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레퍼토리 시즌 2024 <十二 작곡가>

  • 등록 2024.10.24 21:5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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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소리의 미래 찾아 떠나는 여정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발굴한 12명 젊은작곡가가 선보이는 새로운 경기소리

 

[와이뉴스] (재)경기아트센터(사장 서춘기)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예술감독 김성진)가 오는 10월 24일 오후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十二 작곡가>를 선보인다고 23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경기민요는 ‘경기좌창’이라 불리는 경기잡가로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는 대표적인 경기무형유산인 경기잡가를 12명의 젊은 작곡가를 다리 삼아 새로운 음향찾기에 나선다.

 

이번에 선보이는 <十二 작곡가>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위촉한 12명의 젊은 작곡가들이 경기잡가에 대한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여 각각의 방식으로 12곡의 국악관현악 작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민요가 누구나 부를 수 있는 세속의 노래였다면, 잡가는 전문화된 기교의 노래였다. 작곡가들의 ‘파격’과, 잡가의 ‘품격’을 품은 12곡의 국악관현악곡이 오를 이번 무대를 위해 전통음악과 서양음악 작곡가들은 잡가의 선율‧소재‧분위기 등을 다양하게 재해석한다.

 

‘제비가’에 담긴 새소리에서 자연의 독백을 듣는가 하면, 다른 작곡가는 새의 눈에 비친 인간의 욕심을 살펴본다. 12잡가의 대표 노래 ‘유산가’는 작곡가들이 만든 상상의 교차로가 된다. 누군가는 자연의 감성에 주목하고, 누군가는 절경을 예찬한 가사를 관현악 선율로 풀어내고, 또 누군가는 황사로 망가진 봄에 대한 원망을 담는다. 독특한 형식의 ‘출인가’는 국악관현악만의 또 다른 ‘형식’으로 재탄생되고, ‘평양가’에 담긴 느림의 미학은 바쁜 현대인의 시공간 돌아보게 한다. ‘형장가’에 담긴 고통을 우리는 국악기들의 소리로 응시하게 되며, 그리움으로 빛나는 ‘방물가’에 담긴 사연은 어느 순간 찌질한 사랑으로 변하는 반전도 만날 수 있다. ‘선유가’로 인해 노랫길과 관현악이 하나가 되는가 하면, ‘소춘향가’의 춘향이를 그리는 소리는 ‘봄’의 따스함보다 ‘쇠’의 차가움과 조우한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김성진은 “국악관현악을 통해 일으킬 혁명의 순간이자, 12잡가가 새롭게 디자인되는 <十二 작곡가>은 12명의 작곡가가 동‧서양 경계를 넘어 새로운 소리를 탐색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공연은 경기아트센터 홈페이지(www.ggac.or.kr), 인터파크 티켓(tickets.interpark.com) 및 전화(1544-2344)로 예매할 수 있다.

 

■ 공연개요

❍ 공 연 명 :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2024 레퍼토리 시즌

‘十二 작곡가’

❍ 공연일시 : 2024년 10월 24일(목) 19:30

❍ 공연장소 : 경기아트센터 대극장

❍ 소요시간 : 약 80분 (인터미션 없음)

❍ 출 연 진 :

- 지휘 : 김성진 예술감독

- 연주 :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 관 람 료 : R석 40,000원 S석 30,000원 A석 20,000원

❍ 관람연령 : 초등학생 이상

❍ 문 의 : 031-289-6471~5(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기획실)

 

■ 공연프로그램

1. 양동륜 ‘새놀음’ (제비가)

- ‘새’를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 ‘인간’을 바라보는 새의 시선

: 제비가는 여러 새를 묘사하는 다채로운 가사와 음악적 특징을 지닌 노래다. 제비는 혹자가 잡고 싶거나, 흥부전의 놀부처럼 소유하고 싶은 탐욕과 욕망의 대상이다.

제비가의 가사에는 온갖 새가 즐비하다. 하지만 제비만 보이지 않는 구절도 있다. 그 구절을 볼 때마다 부재하는 대상(제비)으로 인해 좌절하는 느낌이 들었고, 이를 작품에 담아내고자 하였다.

‘새놀음’이라는 제목에서의 놀음은 ‘놀아나다’와 ‘놀다’라는 뜻을 지녔다. 잡히지 않는 새에게 휘둘리는 나는 놀아나는 것이지만, 새에게는 그저 재밌는 놀이에 불과할 것이다. 탐욕이 커질수록 마음은 점점 조급해지기 마련이고, 그럴수록 대상은 나에게서 멀어진다.

이 작품의 흐름은 오직 새를 좇아가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듣는 이들이 경기 토리의 색채, 국악관현악의 다채로운 음향 안에서 점점 격양되며 새를 잡으러 가는 흐름과 기분을 느끼길 바란다.

 

2. 우미현 ‘평양가에서’ (평양가)

- 느림의 미학, 현대인의 가슴에 다가올 느리고 잔잔한 두드림

: 경기 12잡가 중 평양가 선율을 주재료로 한 곡이다. 평양가는 한량이 평양기생 월선이 집에 같이 놀러 가자고 유혹하는 내용이다. 좌창 형식이며 경토리로 구성된 곡이다. 원곡은 느린 흐름인데, 여기서 타악을 제외하고 느리고 선율적인 작품을 만들어 보았다.

 

3. 배주희 ‘가세가세 놀러를 가세’ (선유가)

- 노래의 가사가 이끄는 곳으로

: “가세가세 자네가세 가세가세 어서가세 가세가세 놀러를 가세’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로 인한 상실감과 아픔에 머무르기보다는, 그 다음 세상으로 갈 수 있는 힘이 되기를 바란다. 마치 선유가의 후렴 가사처럼, 가버린 사람과 남아있는 사람, 혹은 살아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 모두 ‘가세가세 놀러를 가세’의 의미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하나의 곡이지만,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각 부분에 ‘먼 곳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 ‘이별의 노랫소리 가세가세’, ‘희망의 노랫소리 가세가세’라는 제목이 붙었다.

도입부는 ‘먼 곳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로, 가야금이 먼 곳에서 은하수 같은 모습을 형상화했다. 이후 악기들이 합쳐지며 먼 곳으로부터 넘어오는 듯한 모습을 묘사했다.

‘이별의 노랫소리 가세가세’에는 주선율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관현악이 원곡의 선율을 먼저 연주하고, 소리꾼들이 선율을 노래하는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소제목처럼 마지막 인사를 보내는 구간에 많은 의미를 담아보았다.

‘희망의 노랫소리 가세가세’는 축제같은 분위기를 담고자 하였다. 선유가의 선율을 그대로 부르는가 하면, 마지막에는 후렴구인 ‘가세가세’를 반복한다. 떠난 사람을 잘 보낸 후, 희망의 세상으로 넘어가자는 이 곡의 주제를 가장 잘 담고 있다.

 

4. 서지원 ‘시(B)로 놓는 목’ (소춘향가)

- 소춘향가? ‘소’란스런 춘향가로의 변신!

: ‘시(B)’를 중심으로 소춘향가에서 도드라지는 기법인 ‘놓는 목’을 주요 주제로, 목을 놓아가는 소음 덩어리의 움직임을 국악관현악으로 선보인다.

시(B)로 ‘놓는 목’, 시(B)로 놓는 목(木:나무), 시(詩)로 놓는 목(木)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가진 이 작품은 소춘향가 종장의 가사 중 화자의 마음이 표현된 듯한 구절이 모티프가 되기도 한다. “녹음방초 노승화시”의 자음·모음을 늘려 부각시켰는가 하면, “해는 어이 더디 가고 달밤은 어이 수이가노”의 음율적 특성과 시로서의 독백을 도드라지게 했다. 악기에 닿는 입과 손 모양에 변화를 줘서 만든, 또 일상의 사물을 이용한 소음과 다른 음향효과를 내며 음들을 구성하는 데 의미를 두기도 했다.

이 곡을 준비하며 무엇보다 나는 여러 작곡가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악기의 순도를 추출한 전자 음향을 만들거나(Yan Maresz), 악기가 지닌 금속성의 특징을 살리고(Yann Robin), 소음들과 움직임을 예술적 경지로 다다르게 하거나(Helmut Lachenmann), 영적인 것을 탐미하는(Tristan Murail·Olivier Messiaen) 등 영향을 준 작곡가들의 작업 방식을 이번 곡에 시도해 보려고 했다.

전반적으로는 시(B)를 중심으로 구성된 소리의 조직들과 그것을 이루는 주변 소음들이 놓는 목을 차갑고 일렉트릭한 사운드를 만들어 낸 합주가 이끌어가며, 소춘향가가 지닌 가치를 드러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

 

5. 조희원 ‘테TE(RIM)’ (출인가)

- 잡가의 톡특한 ’형식‘으로, 관현악만의 또 다른 ’형식‘을 만든다

: 경기 12잡가 중 출인가에는 각기 다른 3개의 가사가 하나의 곡으로 묶여 있는 형태다. 이 곡은 출인가의 이러한 구조적 형태를 모방한다. 특히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거나 이어지지 않는 출인가 속 3개의 서사처럼, 이 곡 역시 음악적 단편들의 나열과 반복의 구조가 출인가라는 하나의 테두리에 놓여 있는 것이다.

경기음악권의 토리에서 서도음악권의 토리로 선법 이동이 일어나는 출인가의 변화는 켜켜이 쌓이다가 이내 폭발하는 장면으로 드러난다. 또한 출(repulsion)과 인(gravitation)이라는 제목의 구조는 거문고의 ‘뜰’, 가야금의 ‘전성’, 대금의 ‘추성’ 등의 주법과 더불어 찰현악기 군의 텐션 보잉(Tension Bowing), 급진적인 크레셴도를 통해 표현된다.

세분화된 요소들을 끈질기게 반복해 만들어지는 이미지들은 관현악이라는 대편성을 통해 축력과 인력의 힘으로 발현된다. 제목 ‘테Te’는 테두리의 약자이자, 출인가에 대한 개인적 해석에 있어 가장 큰 기능적 역할과 콘셉트를 의미한다.

이 선(線)들을 확대하기 위해 관현악 배치안에서 테(boundary)를 만들기도 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테두리들은 또다시 ‘나이테’의 일부가 되어 겹의 구조를 중첩 시킨다.

 

6. 오예승 ‘바람타고 너울너울’ (유산가)

- 봄의 찬란한 시작을 위해, 모든 소리를 동원한다

: <바람타고 너울너울>은 경기 12잡가 중 아름다운 산천을 묘사하는 유산가의 문학적 분위기를 담은 곡이다.

봄철의 햇살과 바람의 일렁임으로 시작한 곡은 진양에서 휘모리까지 점차 빨라진다. 비교적 느린 부분에서는 각 악기가 수평적 움직임으로 구성되며 느슨히 결합되어 있고, 점차 빨라짐에 따라 수직적인 구성으로 바뀌며 단단하게 결합되어 종국에는 사물까지 더해져 활기찬 격동으로 끝맺는다.

전체적으로 실험적인 측면이 두드러지는 곡은 아니지만, 도입부에서 사용된 일부 특수기법들은 봄의 시작을 알리는 표현과 묘사를 도와준다. 장단이 시작되는 부분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조들을 바탕으로 되어 있으나, 반음계 연주가 비교적 쉬운 악기와 제한적인 악기를 분리하여 사용함으로써, 보다 다양한 음계를 포함하려고 했다. 이를 통해 국악적 음색과 표현, 서양 음악적 조성의 대비를 통한 구성과 모습을 한 작품에 담아보려했다.

 

7. 유혜림 ‘苦고: bitter’ (형장가)

- 형장의 고통을 응시하기. 우리를 옥죄는 것을 바라보기

: 국악관현악을 위한 <苦고: bitter>는 경기 12잡가 중 형장가를 소재로 했다. 형장가를 관통하는 주제인 고됨은 조선시대에 산 춘향이나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마찬가지다. 깊이와 무게가 다르되, 누구나 모두 고된 것이 있다. 이것은 쓰고, 아프고, 좀 억울하다. 나는 이 작품을 통해 나의 고됨에 대해 생각하고, 느껴보고자 했다.

생황의 독주로 시작되는 곡은 하나의 흐름 아래 변주를 거듭하며 소리를 풀어간다. 음악은 나뉘었다 묶어지고를 반복하여 얽혀가지만, 여전히 한 줄로 서서 이어진다. 이러한 단일 형식적 구성은 형장가가 긴 호흡으로 장문의 가사를 읊어가며 대목을 노래하는 데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곡의 도입에서 생황에 의해 제시되는 모티브는 형장가의 첫 소절인 “형장”의 음악에서 인용하였다. 악기들은 점점 속도를 높여가며 여기저기서 저마다의 소리를 내고, 털고, 지속한다. 그러나 음악의 끝으로 다가서도, 이 고된 것은 여전히 없어지지 않는다. 아직도 마음에 남아있다. 그것으로 괜찮은가? 소리는 침묵한다.

 

8. 김산하 ‘숲속의 독백’ (제비가)

- 숲의 소리, 숲의 독백을 풀어놓는 관현악

: 국악관현악을 위한 ‘숲속의 독백’은 숲에 대한 이미지를 음악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숲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를 국악기로 표현한다. 악기마다의 특성보다 국악관현악이 주는 일체감에 초점을 두어 전개된다.

국악관현악과 12잡가를 엮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라 생각한다. 주로 한 명의 창자가 노래하는 잡가, 다수가 연주하는 국악관현악. 목소리를 통해 부르는 잡가. 악기를 통해 소리내는 국악관현악… 상반된 대척점과 그 거리가 낯설면서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잡가 중 제비가의 가사가 눈에 들어왔다. 새들에 대해 묘사하는 구절이었다. 새들이 모여 있는 숲이 연상되었다. 숲에서 들리는 소리는 우리가 주의 깊게 듣지 않으면 그저 흘러가는 배경의 소리일 뿐이다. 하지만 그 속에는 바람 소리, 새 소리, 짐승들의 발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등 다양한 소리가 있다. 숲은 우리가 인식하든 못하든 항상 독백을 내뱉고 있다. 이러한 숲을 관현악으로 묘사하는 순간은 흥미로웠다.

 

9. 이창희 ‘선경(仙境)’ (유산가)

- 자연의 절경을 풀어낼, 소리의 동양화

: 선경(仙境)이란, 신선(神仙)이 사는 곳을 뜻한다. 경치가 신비스럽고 그윽한 곳을 비유적으로 이르기도 한다.

“원산(遠山)은 첩첩(疊疊) 태산(泰山)은 주춤하여, 기암(奇岩)은 층층(層層) 장송(長松)은 낙락(落落)에 허리 구부러져 광풍(狂風)에 흥을 겨워 우줄우줄 춤을 춘다.

층암 절벽상(層岩絶壁上)의 폭포수(瀑布水)는 콸콸 층층인 바위 절벽 위에 폭포수는 콸콸, 수정렴(水晶簾) 천방져 지방져 소쿠라져 펑퍼져 넌출지고 방울져 소부(巢父) 허유(許由) 문답하던 기산영수(箕山潁水)가 예 아니냐”

경기 12잡가 중 유산가에서 자연의 절경을 표현한 구절이다. 우리가 지금껏 보았던 대자연의 경이로움 그 이상을 표현한 것이라 느껴졌다. 그리하여 선경을 보다 더 깊고 신비스러운, 마치 신들이 사는 그윽한 곳으로 표현해 보았다.

 

10. 이중현 ‘뇌절의 기법2: 형편없는 후속작’ (방물가)

- 남들은 아름답다는데, 내가 볼 땐 추한 사랑

: ‘뇌절’이란 너무 과하게 쓰여서 한 번만 나와도 그 추함에 깊은 실망감을 안겨 주는 현상들을 이르는 신조어다. 영미권의 신조어 ‘Brainrot’과도 관계가 있는데, 이는 무엇인가를 반복적으로 소비하며, 머릿속이 뿌옇게 되거나 바보가 되는 현상을 뜻한다. 반복을 통한 신선함의 상실이라는 점에서 두 단어는 일맥상통하며 곡의 제목이 <뇌절의 기법(The Art of Brainrot)>인 이유다. 이 곡은 나의 이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며 역시나 싱싱하지 못하다.

방물가는 이별을 거부하는 여인과 그녀를 여러 방물로 회유하는 한양 낭군의 이야기를 다룬 잡가다. 여기에서 보이는 특징 중 하나는 “다려가오” “나는 죽네” “나는 싫소” 등의 말이 반복적으로 나오면서 구조적 중추를 이루는 데 있다. 반복을 통해 추해지는 것은 여기서 이별을 거부하는 여인만이 아니다. 어느 방물이라도 사다 주겠다고 반복하는 한양 낭군 역시 별로 추하지 않게 보이기는 어렵다.

이 곡은 반복을 통해 추해지는 유형의 뇌절과, 한 번만 들어도 우리의 누적치에 의해 추하게 들리는 뇌절을 다루고, 서로 다른 종류의 뇌절을 다루는 12개의 25초 남짓의 악장들로 이루어져 있다. 뇌절은 추하다. 그렇기에 웃기다.

 

11. 박다은 ‘가짜 인절미’ (유산가)

- 황사로 망가진 봄. 유산가 속 자연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

: 전래동화 ‘해님달님’의 호랑이가 말하길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가난한 오누이의 어머니는 호랑이에게 콩고물 대신 황사가 잔뜩 묻은 인절미를 건넨다. “으윽. 맛이 왜 이런 거야?”라고 호랑이가 말하자, 어머니는 “넌 평생을 산에서만 살았으니 모를 테지! 지금은 21세기이고, 이제 봄은 마냥 아름답기만 한 계절이 아니야!”라고 말한다.

환경 오염이 자연의 리듬을 어지럽히고 있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흐트러진 리듬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봄은 예전과 달리 황사와 미세먼지로 가득하고, 갑자기 더워져 봄가뭄이 찾아오기도 하고, 꽃샘추위로 순간 얼어붙기도 한다.

<가짜 인절미>는 21세기인 지금, 이젠 꽤 망가진 봄을 조명하고자 했다. 이 감상을 음악에 담는 과정에서 봄에 관련된 곡들을 인용했다. 경기 12잡가 중 봄의 절경을 예찬하는 ‘유산가’이다.

 

12. 김지호 ‘유산가’ (유산가)

- 자연과 계절의 기운이 흐르는 관현악

: 12잡가 중 유산가의 선율과 문학적 분위기에서 영감을 얻었다. 자연의 소리를 모방한 관현악 소리 위로 얹어진 유산가의 선율이 섹션마다 각기 다른 형태로 작품 전반에 흐른다. 태평소로 시작하는 유산가 선율은 점차 확장되고, 이러한 형태는 작품의 마지막까지 나타난다. 새와 바람, 산천 등 산천경개(山川景槪)의 다양한 소리를 국악관현악의 사운드로 치환시켜 확장된 화성 아래에 변화무쌍한 국악관현악의 입체적 사운드를 구현하고자 했다. 동시에 유산가의 선율이 때로는 특정한 악기군의 사운드로, 떄로는 하나의 선율을 다양한 악기로 다채롭게 표현했다.

관현악은 유산가의 문학적 분위기에 따라 현대적인 방식과 전통적인 방식 전체를 아우르며 상호작용하고 절정에 이르러서는 ‘유산가’의 선율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등 작품이 시사하는 바를 명확히 하였다.

경기 12잡가 중 유산가의 문학적 분위기를 작품에 담아내어 기존의 유산가에서 보여지는 자연의 기운생동과 아름다운 에너지를 국악관현악 형태로 느끼기를 바란다.

와이뉴스 기자 whynews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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