를 두고 한 유명 스타 강사는 “논리와 원칙이 중요하긴 하다. 다만, 그 논리와 원칙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베이는지 아는가”라고 반문한다. 즉, 논리와 원칙으로 판단했을 때 이미 그 사람의 마음은 다친다는 것이다.

 

 

그 많던 ‘낭만’은 다 어디로 갔나‥ 인류의 고귀한 점은 바로 ‘이성(理性)’

여기서 말하는 ‘낭만’은 정서적 감상이나 이상적 동경이나 분위기(romance)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18세기 말 독일에서는 물질이 지배하는 근대 자본주의 사회, 개인주의적 상호 경쟁 사회가 부각되고 그 가운데 세속적 물질주의, 빈부격차의 확대가 일었다. 여기서 사회적 공동체 의식이 출현하고 정신적 힘의 회복을 촉구하는 정신적 운동이 출현했는데, 이것이 바로 낭만주의다°°.

 

헤겔 또한 ‘낭만적인 것’의 개념을 주로 논했는데, 이 범주는 단지 미학이라는 한정된 분과가 아닌 그의 철학 전체의 기조와 맞물려 있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특정한 유형의 시대정신 및 정신의 작동방식을 가리키는 철학적 범주의 역할을 하고 있기에, 그에 대한 면밀한 고찰은 헤겔 철학의 참 면모를 이해하는 데에도 기능한다*.

 

즉, 이 글에서의 ‘낭만’의 참된 의미는 인류의, 현 시점에서의 적절한 시대적 성찰과 실천 의지이다.

 

 

인류의 나아갈 길‥ 지식인보다 상식인

지식인(知識人)은 고도의 지식과 광범위한 교양을 갖춘 사람이라고 한다. 즉 학식이 있는 이로써 지적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 내지 아는 바를 실천하는 이를 이른다.

 

상식인은 일반적으로 사회 구성원으로서 공유하는 보편적인 지식, 이해력, 판단력, 사리 분별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상식의 한자는 항상 상(常)과 알 식(識) 자를 쓰는데, 이는 ‘항상 알고 있는 것’이라는 일차적 의미보다는 ‘누구나 알 수 있는 바’라고 해석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본다. 즉, ‘나도 알고 너도 알고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바’가 바로 상식이라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글공부를 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럴 특권이 부여된 층은 소수였고 모두 농사를 짓거나 생업에 종사하며 살아왔다. 그럼에도, 잦은 외침으로부터 나라도 지키고 가족도 마을도 지키며 살아왔다. 그들에게도 최소한의 ‘상식’은 있었다.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내 눈에서는 피눈물 난다는 것, 죄짓고 살면 벌 받는다는 것, 그래도 사람은 죽이면 안 된다는 것, 사람 입에 들어가는 음식으로 장난치면(못된 짓은) 안 된다는 것, 가족을 아끼고 살아야 한다는 것, 내가 하기 싫은 것은 남도 하기 싫다는 것(그러니 권력을 남용하여 시키면 안 된다는 것), 말 못하는 짐승(동물)도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는 것, 큰일을 당한 사람이 있으면 함께 나서서 도와야 한다는 것, 민심이 천심이라는 것, 사람은 결국 사람 속에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인간이 엄청나게 위대한 것을 창조하는 듯도 하지만, 실상 인간의 삶은 두 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고 사료된다. 즉, 욕망하는 것과 금지되는 것. 이 두 가지 사이에서 대개 수십 년을 방황하고 헤매고 질주하는 것, 그것이 인간 삶의 전부가 아닐까 한다.

 

인간은 결코 완벽하거나 완전한 존재가 아니다. 인간이 완벽하다고 사고할 수 있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인간이 미완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현재의 한국사회는 너무 바쁘다, 위의 간단한 상식조차 인지하거나 실천할 여유가 많지 않아 보인다. 그 많던 ‘낭만’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신개정판 큰글 기본법전, 법률출판사, 2012.01.16. 인쇄/ 발행 2012.01.25.

°°이동용·이병창, 「헤겔 ‘정신현상학’ 전반부의 이해- 의식에서 이성까지」, 아트앤스터디

*권대중, “헤겔의 반낭만주의에 함축된 철학적 층위들”, 한국헤겔학회, 2012.

이영주 기자 whynews1@naver.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와이뉴스 | 발행인 : 이영주 | 발행일 : 2017.05.29 | 제보광고문의 whynews1@naver.com | Fax 070-4009-7888 | 본사 연락처 : 031-655-9314 |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영통로 200번길 21, 304-1039(영통동, 현대프라자) 와이뉴스 등록번호 : 경기 아 51554 | 등록년월일 2017.05.16 | 편집·본부장 : 이영주 Copyright(c) 2017.05 와이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